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서 순찰지구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입니다.
요즘 언론에서는 경찰관들이 <수사권조정에 몰두하느라, 민생치안은 뒷전>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보도에 별로 기분이 상하지 않고, 그러한 보도를 내보내는 언론기관이나 기자들에게도 별로 서운한 마음도 없습니다. <경찰이 바로 서면 민생치안도 바로 서고, 이 나라도 명실상부한 선진국가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께서도 저희들의 순수한 열정과 충정을 이해해 주시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또, 저는 <경찰-검찰의 수사권조정>은 반드시 "검찰이 스스로 앞장서는 수사권조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우리 한국사회가 성숙된 사회로 진일보 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경찰관들이 수사권조정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또 순찰근무를 마치고 지치고 피로한 몸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검찰에서 결단을 내려줄 수는 없는 것입니까? 검찰이 마음 속으로 동의하지 않는데, 외부의 힘을 동원해서 하는 수사권조정? 수사권 조정 때문에 양 기관이 서로 경쟁적으로 외부의 힘에 의지하려 하고, 더 큰 힘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힘 겨루기를 한다? 국가공직자로서 국민들에게 송구스러운 일이 아닙니까? 검사들도 이제는 <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파트너>로서 경찰을 인정해주고, 그들로부터 마음으로 존경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 검찰의 발전을 위해서도 훨씬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수사권조정이 검사들에게서 뭘 빼앗아서 경찰에게 주는 것입니까? 한국의 검사들에게는 50년 전에 만들어진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권한>이 <天賦的 權限>이라도 되는 것입니까? 일부 검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찰 중에서도 수사권조정 간절히 바라지 않는 경찰관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경찰관들 정말 불쌍하고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그 사람들은 이미 그만큼 긴 세월동안 길들여져 버렸고 진취성과 의욕도 많이 잃어가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대한민국 검사들은 그 사람들(검사에게 지휘 받는 것이 더 편하다는 자조적인 말을 하는 경찰관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수사권조정을 염원하는 경찰관들, 무슨 권한을 많이 갖겠다는 의도는 추호도 없습니다. 오히려, 수사권 조정되면 이제까지는 경찰관들의 실수나 위법행위에 대해서 검찰에서도 어느 정도 눈감아 주던 관행도 사라지게 되리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어지고 많은 책임이 뒤따르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찰이 수사권조정을 간절히 염원하는 이유는, 단지 선진 대한민국 경찰로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진 정말 멋있는 경찰로 살아보겠다는 바램과 소망입니다.
그리고 요즘처럼 수사권조정으로 검찰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된 것, 그 자체가 무척 불편한 경찰관들도 있을 겁니다. 깊이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에게 문제가 많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검찰과 조금 불편한 관계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경찰관들이 이 나라,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경찰관들이 아닌가 합니다. 혹시, 경찰조직 내에 국민에게 해가 되는 부패하거나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찰관이 있다면, 검사들은 이들을 지휘할 것이 아니라, 철저히 수사해서 처벌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경찰-검찰의 관계는 무조건적인 대립보다는, 양 기관 내에서 정의롭고 꼭 필요한 "검사", "경찰관"과 일부 그렇지 않은 "검사" 혹은 "경찰관"을 구분하고 선별하는 구도로 가야 할 것입니다.
검찰은, 경찰이 자긍심을 가진 정의롭고 진취적인 선진경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휘>가 아닌 철저한 <사후통제와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전국의 경찰관들은 한국 검찰이 지금이라도 그러한 마음의 결정을 하여 주기를 간절히 정말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저의 글을 마칩니다. 한국 검찰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광주북부경찰서 지구대장 김용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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