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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식관 1인당 年 1000여건 유전자분석-법의관 1인당 360구 부검…

조민진기자 [email protected]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의 한면수(48) 유전자분석과장의 책상에는 ‘유전자(DNA)분석’ 의뢰 서류가 매일 50여건씩 쌓인다. 일주일이면 줄잡아 250~300건. 지난 2000년 이후 세계적으로 DNA 감식 기술이 발전하고 이른바 ‘과학수사’에 대한 사회적 기대수준이 높아지면서 유전자 감정처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의 과학수사대는 “DNA 수사는 현실을 외면한 빛좋은 개살구’라고 토로한다. 만성 인력난과 예산 부족 문제 등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과학수사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DNA 수사는 거북이 걸음’= 7일 국과수에 따르면 유전자감정 건수는 2002년 1만2621건을 기록한 뒤 매년 30%씩 증가, 지난해 3만6033건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5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학수사가 보편화되면서 단순절도사건까지 유전자 분석이 확대된 덕분이다. 반면 국과수에서 전국 경찰서 230여곳으로부터 접수되는 유전자 감식 사건을 담당하는 인원은 고작 35명에 불과하다. 강력사건 관련 유전자 분석 업무 담당이 26명, 나머지 9명은 실종아동 및 법생물학 관련 업무를 맡는다. 한 과장은 “인력은 부족한데 업무량은 넘쳐 통상 감정기일이 15일을 넘기는 실정”이라며 “지난 2005년 ‘긴급감정처리제도’를 도입, 급한 사건은 하루 만에 처리하기도 하지만 전체 업무처리는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과장은 “‘DNA 감정’이 아닌 ‘DNA 수사’ 시대라고 하지만 대형사고나 재해 발생 시 대체인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인력수급 및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비현실적인 예산 배정 = 국과수는 매년 책정된 예산이 부족해 추가 예산을 따내는 데 노이로제가 걸렸다. 국과수는 지난 2005년 유전자시약 재료비 8억원이 턱없이 부족해 결국 경찰청 등에서 1억3500여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지난해 관련 예산은 8억원으로 동결됐지만 결국 2억5000만원이 부족해 여기저기서 예산을 끌어다 썼다. 최근 몇년간 관련 예산 증가율이 5%를 밑돌았던 국과수 예산은 올들어 조금 늘었지만 업무 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시약 재료비는 12억원이 책정됐지만 4억원 정도 부족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의관도 인력부족 = 현재 국과수에서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관 정원은 25명.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 탓에 19명밖에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행정업무를 맡은 팀장급을 제외하면 14명만 실무를 담당한다. 이 때문에 국과수 법의관들은 1인당 연평균 360구의 시신을 부검하고 있다. 법의학계에서는 1인당 적정 부검 숫자를 연간 150~200구로 보고 있다. 국과수 김윤신(45) 법의학과장은 “사회적 검시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채 법의관 개인의 살인적인 업무 수행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라며 “법의관들의 부검 결과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다면 제도적, 물리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민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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