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50만명씩이나 사면하려면 재판은 왜 하나
열린우리당이 15일 다음 달 광복절에 650만명을 赦免사면하도록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400만명은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특별사면을, 250만명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하는 일반사면을 하겠다는 것이다.
사면은 사법부가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내린 刑罰형벌을 대통령이 없애주는 조치다. 그래서 헌법이 정한 삼권분립 원칙과 어긋난다. 더구나 일반사면을 하면 刑형이 선고된 사람뿐 아니라 재판이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풀어준다. 국가 법질서에 混線혼선이 일고 사법기관의 권위가 무너지게 된다. 그런데도 사면 제도를 두는 것은 법원이 잘못 판단했을 가능성과, 형벌을 면해 주는 게 국가적으로 정말 필요한 때에 대비해 구제의 길을 열어둔 것이다. 사면이 너무 자주 이뤄지면 일반 국민이 재판에서 刑형을 받고도 곧 사면이 뒤따르는 게 아니냐며 사법부를 우습게 알게 된다. 그래서 사면은 濫發남발돼서는 안 되고 충분한 국민적 명분을 갖춰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사면은 혜택받는 사람들에겐 좋지만 같은 범죄를 저질러 이미 刑형을 살았거나 벌금·과태료를 꼬박꼬박 낸 사람들은 불만을 갖게 된다. 국민들을 운 좋은 사람과 운 나쁜 사람으로 갈라놓게 된다는 뜻이다. 야당과 법조계·학계도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인기 만회용” “불법대선자금 때문에 감옥에 간 정치인 구하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니나 다를까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15일 “이제 깨끗한 정치를 하게 됐으니 사면으로 이전 잘못을 털자”고 주장했다. “우리는 됐다”는 한나라당까지 굳이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불법대선자금을 받았다가 감옥에 간 대통령의 ‘동지’ ‘형님’ ‘친구’를 포함한 내 편들을 구하려는 게 이번 사면의 숨은 목적임을 여당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운전하다 벌점 받은 사람들, 음식 잘못 만들었거나 예비군훈련 안 나가서 벌 받게 된 사람들을 불러다 들러리 세우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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