지구대에 근무하던 신임때의 일이다.
관할내 도보순찰 중 공원을 지나다 엄마와 다투며 울고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엄마는 나를 보더니 아주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는 듯,
“거바, 네가 울고 말안들으니까 경찰언니야가 잡아가려고 왔다”며 겁을 주자 아이는 곧 울음을 그치며 나를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랬다. 경찰을 떠올리면 두려운, 누군가를 잡아가는, 잘못이 없더라도 누군가를 잡아가기도 하고, 정말 잘못했다면 꼭 잡아갈 것 같은, 우리는 잡아가는 짭새였던 것이다.
그 후 난 강력반에 발령이 났다.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절도, 폭력사건 등 다양한 사건을 취급하면서, 검찰청에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긴급체포하고,
상황실에 가서 긴급체포승인건의 팩스보내고,
36시간안에 피해자, 피의자, 증빙서류 밤을 새워 구속영장 신청할 수 있는 서류를 만들어 시간에 쫓기며 검찰청에 영장신청하러 가고,
다음날 영장이 청구되면 피의자를 데리고 영장실질심사하러 법원에 가고,
그날 밤 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청에 가서 기록 찾으러 가고
기록 찾아서 유치장에 가서 영장 집행하고,
물론 검사의 재수사지휘가 있으면 오고 가고 수회 더 반복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난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도 도장만 찍어주는 수사지휘체제가 뭔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어느날 당직을 하고 있었다.
검찰청 당직실에서 저녁 8시경 전화가 왔다.
당직검사님 들어갈꺼니까 영장올릴게 있으면 9시까지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다.
내생각에 당직은 원래 밤을 새는 건데 이상해서
“검사님은 집에서 당직 하세요?”라고 물었다. 이상해서 정말 그냥 물었는데,
검찰청 직원이 버럭 화를 내면서 관등성명을 대라고 하는 것이었다.
순경 000라고 씩씩하게 대답은 했지만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알고보니 검찰청에서는 공공연히 자신들의 직무태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고, 우린 알면서도 영장신청 시간이 남았음에도 검사님의 귀가시간에 맞추기 위해 급히 수사하여 숨가쁘게 뛰어가 기록을 바치고 있었다.
한번은 청소년성매매 사건을 하게되었다.
동종 전과 1회 있었던 자로서, 1년동안 청소년과 교제하면서 범행시마다 교복을 입게 하고, 3회 임신을 시켰던, 사회적인 지위가 있었던 피의자를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없으므로”라는 짧은 한줄로 영장을 기각시켰다.
역시나 피의자는 변호사를 선임했었고, 화가 나서 견딜수 없었는데 다음날 이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부장검사가 사건을 다시 받아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것이라며 3일내 사건송치할 것을 명하였고, 우리는 그 후 맥이빠져 수사는 일절없이 의견서만 작성해서 송치했었다.
그 외에도 짧은 경찰경력이지만, 사건서무를 보면서 유치장 감찰 및 압수물 처리 부분에서 수없이 자존심이 상했었고, 필요이상으로 검사에게 깍듯한 선배님들이 못마땅해 나름대로 용감하게 검찰청에서 싸우기도 했었다
지금도 우리 호송출장소에서는 검사가 송치된 피의자를 조사를 위해 전화를 하면 경찰이 피의자를 검사실까지 데려주고, 조사를 마칠때까지 기약없이 밤10시며, 11시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검사실마다 사법경찰관리가 2명이상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검사인 마냥 피의자 데려오라․가라며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검사가 직접 인지한 사건을 경찰서 유치장에 유치하였다는 이유로 경찰관에게 실질심사를 할 것을 명하는 것이다.
경찰을 보고 울음을 뚝 그치는 아이도 잡아가는 경찰로 알고 있는데,
국민의 바로 옆에서, 꼭 잡아가야할 사람만 인권을 보호하면서 떳떳하게 잡아가 사회를 정화하겠다는데 왜 그렇게 믿지 못하고, 쓸데없는 기우를 하고 있는지.....
우리는 지금까지 짭새, 똥파리라는 비속어로 표현되면서도 주인이지도 못했다.
한번이라도 검사와 부딪혀본 직원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그들은 좁은관문을 통과한 머리좋고 똑똑하기로 검증된 사람들이나, 그들도 사람이고,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들입장에서는 송치전 수사지휘업무를 덜어줌으로서, 내가 검사라면 기뻐할 일이겠으나 여전히 우리에겐 아르바이트를 시키며 도장만 찍으려는 저들의 속내를 알수가 없다.
노무현대통령과 검사와의 만남을 TV로 통해 보면서, 서울지검의 한 여자검사가 말했다. 한달에 400건의 사건을 처리해야하는 고충을 덜어달라고....
이제 우리도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전제로 책임지고 해보겠다는데, 왜 굳이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경찰을 무지몽매한 집단으로 지칭하며 고생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과연 그들이 애국심 때문인지 확인해볼 길이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최고의 목적은 헌법에 나와 있듯이 행복을 추구하고자 함이겠으나, 그 수단으로서 난 경찰직업을 선택했다.
슬픈영화를 보아도 눈물이 나듯이, 직접 사건을 목도하면서 피해자를 보면 눈물이, 가해자를 보면 울분이 치솟는 인간으로서의 정의감이 경찰이라면 누구나 존재할진대, 그 자존심을 자질론을 운운하며 모욕하고 있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개인이든 국가든 누구에게나 자존심은 있고, 그 자존심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자존심이 없는 행동에 책임이 따를리 없고, 책임없는 행동에 성의를 다할리 없다.
우리는, 최소한 나의 자존심은 “나도 국민을 위하고, 사랑하며, 나도 또한 국민이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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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자경찰입니다.
수사권 조정 관련하여 양기관에서 팽팽한 대립이 양상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찰관의 비리․인권 침해 등 언론에 적잖이 과잉보도되었던 과거의 약점으로 인해 실체가 묻힐까 염려되어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우리 조직의 제일 막내인 순경입니다.
정책적이고, 거시적인 부분은 언론을 통해 거론되고 있으므로,
저는 제 실무 경험을 토대로 수사권조정의 필요성과 지금까지의 서러움을 대변해보았고, 저를 포함한 우리 동료들의 앞으로의 각오를 다짐해보았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요구하는, 그리고 논의되고 있는 조정안은 경찰이 수사를 멋대로 하겠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인권침해를 감시할 수 있는 유치장 감찰권, 모든 사건을 통제할 수 있도록 검찰청 송치도 유지하고, 변사체 검시권도 보장
그러나 단, 민원인과 경찰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고자 송치전 수사지휘제도를 조정하자는 것입니다.
기관이 기관에 예속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수사권 조정 형사소송법 입법예시안을 한번 확인해보십시오
활동에 대한 실제적인 근거를 법률로 명시하여 명확한 책임감을 가지겠다는 것 외 또 무엇이 있는지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위해 경찰측 입장을 말씀드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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