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간부 국회의원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 진상을 밝히라!
경찰청의 고위간부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관련자들이 쉬쉬하고 있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소문은 정치권을 통해서 언론에 보도되므로서 알려지고 있는 일이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지난달 17일 오후 7시경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태환 위원장과 새누리당 박덕흠. 강기윤의원, 민주당 이찬열 의원등 국회 안행위원들과 이성한 경찰청장, 권기선 경찰청 기획조정국장, 이철성 정보국장이 함께 만나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식사가 시작되면서 이 국장이 여종업에게 ‘팁’으로 5만원을 건네주었고 이를 본 김 위원장이 “건방지다며” 불쾌해 하면서 일이 시작됐다. 이후 이 국장이 선약이 있다며 식사 중간에 자리를 뜨려 하자 김 위원장이 “당신만 바쁜가”라며 언성을 높였고, 이에 참석자들 사이에 언쟁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라 한다.
한달이 넘게 쉬쉬하던 일이 지금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은 소문을 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진상을 알고자 경찰청을 방문하면서 덮어뒀던 부문이 들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일이 있고나서(지난달 저녁 식사 때의 일) 당사 중의 한명인 경찰청 이 국장은 “그런 만찬 자리조차 없었다.” “만찬에 갔지만 일찍 자리를 떠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줄곧 피해 사실을 부인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7월17일 민주당 의원들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성한 경찰청장은 식사자리에서 고성이 오가고 언쟁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폭행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보도를 접하는 국민들은 너 나없이 사태의 진상에 궁금증을 나타내고 있다. 또 경찰 내부에서도 뭔가 감추려드는 고위 간부들의 행동에 영 찜찜하고 개운치가 못하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일단 식사 자리에서 언쟁을 벌인 일과, 피해자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뺨을 때렸다는 구체적인 행위까지 묘사돼, 사태가 사실임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이일은 더 이상 숨기거나 은폐가 불가능 하다. 식당 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고 당사자 들은 침묵하고 있지만 이미 여러 사람들, 즉 그 자리에 참석한 일부 국회의원과 경찰 고위 간부들 그리고 이들을 수행하고 온 직원들과 식당 종업원들이 사태를 직 간접적으로 목격했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사실을 은폐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기타의 목격자들은 단순한 구경꾼에 지나지 않는다. 사건의 은폐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일은 숨기고 덮을수록 의혹만 더 커지는 법이다. ‘그 날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지?’ ‘과연 국회의원들이 경찰 고위간부의 뺨을 때렸을까, 대체 맞은 사람은 누구이고 때린 사람은 누구일까?’ ‘무슨 일로 만났으며 왜 맞고도 참고 있는 것일까?’ 등등.
이 일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그들 사이에서 일어난 한 차례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는 전체 경찰과 국회의원의 명예에 관한 일이고 그들을 뽑아준 지역구 유권자의 위신과 대한민국의 국격에 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찰 스스로가 그 날의 일을 밝혀야 한다.
경찰은 국가기관 중 어느 곳보다도 방대한 10만의 직원이 근무하는 조직이다. 경찰 고위간부는 이들을 대표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이다. 그들이 국회의원에게 뺨을 맞고도 덮고 넘어가는 일은 전체 경찰을 위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자신의 일신상에 닥칠 불이익을 따져서 이를 불문에 붙이려 한다면 이런 자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상대가 업무상 협조를 구해야 하는 안전행정부 소속의 국회의원이라서 어쩔 수 없이 참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변명은 그 자체가 스스로 경찰을 모독하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는 개인에게 한정된 일이 아니고 전체 경찰이 뺨을 맞은 것이고 자존심을 훼손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공공의 장소가 아닌 자리에서 상임위 국회의원과 소속 대상 기관의 고위 간부가 왜 만났으며 고성이 오가고 뺨까지 맞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냥 유야무야 넘겨서는 안될 일이다.
OECD 국가. 소위 우리는 선진 문화권에 속한 그 어떤 나라에서도 업무 협조를 받는 중에 ‘경찰관을 때렸다’는 사실을 들어 본적이 없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감정을 자제치 못하고 폭행을 한다는 것은 용납이 안되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것이 해당 기관의 소속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에 의하여 저질러진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국회의원을 뽑을 때 권한을 행사하고 대우를 받으라고 뽑은 적이 없다.
이번 일은 20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리는 일부 국회의원의 만용에 의해 일어난 일이다. 그러한 맥락의 연장 선상에서 이 사건은 발생한 일이다. 이번 일은 수백여 가지 특권에서도 제외되는 일이다. 사건의 진상을 제데로 밝혀야 국격이 선다.
과거에도 경찰관이 업무 수행 중에 국회의원에게 뺨을 맞아서 크게 사회적 파장이 난 적이 있었다. 80년대 중반 군사 정권 때 사회 각처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는 민주화를 빙자하여 안정과 질서의 문제는 뒷전이고 시위가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던 때였다. 시위대를 막아야 하는 경찰의 당위성과 책임과 노고는 무시되던 때였다.
경상남도에서도 어느 국회의원이 시위대에 앞장을 서서 도로를 행진하며 시위를 주도하고 있었다. 당연히 경찰의 제지를 받고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때 국회의원이 제지를 하던 경비 책임자인 총경 계급자의 뺨을 때린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뺨을 맞은 경찰관도 또 경찰 조직도 국회의원과 맞설수 있는 힘이 없어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일은 간단치 않았다. 비록 뺨을 맞은 것은 경찰관 한사람이지만 이는 전체 경찰의 체면과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었다. 이 일은 그렇치 않아도 고달프고 멸시받으며 일에 지쳐있던 경찰관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 둘 경찰관 들이 사표를 내며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경남 경찰 전체가 사표 소동을 벌렸다. 결국 일을 벌인 국회의원에게 기어이 사과를 받아내고 나서 마무리를 지었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이 사건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전설이 됐다.
경찰관에 대한 국회의원의 폭행은 이처럼 뒤끝이 크다. 이번 일로 인하여 또 하나의 전설이 만들어지기 전에 당사자들은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의 처신에 대하여 책임지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국제 투명성 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최근 발표한 ‘부패지표 2013’에 따르면 분야별 부패점수(1-5점, 높을수록 부패 정도 심각)에서 정당(정치인)이 3.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경찰이 3.7점으로 2위를 차지 했고, 공무원. 의회. 사법부가 각각 3.6점을 기록 했다. 이밖에 기업. 의료(3.3점), 교육(3.2점), 언론(3.1점), 군대(2.9점), 시민단체(2.7점), 종교단체(2.6점) 순이었다.
우리나라도 정당(3.9점)이 최고점을 기록했고 의회(3.8점)가 2위에 올랐다. 이들 점수는 세계 평균보다 각각 0.1점, 0.2점 높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도 예외는 아니다.
이같은 데이터가 말해주듯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밑바닥을 맴돌고 있다. 이런 불신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사태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문제가 있다면 관련자에게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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