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입력 : 2007.08.30 11:23
경찰이 범죄혐의자의 인터넷 접속 IP 정보를 요청하는 문건을 1년 6개월이 넘게 해당 포털업체가 아닌 일반인에게 발송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2005년 8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전국 경찰서 등에서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통신자료제공요청서’가 서울 여의도의 한 꽃집 팩스로 전송됐다.
전국 일선 경찰서에서 보내 온 문건에는 범죄 혐의자의 성명과 주민등록 번호, 범죄 내용 및 담당 수사관의 간단한 인적사항이 담긴 신분증 사본과 연락처 등이 그대로 나와 있다.
꽃집 주인 A씨는 처음 문건을 받은 뒤 잘못 온 것이겠거니 가볍게 넘겼지만 이후 많게는 하루에 3~4건, 분량도 5~6장에 달하는 문건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업무에 지장을 받기에 이르렀다.
문건이 전송될 때 ‘취소’ 버튼을 눌러 막아보려고도 했지만 상대방이 전송이 안되면 계속 보내오는 통에 막을 방법이 없었고 심지어 “왜 요청한 통신자료를 보내주지 않느냐”는 내용의 독촉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영문을 몰랐던 A씨는 팩스 수신처였던 인터넷 포털서비스 업체인 네이버의 팩스 번호 7자리가 자신의 꽃집 팩스 번호와 지역번호만 다를 뿐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네이버 본사가 2005년 8월 경기도 분당으로 이전하면서 지역 번호가 031로 바뀌었지만 이를 알지 못한 일선 경찰서에서는 팩스를 보내면서 지역번호를 누르지 않아 A씨의 서울 꽃집 팩스로 문건이 전송됐던 것.
A씨는 급기야 지난해 8월께 전송받은 문건을 들고 직접 관할 경찰서인 영등포경찰서 민원실로 찾아가 시정을 요구했고 경찰에서 “관련 기관에 공문을 보내 시정조치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이후 문건의 수가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일선 경찰서에서 보내는 수사협조 문건은 최근에도 계속 들어오고 있어 A씨가 관할 경찰서에 연락하면 순찰차를 보내 모아둔 문건을 수거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문건에는 범죄 혐의자의 신상 뿐 아니라 수사 내용 등 온갖 정보가 다 나와있다”며 “우리 꽃집으로 들어왔기에 망정이지 좋지 않은 곳으로라도 흘러들어갔으면 어쩔뻔 했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5월 일선 경찰서에까지 공문을 내려보냈지만 개개인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며 “전송된 문건의 역추적을 통해 일일이 보낸 사람에게 연락해 바로잡고 공문도 다시 내려보낼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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