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직의 '허리'라 할 수 있는 부장검사들의 유례없는 사직행렬로 일선 청 운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일 법무부에 따르면 8~9월 들어 서울 중앙ㆍ서울 동부ㆍ서울 서부ㆍ청주ㆍ전주ㆍ인천지검 등의 형사부장 6명과 수원지검 공안부장이 각각 사표를 제출하거나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사법시험 25~29회 출신인 이들 부장검사는 청와대, 대형 로펌, 대기업, 대학 등으로 자리를 옮겼거나 옮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내는 일은 늘 있었지만 내년 2월로 예정된 검찰 정기 인사가 한참 남아 있는 시점에 앞길이 `창창'한 일선 부장검사들이 연달아 조직을 떠나는 일은 이례적이다.
특히 일선에서 평검사들을 지휘ㆍ감독하고 결재업무를 해야할 형사부장 6명이갑작스레 자리를 떠나면서 당장 일선 검찰청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으며, '선장'을 잃은 부서 평검사들의 사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부장검사가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의 경우 옆 부서장인 형사2부장과 형사4부장이 결재를 나눠서 하는 실정.
특히 경찰 조직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사를 지휘하고 경찰에서 송치하는 강력사건을 처리하는 이 부서의 특성상 지휘관 부재는 큰 타격으로 볼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내년 2월 인사 때까지 공석이 된 부장검사 자리에 정식 인사발령을 하지 않기로 해 일선 검찰청의 사정에 따라 직무대리 등 임시방편으로 공백을 메우게 됐다.
이처럼 일선 부장검사들이 조직에 누를 끼쳐 가며 갑작스레 떠나는 데는 여러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 정부들어 권력기관에 대한 강도높은 견제 및 힘빼기가 검찰에도 적용되면서 선배들이 누려온 '제도 이상의 권력'이 거의 없어진 터에 고액 보수를 보장받는 대형로펌과 안정적인 교수직 등은 과거보다 훨씬 매력적인 제안으로 다가오는게현실.
이같은 상황에서 사법연수원 정원이 300명으로 늘어난 첫 세대인 연수원 13기(사시 23회) 아래 기수의 부장검사들의 경우 기별로 통상 6~7명에게만 해당되는 검사장 승진의 경쟁률이 과거보다 한결 높아진 것도 한 요인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군으로 치면 장성이라 할 수 있는 검사장을 향해 가느냐 낙오되느냐의 갈림길에선 일선 부장검사들에게 고수익 또는 안정성이 보장되는 '스카우트' 제의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쉽게 떨쳐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만취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 물의를 일으킨 한 부장검사가 변호사 개업을 한데서 보듯 감찰이 강화되면서 한번의 `일탈'이 인사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점도 중간간부들의 조기 이직에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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