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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신 나간 경찰…사행성 게임기 150여대 도둑맞아

[쿠키 사회] 경찰이 압수한 사행성 게임기를 무더기로 도둑맞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압수물 보관창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범행현장에 한달 넘게 방치했다가 압수물의 대부분이 털렸다.

4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관수동 국일관 2층 게임장에 압수 보관 중이던 게임기 213대 중 154대가 무단 반출됐다. 경찰 관계자는 “200여대가 넘는 게임기를 모두 압수해 갈 수 없어 핵심부품인 ‘키판’만 회수해왔다”면서 “게임장 문을 잠가놓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월 국일관 건물에 비밀 통로를 갖춰 놓고 약 1년간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임모(35)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게임기들을 압수한 바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약 1년 동안 무허가 영업을 벌여 매달 무려 20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혐의가 무거운데도 경찰이 범행 도구들을 도로 털린 것이다.

당황한 경찰은 범행 발생 엿새가 지난 이날 오후에야 절도 용의자들을 붙잡았지만 사라진 게임기 154대의 행방은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허술한 압수물 관리가 도마에 오르자 경찰은 지난해 3월 한국환경자원공사와 ‘압수물 위탁보관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들면서 관리에 한계가 있음을 하소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박일순 경위는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지난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지난달까지 서울 지역에서 게임기 3만1400여대를 압수했지만 이를 보관할 장소가 협소해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압수 게임기 보관 및 해체를 담당하고 있는 자원공사는 1800여평 규모의 게임기 저장 창고를 마련해놓고 있지만 최대 수용한도는 1만2500여대에 불과하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압수 게임기를 도둑 맞은 것은 경찰의 명백한 실수”라며 “압수게임기를 위탁하기보다 전국 각 지방경찰청이 게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장소를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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