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12주의 중상을 입혀도 단돈 400만원만 있으면 법적으로 구속 당하는 일도 없이 아무일 없다는 듯이 지낼 수 있다.”라면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정답은 “있다.” 입니다.
거기가 어디냐 구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입니다. 너무 좋은 나라 아닙니까?
당신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싶다면 일단 방법은 이렇습니다. 차를 몰고 나가세요. 그 사람 집 앞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차로 밀어버리세요. 죽지만 않는다면 당신은 법적으로 구속이 된다거나 그런 일 없이 공탁금 400만원만 있으면 불구속처리 될 겁니다.
그 이유는 도로교통법 상의 과실치상이 형법상의 치상보다 우선적으로 적용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법적인 논란의 여지는 조금 있습니다. 과실이냐? 고의냐? 근데 고의를 입증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연히 그 사람 집 앞을 운전하다가 지나갔고, 잠깐 한눈을 판 사이 그 사람이 차에 치었다고 한다면 당신은 도로교통법 상의 과실치상으로 인정받게 되고 치료비는 보험회사에서 지불하고 당신은 400만원만 준비하여 법원 공탁계로 가서 공탁신청서를 작성하고 공탁서를 교통사고 조사계에 제출하면 담당경찰관이 친절하게도 사건조사서에 첨부하여 검찰에게 넘기게 됩니다. 그리곤 불구속 처분을 받게 되지요. 너무 멋진 나라 아닙니까? 아 참! 빼먹은게 있는데 벌금 좀 나온데요.. 재수없어서 죽어버리면 어떻게 될까는 저두 잘 모릅니다. 그건 경험을 안 해 봐서……
제가 지금까지 마치 장난처럼 적어놓은 글들이 거짓말처럼 들리십니까?
불행하게도 사실입니다. 저의 사랑스런 아들이 2004년 4월에 어린이 보호구역내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여 전치 12주의 골절상을 입고 지금까지 병원에 누워 있습니다. 근데 가해자는 공탁금 400만원으로 지금도 차를 몰고 다니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기 집에서 밥을 쳐먹고 있습니다. 아이와 부모에게 이렇게 고통을 주고 반성의 기미는 커녕,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고 사죄하는 모습조차 보이지도 않던 가해자는 우리가 이렇게 분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고 있을 때, 이제 잘 처리 됐으니 신경쓰지 말자, 아! 아까운 400만원 이러고 있겠죠.
이게 대한민국의 법 현실입니다. 피해자의 의사, 법 감정과는 반하여 가해자를 처리하는 이런 법이 어떻게 국민을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7살 된 우리 아들도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나, 다치게 한 아줌마 감옥에 가는 거지?”
이번 일을 당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1. 경찰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생각해 주십시오
- 운전자 처벌이 뭐 그리 중요하냐? 치료비는 보험에서 나오지 않냐? 최소한 이런 얘
기가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의 주둥아리에서 나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경찰조서 상에서도 분명히 가
해자 처벌을 원한다고 하였는데도 처벌할 수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2. 합의를 요하는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탁신청을 받아 주십시오.
- 피해자가 왜 가해자와 합의를 하지 않았는지 그 내용이 중요한 거 아닌가요?
사죄의 생각이 전혀 없는 가해자가 공탁금만 들고 가서 신청하면 받아준다면 그런 공탁금 제도는 아예
없애는 것이 국민의 법감정에 충실한 것일 겁니다.
3. 어린이의 공탁 금액 기준, 피해 보상 기준을 상향하여 주십시오.
- 아직 수입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탁 금액 기준도 낮고, 피해 보상 기준도 낮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
해가 되질 않습니다. 아이들은 보호 받아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어른들보다 사고를 당할 시에 느
끼는 정신적 고통이란 그 애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느낄 그 무엇보다도 큰 것입니다. 우리나라 어린이 교
통사고가 많다는 건 운전자가 어린이를 같은 어른으로 취급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가 보이기
만 해도 긴장을 해서 주의 운전을 하게끔 이러한 기준들을 높여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당신들의 자식일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러한 생각들은 이번 일을 당하면서 느낀 것들입니다. 그렇다고 이 글을 읽으시
는 여러분들도 직접 당해 보시고 느끼실 겁니까? 아이가 아팠던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이러한 심정을 충분히 아실 거라 믿습니다.
저와 같은 이러한 입장에 처해 계신 부모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혹시나 빠른 시일내에 이러한 불합리한 점들이 개선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거 구요.
법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이들이 없도록 모두 힘을 모아 주세요.
교통사고를 당하여 병원해서 고생하고 있는
아들 동민이를 사랑하는 아빠가
PS. 병원에서 고생하시는 환자분들과 가족 여러분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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