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철기자] 안기부·국정원 불법감청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14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대해 혐의를 발견할 수 없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등의 사유로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5개월여동안의 검찰수사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한 차례 소환 통보도 없이 85개 항목에 대해서만 서면조사를 벌인 뒤 수사를 마무리, 향후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안기부·국정원 불법감청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이날 안기부와 국정원의 불법감청 사건과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 부회장, 홍석현 전 주미대사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학수 부회장을 비롯해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 등 당시 삼성그룹 재무팀 핵심 관련자 전원과 16개 삼성 계열사 회계담당 직원 등 31명을 조사했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건희 회장에 대해 85개 항목에 이르는 서면조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건희 회장 등이 지난 97년 대선 직전 여·야 대통령 후보측과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정치자금과 `떡값`을 건넨 의혹 등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안기부 불법감청 녹취록에 등장했던 홍석현 전 대사와 이학수 부회장은 지난 97년 당시 이회창 후보측에 40억~50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검찰은 당시 김대중 후보에 대한 30억원의 정치자금 제공설도 김 전 대통령이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홍석현 전 주미대사로부터 정치자금을 제공받았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없다며 무혐의 종결했다.

검찰은 지난 97년 당시 이건희 회장의 재산의 경우 예금 형태로 900억원 정도를 관리됐으며 사전에 현금으로 출금시켜 보관하고 있던 것을 제공했다는 관련자 진술에 따라 계열사 자금을 빼돌렸거나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고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또 전·현직 검사 등 10여명이 이건희 회장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홍석현 전 대사, 이학수 부회장의 경우 그동안 검사들에게 금품제공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고 고발된 전·현직 검사들도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무혐의 처분했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97년 이건희 회장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98년 환란사건기록을 전면 재검토했고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전 대사가 모두 금품제공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등 혐의 사실을 입증할 수 없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그러나 김영삼 정부시절 안기부 불법감청 조직인 `미림팀`이 만든 불법감청 테이프 274개의 내용의 경우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제약과 공소시효 문제 등으로 인해 `불법감청자료 내용수사는 불가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다만 646명에 대해 불법감청이 이뤄졌고 사안별로는 94년 당시 야권통합 움직임과 관련한 야권동향 등 압수한 불법감청자료에 대한 일반적인 정황만을 적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른바 `안기부 X파일` 내용을 보도한 이상호 MBC 기자 와 월간조선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노회찬 의원 불법감청 테이프 내용공개와 관련해 노 의원이 국회 일정 등의 사유로 출석일정이 조정되지 않고 있지만 게재 경위 등 조사가 필요하고 이부영, 김영일 전 의원 등도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어 불법감청 문건 입수 경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