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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 2인자인 서울경찰청장(치안정감)의 사직, 경찰 내 서열 넷째 계급인 경무관 1명과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 2명의 검찰 수사 의뢰, 징계 대상자 12명….
감찰 결과가 발표된 25일 경찰은 충격에 휩싸였다. 경무관 등 수사지휘자 4명이 줄줄이 직위해제를 당하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전례가 드문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1987년 고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박처원 치안감 등이 검찰에 구속된 사례 등이 간혹 있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공안.시위.개인의 독직(瀆職)과 관련된 사건들이었다. 형사사건 처리에서 수사 외압이나 지휘 소홀 책임과 관련한 무더기 징계사태는 사실상 처음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62년 경찰 역사상 최악의 수치"라며 참담한 표정들이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수십 년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경위)는 "슬픔을 넘어 굴욕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서의 간부(경감)는 "경찰 개혁을 위해 약을 먹은 셈 치고 싶지만 써도 너무 쓰다"며 "수뇌부가 청탁을 받고 수사에 압력을 넣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검찰에 사실상의 재수사를 지시했다는 점은 경찰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경찰 자체 감찰에 대한 청와대의 불신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만약 검찰 수사에서 경찰 간부가 단돈 얼마라도 한화 측으로부터 받은 혐의가 나올 경우 경찰 수사권 독립을 계속 주장할 수 있을지 난감하다"며 "국민의 불신은 더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이택순 경찰청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부하들이 수사 소홀의 책임을 모두 떠안은 채 징계를 받고 수사를 당하는 상황에서 이 청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청 간부는 "청와대의 검찰 수사 지시는 사실상 이 청장에 대한 불신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한화증권 감사와 용산고 동기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국회 행정자치위에서 제기된 상태다.
수사를 담당했던 남대문경찰서도 침통한 분위기였다. 경찰청 감찰 결과를 TV로 지켜보던 경찰관 사이에선 '아…'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날 직위해제된 장희곤 서장은 하루 종일 서장실 안에만 머물다 오후 6시쯤 기자들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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