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이진동, 최경운 기자]

현직 검찰고위 간부인 A검사장 집안과 중견 L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빌라 건축허가 문제를 둘러싸고 일진일퇴의 치열한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변호사가 방패 역할을 하는 형사재판과 달리 이 다툼은 공수(攻守)가 바뀌었다. 변호사가 공격수인 원고이고, 검사장은 방어하는 피고 입장이다. A검사장 가족이 운영하는 건설업체를 상대로 하는 것이어서 L변호사의 상대방은 A검사장이나 마찬가지다.

2003년 8월 L변호사 등 4가구가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H빌라(4층) 앞 남쪽 공터에 A검사장측이 지하 1층, 지상 6층의 빌라 건축을 시작하면서부터 다툼이 시작됐다. L변호사측은 당장 서울중앙지법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6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심각한 일조권 피해와 양 건물이 마주봄으로써 사생활 침해가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처음엔 공사중지명령을 내렸지만 A검사장측이 ‘이의’ 신청을 내자 “4층까지만 공사하라”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선 “4층까지 지었을 때와 6층까지 지었을 때의 일조량 피해가 같다면 공사를 중지할 이유가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L변호사는 다시 고법에서 ‘5, 6층 공사 공사집행정지 명령’과 “공사를 계속할 경우 하루 1000만원씩 배상하라”는 결정을 받아냈다. 일진일퇴를 거듭했으나 대법원은 A검사장측 손을 들어줬고, 지난해 1월 건물은 준공검사까지 마쳤다. 민사소송과 함께 진행된 행정소송(건축허가 취소)은 1심은 L변호사가 져서 2심이 진행 중이다.

또 L변호사는 올해 1월 “위법하게 건축허가를 받아냈다”며 A검사장측을 건축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결과는 무혐의였다. L변호사측은 이에 “다시 조사해달라”고 서울고검에 항고했으나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검에 재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L변호사측 빌라 주민들은 “A검사장 때문에 검찰이 고소인 한 번 부르지 않는 등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검사장은 “건설회사를 가족이 운영하는 것은 맞지만 이번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진동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jaydlee.chosun.com])

(최경운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code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