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이러고도 국가 최고 수사기관이라 할 수 있나
검찰이 지난해 8월 부산국세청장과 부산지역 건설업자의 뇌물 收受수수 자리를 주선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정윤재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소환도 해보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 지은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7월 ‘밥도 먹고 골프도 함께 하는’ 건설업자의 부탁을 받고 두 사람을 연결시켜줬다. 건설업자는 부산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었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부산국세청장과 건설업자가 밥 먹는 자리에도 同席동석했다. 그 식사를 하고 나서 건설업자는 1억원을 부산국세청장에게 건네줬고 얼마 후 세무조사는 흐지부지됐다. 누구라도 정 전 비서관이 이 검은 거래에 관련이 없는지 의심해볼 만한 상황이다.
검찰은 “뇌물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정 전 비서관은 돈이 오간 걸 몰랐다’고 말해 정 전 비서관을 참고인으로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다. 범죄 혐의자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건설업자가 식사 자리 주선 대가로 정 전 비서관에게 돈을 준 일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더 수사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세상에 자기 입으로 누구한테 부정한 돈을 줬다고 검찰에 털어놓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세무조사가 중단되는데 무슨 다른 역할을 한 건 없는지, 혹시 대가를 받은 건 아닌지도 수사했어야 했다. 이는 정 전 비서관을 알선 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정 전 비서관은 2년 가까이 총리 민정2비서관으로서 非理비리 공무원을 적발했었다. 세무조사로 애가 달아 있는 건설업자가 굳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부산국세청장을 왜 만났겠는지 그 의도를 짐작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검찰은 이 부분도 파고들어 정 전 비서관의 뇌물공여방조罪죄 여부를 따져 봤어야 했다.
정 전 비서관이 일반시민이었다면 검찰 수사가 이렇게 허술하게 넘어갔을리가 없다. 계좌 추적, 통화 내용 조사, 對質대질신문 같은 온갖 수사기술을 동원해 파고들었을 것이다. 검찰이 권력 앞에만 서면 이렇게 비실대니 아무리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말해도 진정으로 들리지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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