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중략..)
알고 보면 1000명 조금 더 되는 이들 검사라는 사람들이 과연 어떤 존재들이고, 도대체 무슨 힘을 얼마나 갖고 있길래 아직도 저렇게 한 번 모이는 것만으로도 온 나라를 시끌벅쩍하게 만들 정도로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일까요?
오늘 저는 검찰개혁에 관한 두 번째 글로, 대한민국 검사들이 언제부터, 어떻게, 그토록 대단한 지위와 권력을 갖게 되었는지 그 근저를 한 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살아있는 과거사 - 독점적인 검사 권력의 실체
흔히 검사들은 ‘사법고시’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선발된 최고의 엘리트라고 알려져 왔습니다.
▲ 검찰청 ⓒ 데일리서프라이즈
그러다보니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언론에서 검사들이 발표하는 사건 보도가 나올 때마다 그들의 능력이 수준 높은 전문 지식과 특별한 자질을 발휘한 결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검사들의 능력의 90%는 ‘권력’에 다름 아닐 정도로 과도하게 주어진 그들만의 ‘독점적 권한’에서 나온 것이고, 그 권력의 90%는 곧 남의 능력을 마음껏 부릴 수 있다는 것에 있으며, 그 대부분이 지난 우리 현대사의 반역사적, 반민주적인 정치권력들에 의해 주어진 기형과 편향의 산물들일 뿐, 순전히 그들 자신의 실력만으로 능력을 발휘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형사 사건의 90% 이상이 경찰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고,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된 사건도 90% 이상이 참여 계장같은 검사 아닌 검찰 일반 직원들에 의해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검찰에서 직접 수사하는 사건의 경우도 역시 90% 이상이 경찰과 검찰 수사과 직원들, 국세청을 비롯한 각 부처와 민간 기업에서 파견된 전문 인력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들입니다.
이것은 곧 검사들이 10%의 실력으로 90%의 권력을 행사하여 100% 자신들의 능력으로 과시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같이 그들이 모든 사건을 자신들이 다 수행한 것처럼 포장하여 언론을 통해 선전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수사를 주무하는 대표성 때문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동원하고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요컨데, 우리가 흔히 보아온 검사들의 능력은 ‘비대한 권력이 만들어 낸 과도한 포장’ 즉, 허상(虛像)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대한민국 검사들의 기형적으로 비대한 권력은 그 근본이 잘못된 헌법의 역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 권력 주체는 국가와 국민, 대통령, 국회와 국회의원, 법원과 법관, 헌법재판소와 재판관, 감사원 등이고 거기에 검찰청이나 검사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국가 권력 구조상 검사는 일개 공무원일 뿐이지 헌법적 존재가 아닙니다. 검사의 지위는 「헌법」이 아닌 그 하위법인 「검찰청법」에 의해 그 자격과 권한 및 책무가 세부적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특이하게도 검사의 영장청구권 하나만은 헌법에 적시되어 헌법상의 권한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헌법 제2장 제12조 ③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
(1987년 10월 29일 개정, 공포)
분명히 검사는 물론 검찰청도 헌법적 존재가 아닙니다. 그런데 검사의 권한 중 ‘영장청구권’만은 헌법에 명시가 됨으로써 헌법상의 권한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이건 헌법의 문외한이 보더라도 아주 생뚱맞고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문구입니다. 왜냐하면 헌법에 검찰 조직이나 검사라는 주체에 대한 아무런 명시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권력 주체에 대한 행위와 관련하여 그 권한을 적시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검사 고유의 권한이라 할 소추 행위도 아닌 그 행위의 일부분인 영장청구권만을 적시한 것은 헌법의 일반적 구성 요건으로 볼 때 자기 완결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점은 위에 예시한 문제의 조항에 나오는 법관의 경우, 같은 헌법 제5장의 법원에 관한 조항에서 분명하게 규정을 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5장 법원 제101조 ①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 ③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식으로 검찰 조직도, 검사 자체도 아닌 검사가 행사하는 권한의 일부만이 헌법에 별도로 명시가 된 것일까요? 제헌의회 시절에 처음 제정할 때부터 그랬던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제헌의회에서 대한민국헌법이 제정, 공포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개정되어 왔는데, 최초 제정 이후 4차례 개정을 거칠 때까지만 해도 헌법에는 검사에 의한 영장 청구권은 물론, 검찰이나 검사에 대한 명시적 조항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박정희를 비롯한 일단의 군인들이 주도한 1961년 5.16 군사 쿠테타 세력에 의해 5차 개정이 이뤄진 1962년에 처음으로 ‘검찰관’이라는 이름으로 검사를 적시한 조항이 헌법 조문에 나오게 됩니다.
박정희 일당은 5.16 직후 군사혁명위원회를 설치하여 폭력적으로 3권을 장악한 후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였고, 군사혁명위원회를 국가재건최고회의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자칭 ‘혁명내각’이라는 것을 조직하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6일에 헌법의 효력을 가지는 소위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이라는 것을 제멋대로 제정하여 공포하고, 군정 실시 1년 후 민정 이양을 위한 헌법개정 작업을 하면서 이 때 처음으로 관련 부분을 적시하였습니다.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 5차 개정 이전과 그 이후의 관련 조항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한민국헌법 제2장 제9조 체포·구금·수색에는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 〔…〕
(1962년 10월 26일 개정 이전의 헌법)
〔…〕 대한민국헌법 제2장 제10조 ③체포·구금·수색·압수에는 검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
(1962년 10월 26일 개정 이후의 헌법)
위 두 개의 조문에서 알 수 있듯이, 5차 개정 이전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러하듯이 그냥 ‘법관의 영장’으로 되어 있던 것이 박정희 군사 정권이 5차 개정을 하면서 ‘검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와 같이 헌법상에서 검사에 대한 아무런 명문화 된 규정도 없이 그 권한의 일부인 영장청구를 명문화한 내용은 1972년 유신헌법으로 개정될 때 ‘검찰관’이 ‘검사’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9차 개정이 이뤄진 이후 2005년 현재까지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상의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첫째, 대한민국에서 검사는 헌법적 존재가 아닌 하위의 법률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962년부터 그 핵심 권한의 하나인 영장청구권을 헌법에 삽입하여 명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핵심 권력을 헌법적으로 보장받고 어떤 면에서는 대통령이나 국회, 법원보다 더 강력한, 헌법기관에 상응하는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막강한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둘째, 검사들이 이와 같은 권력을 갖게 된 기원과 배경은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우리 현대사에서 최초이자 가장 오래된 반민주적 강권통치가 시작된 5. 16군사 쿠테타 직후 그 주도 세력과 검사들이 일방적으로 관철시킨 결과입니다.
셋째, 이때부터 검찰은 정부수립 이후 이승만 독재시절에 미약하게나마 갖고 있던 상대적 자율성과 민주성을 모두 상실하고 철저한 독재의 주구로 전락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일신의 영달과 권력의 비대화를 꾀할 수 있는 유력한 기반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헌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된 검찰 권력의 독점적 위치는 우리 헌정사의 세 번째 쿠테타이자 (두 번째는 1972년의 유신 쿠테타) 광주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짓밟고 집권한 전두환 일당의 5공화국에 들어서 또 한 번의 차별화 된 특혜를 획득하게 됩니다.
박정희 보다 더 잔인한 방법으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은 집권 이후 검사들의 직급을 한꺼번에 2~3단계 이상 상향하는 파격적인 특혜를 부여하게 됩니다. 이것 역시 그때 이후 하나도 바뀌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이점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이 나라에는 초급간부공무원을 임용하기 위해 행정고시, 사법고시, 외무고시, 기술고시 등 이른바 고등고시라는 것을 시행하는데, 그 중 사법고시가 가장 인기가 높고 경쟁률도 높습니다. 그런데 사법고시에는 다른 3개의 고시와는 다른 두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다른 3개의 고시는 모두 임용고시인데, 사법고시는 자격과 임용을 동시에 보장하는 고시입니다.
즉, 행정고시나 외무고시는 해당 부처의 초급 간부를 임용하기 위한 고시이고 그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별도의 자격증이 부여되는 것은 없지만, 사법고시는 연수원을 수료하면서 기본적으로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고, 그와 동시에 티오와 성적순에 의해 판, 검사에 임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다른 3개의 고시에 합격한 사람은 임용시 5급 사무관의 직급으로 임용됩니다.
그런데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은 2년간 연수원에 재학 중, 5급에 상당하는 대우를 받고 1년간 시보를 거쳐 검사나 판사로 임용되면서 자동으로 3급(부이사관 급)에 상당하는 대우를 받게 됩니다. 3급이 어느 정도 높은 것인지 경찰과 비교를 해보면, 3급은 일선서의 서장급인 총경보다 하나 더 높은 경무관과 동급으로서 지방경찰청차장과 같은 직급입니다.
사법고시를 치르고 연수원을 거쳐 평검사가 되기까지 겨우 3년 정도 되는 갓 30 전후의 젊은 검사와, 경위에서 시작해도 30년 전후의 무수한 경력과 바늘구멍 같은 진급 과정을 거쳐 공무원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겨우 될까 말까 한 지방경찰청차장이 동급이라. 상상이 가십니까?
또한 현행법상 검사의 직급은 검사와 검찰총장 두 개로만 구분이 되어 있으나(검찰청법 제1장 제6
▲ 김종빈 검찰총장 ⓒ 데일리서프라이즈
조) 법원이 3심제의 원리에 따라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으로 구분되는 것에 대응하여 검찰조직도 ‘지검-고검-대검’으로 구분하여 조직되면서(검찰청법 제3조) 각 청을 관할하는 검사장이라는 직책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검사장들과 대검차장이 차관급입니다. 따라서 검찰 조직에는 다른 부처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많은 30여명의 차관급이 있게 되는 셈입니다. 그에 반해 경찰청은 최고 지휘관인 청장 한 사람만 차관급입니다.
행정부 산하 전 부처들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수의 차관급을 검찰조직 한 곳이 보유하고 있다? 여러분 상상이 가십니까?
3. 맺음말
일부 검사들은 검사제도의 역사적 근거를 말하면서 ‘근대 시민혁명 후에 기소와 재판이 분리되지 아니한 규문주의적 형사절차 하에서의 판사의 독점권력과 경찰권을 앞세운 행정권(군주)의 독점권력으로부터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탄생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일견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엄격하게 따져보자면, 이 얘기도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르게 왜곡된 부분이 있고, 위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의 현대사는 선진국의 역사적 발전과는 정반대로 분권이 아닌 독점과 집중의 역발전 과정을 걸어왔다는 점과, 그런 속에서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들 수 없을 만큼 과도한 권력과 파격적인 직급상의 특혜를 받은 당사자들이었다는 점에서 검찰 조직과 검사들의 현재를 합리화시켜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따지고 보면 행정부 소속의 일개 공무원에 불과한 그들이 사법고시 하나 통과했다는 이유로 초임부터 지휘부까지 저런 막강한 헌법적 권한에 더하여 비정상적인 고위 직급을 대량으로 부여받는 것은 아무런 국민적 합의 절차도 거친 바가 없음은 물론, 시민 사회의 상식에 비춰봐도 전혀 합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검사들은 지금이라도 그들이 보유한 과도한 권력과 특혜가 쿠테타에 의한 권력 침탈이라는 뒤틀린 헌정사에서 시혜로 주어진 오욕으로 점철된 부끄러운 유산임을 자백하고, 국민 앞에 통렬히 반성해야 함은 물론, 국민주권의 이름으로 시급히 박탈당해야 마땅할 권위주의정권 시절의 훈장들에 다름 아님을 자각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검찰 개혁은 뒤틀린 과거사를 바로잡는 과제의 일환으로서 뿌리부터 열매까지 모두 해체하고 검찰의 위상과 검사의 직책 및 권한, 그 모두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살아있는 과거사의 청산 작업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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