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신은진 기자]

한 시민이 “폭언과 협박을 당했다”며 검찰과 경찰을 상대로 고소와 소송 등 무려 열 번이나 ‘나홀로 법정 투쟁’을 벌인 끝에 국가로부터 위자료를 받게 됐다.

A(39)씨는 2003년 서울의 한 지하철역 부근에서 택시를 잡던 중 행인과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까지 한 친구를 돕기 위해 경찰서로 달려갔다. 담당 경찰관은 A씨의 친구 책임이 더 크다며 합의를 강요했다. A씨가 재조사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A씨는 “당시 경찰관이 ‘총으로 쏴 죽이고 옷 벗으면 된다’는 폭언과 함께 협박을 했다”고 했다. 결국 A씨 친구는 치료비조로 2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합의를 했고 몇 달 뒤 기소유예 결정을 받았다.

A씨는 그러나 참을 수 없었다. A씨는 2004년 2월 “직권 남용과 협박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그 경찰관을 검찰에 고소했다. 기나긴 ‘투쟁’의 시작이었다. 검찰은 고소장을 받고도 진정사건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그 경찰관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A씨는 그 결정이 잘못됐다며 재정신청을 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다시 기각 결정을 한 검찰청의 차장검사까지 고소했으나 역시 기각됐고, 또 항고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도 냈다. 국가 상대 소송은 1심에서 졌지만 또 항소했다. 5일 2심 법원이 처음으로 그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 7부(재판장 조병현)가 “국가는 A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 재판부는 “검찰의 잘못된 처리로 A씨가 불필요한 진정과 고소를 반복했고 정신적인 고통을 당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