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어느날 저녁 10시경
교회에서 집으로 가던 중 횡단보도 앞에서
쿵하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다보니
옆 횡단보도에서 어린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승용차와 추돌하여 넘어져 있었다.
신호는 보행자 파란등이었다.
나와 아내는 그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는 무릎팍이 까지고 피를 흘렸다.
처음에는 쓰러져 있던 소녀가 잠시후 일어나
그냥 도망치려고 하였다.
겁이 나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그 어린 소녀(중학교 1학년)가 혹 더 다친 곳이
없는가 싶어서 아픈 곳을 물었고, 소녀는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교통사고는 그 순간에는 괜찮다 싶어도 시간이
지나면 아픈 곳이 드러나는 법.....
소녀를 진정시키고 그냥 가면 안되고, 병원에 가봐야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성년자이기에 부모에게 연락을 해 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부모님 연락처, 집 전화번호를 물었다.
소녀는 알려주지 않았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부모님이 아시면
자전거를 절대로 못타게 하니까 부모님에게 연락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그냥 도망칠려고 하였다.
역시 철없는 사춘기 소녀다운 발상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중학생 아들이 있는지라...딸 같기도 하고....
그냥 그 어린 소녀를 보내줄 수가 없었다.
어린 소녀의 핸드폰을 달라고 하여....단축번호로 통화할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어린 소녀는 부모님에게 절대 알리면 안된다고 고함치며 울었다.
옆에서 쭉 지켜 보고 있던 50대 중반의 아저씨가.....애야! 내가 쭉 지켜
보고 있었는데...이 아저씨 참좋은 사람이네...아저씨 말을 들어!....
라고 했다.
그러나 철없는 소녀는 자기 집이 바로 옆의 아파트 0000동이라고 하면서
그냥 가겠다고 했다.
그날은 날씨가 매우 추운날이었는데....내가 대충 마무리 짓고 가면 그만이었지만...
횡단보도에서 승용차와 자전거를 탄 중1의 어린 소녀가 추돌사고가 났고,
소녀가 피를 흘리고 있는데...소녀가 그냥 도망치게 내버려 둘수가 없었다.
최소한 부모님이나 경찰에게 인수인계를 해 주고 갈찌라도 그냥 그렇게
끝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른으로써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일뿐 아니라 나 역시 중1의 아들을
둔 부모로써 도저히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10여분의 실랑이에도 소녀가 부모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길래 어쩔수 없이
가해 차량 운전자와 애기를 해서 119를 부르든지...경찰에 신고를 하자고 했다.
결국 112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거의 10분정도쯤 지나서 온 것 같았다.
나는 목격자로써 간단하게 경찰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대략 30초에서 1분정도)
아이가 심히 불안해 하니까 걱정이 된 나는 고참인듯한 경찰에게
(그 경찰관 이름도 기억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밝히지 않기로 함)....
그 소녀가 바로 옆 아파트의 0000동에 살고 있다고 한 마디 더 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추운날 거의 30분 가까이 추위에 덜덜덜 떨면서
있던 현장을 벗어나 집으로 갈려고 하였다.
그런데.....마지막 그 한마디를 듣던 고참 경찰관이 큰 소리를 질러대었다.
좀 가만히 계세요...왜 경찰하는 일에 참견합니까? 그냥 조용히 계세요~!
왜 말이 많습니까?~@ 등등 한참 고함을 치며 나에게 분노를 폭발시켰다.
얼마나 소리를 크게 질러댔든지 그 소리는 주변에 크게 울려퍼졌다.
나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경찰관이 그렇게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 스스로 반문하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나 나는 결코 잘못한 것이 없었다.
경찰관에게 당연히 목격한 일을 진술했고, 빨리 진술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고픈
심정뿐이었고....추운 날씨 30분은 내 온몸을 덜덜 떨게 했기 때문에 나는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픈 심정뿐이었다.
그런데....그렇게 착한 일을 한 나에게 마치 범죄인 다루듯, 가해차량 운전자에게
범죄사실을 다루듯 나를 심문하고, 고함치는 경찰을 마주하자....
온몸이 다 떨렸다. 추운날씨도 날씨였지만, 경찰관의 강압적이고, 권위적이며
국민위에 군림하는 자세가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도대체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내가 잘못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혹자는 이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경찰을 귀찮게 했으면 경찰이
그렇게 했겠어~! 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정말 그건 아니였다. 절대로 그건 아니였다. 나는 너무나 억울하다....
나는 경찰의 고압적인 자세가 잠시 기가막혀 말을 못하고 듣고 있다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되지 않고, 억울해서.....나는 경찰관에게
따져 물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마치 범죄인 다루듯이...피의자를 다루듯이
고함을 치고 그러시는데~ 왜 그러십니까???......민주주의 경찰이 목격자에게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겁니까???......
하고 반문했다.
그러자 그 경찰관은 히스테리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큰 소리를 계속떠들며
나를 몰아세웠다.
그래서 나는 어쩔수 없이 내 신분을 밝히며 말을 이어갔다.
....저도 이 근처 교회 목사인데요...말씀이 지나치지 않습니까....계속 이러시면
저 경찰서에 당신을 고발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경찰관은 꼬리를 내렸다.
나중에는 나에게 사과를 했지만....건성으로 들렸고, 사과를 하는 중에도
제가 고함치고 한 것은 사실이니까 죄송하구요....하면서....어쩌고 저쩌고
또 잔소리를 하면서 나의 잘못을 추궁하였다. 그 인간의 말인즉 자신이
처리를 하고 수사를 하는 것에 끼어들었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는 것이다.
참~ 어이가 없어서~
나는 경찰관의 수사에 관여할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너무나 추운 날씨에
30분 가까이 노출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너무 추워서 내가 목격한 내용을 빨리
알려주고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고, 그래서 목격한 내용을 간단히 알려주었을
뿐이었다.
그날은 너무나 추웠기 때문에 사실 옆에서 교통사고가 났든, 말든 그냥 내 갈길을
가면 끝이었다. 그러나 어린소녀가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난 것을 차마 그냥 보고 갈수가
없어서 아이를 설득해 가면서 부모에게 연락을 해 줄려고 노력을 했고, 결국 경찰을 불러
인계를 해 주며 목격담을 간단히 알려 줬을 뿐인데....나를 범죄인 다루듯이 고함치며
한참을 대망신을 주다니.....이럴수가!!!!
경찰이 이런 태도로 나오면 과연 누가 목격자로써, 또는 사고현장에서 부상자를 구호하는
일에 관여할 마음을 가질 수 있겠는가!!!!
분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지만, 속상한 마음을 가눌길이 없었다. 그렇지만 심호흡을 길게
하면서 마음을 추스렸다. 마음이 어느정도 추스려지자 한 사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사고 가해자 차량 운전자에게 대한 미안한 마음이었다.
괜히 경찰을 불러서 문제를 확대시킨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해자 차량 운전자의 전화번호를 사고당시 받아놓았기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
....저 선생님! 아까 사고현장의 목격자입니다. 횡단보도 사건인데....경찰을 불러 문제를 확대
시킨 것 참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벌금도 꽤 나오실 것인데 말입니다...애가 부모님 연락처만
알려줬더라도 굳이 경찰을 부르지 않고, 해결할수도 있었을 것인데...애가 하도 안알려줘서
저도 어쩔수 없이 그렇게 했습니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가해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어차피 제가 처리해야 할일이었구요....선생님 같은 분만 계시면
우리나라가 참 밝아질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오히려 경찰관보다 가해자 차량 운전자가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예전에 군부독재시절에 경찰이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민주화되고 난 후, 경찰이 좀 부드러워지고, 국민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이번 정권이 바뀌고 난 후에, 경찰의 태도가 아주 무섭게 변한 것 같다.
국민을 마음대로 짖밟았던, 국민의 점령군이나 일본순사의 강압적 태도를 내가 느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렇게 경찰의 모습이 권위적이고, 강압적이며, 점령군 행세를 하며 국민을 억압하는 태도를
보일까???....물론 경찰의 전부가 이런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경찰들은
정말 훌륭한 국민의 보호자와 파수꾼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본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정권이 바뀌면서 경찰의 태도가 돌변한 것 같다.
촛불시위를 진압하던 때부터 경찰은 국민을 보호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질서를 지킨다는
명분하에...정권을 지키기 위해 마음껏 곤봉을 휘두르고, 방패고 찍고, 물대포와 소화기로 쏘고,
유모차 부대를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면서, 순수한 시민들을 마구 잡아가며 욕을 하던 그
모습으로 변한 것 같았다.
촛불시위때는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하더라도....평상시 생활에서 경찰이 권위적이고, 점령군
행세를 하거나...일본순사처럼, 군부독재시절처럼 국민을 핍박하고 협박해서야 되겠는가!!!
경찰은 국민의 보호자요, 파수꾼이며, 심부름꾼이다.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일부 불친절 경찰관과, 일부 점령군 행세를 하며, 국민을 범죄인 다루듯이 하는 경찰관은
각성하고 경찰관 본분의 자세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추신) 한 달이나 넘게 지나서 이 글을 올립니다. 한 번쯤 함께 생각해 볼 이유가 있다고 싶어서 글을 올려 봅니다. 정권이 바뀌고 난 후의 경찰관들의 요즘 태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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