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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떡값 검사' 수사 할 생각 있나?
진상조사 한다더니 차일피일... 경찰 수사팀 "검찰 지휘 받아야"
	최경준(235jun) 기자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 검찰 깃발.

'X파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전·현직 검찰간부에 대한 수사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어 비판 여론이 거세다.

특히 떡값을 받은 전·현직 검찰 간부들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는 했지만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어서 본격적인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종빈 총장, 기강확립 차원에서 진상조사 한다더니...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난달 25일 안기부의 도청테이프에서 떡값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 검찰 인사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정식) 수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그러나 (검찰) 내부 기강확립 차원에서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김 총장은 떡값을 받은 검찰 간부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어떤 가시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소환된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상대로 전·현직 검찰 간부에게 떡값을 줬는지 추궁한 것이 전부다.

17일 검찰의 한 관계자는 "(떡값을 받은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감찰팀이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아직 도청 실태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떡값을 받은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는) 그 수사가 끝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청테이프 유출 및 유포 수사와는 별도로 검찰 내부 기강확립 차원에서 즉각 진상조사에 나설 것이라던 김종빈 총장의 애초 발언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검찰 "고발장만 가지고 경찰이 어떻게 수사하나?"

경찰 역시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관련자 소환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검찰이 도청테이프의 내용 부분에 대한 수사 여부를 아직 결정하고 있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경찰 특수수사팀은 17일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문규현 신부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벌였다. 김수환 경찰청 특수수사과 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고발인에 대한 조사가 끝난 만큼 자료를 확인해서 검찰과 협의를 해야 한다"며 "조만간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수환 팀장은 "고발인이 피고발인에 대해 언론에서 거론되는 H 등 이니셜로 적시하고 있어서 피고발인의 명단을 특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떡값을 받은 전·현직 검찰 간부의 명단을 특정해야 본격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검찰에 도청테이프 등의 자료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검찰이 아직 도청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에 그 부분을 먼저 수사하도록 지시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검찰이 경찰 수사마저도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고발장만 가지고 있는 경찰이 어떻게 (검찰 간부를) 수사 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결국 떡값을 받은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가 검찰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 이번엔 진짜?

이에 앞서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지난 13일 "삼성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도청테이프 유출과 도청 실태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는 것이냐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로서도 '삼성 봐주기냐'는 외부의 비판이 빗발치는 데다 검찰 고위 간부들의 떡값 수수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수사를 마냥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법증거를 근거로 수사할 수 없다"던 검찰의 초기 입장 때문에 수사 의지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이학수 부회장을 조사한 뒤 떡값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언론노조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검찰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환부를 도려내는 일에는 전혀 착수하지 않고 있다"며 "검찰 자체에 대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검찰의 수사 의지나 수사결과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또 "지방의 검사장으로 재직 중인 H씨의 경우, 홍석현씨와 특수 관계에 있으므로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며 "그를 검찰에서 떠나게 하는 것만이 불신의 씨앗을 제거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우리는 더 이상 '쇼'를 원하지 않는다"며 "쇼를 벌이는 게 아니라면 뇌물검사들이 도대체 누구였는지 밝히고 그들을 퇴진시켜라"고 주장했다.


	2005-08-17 20:12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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