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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청장님 기사 빼달라" 압박성 공문

한국일보 기사전송 2008-05-30 03:20

어청장 동생 관련 방송 게시후 댓글 이어지자
사이버대응센터, 포털사이트에 "명예훼손 소지"
경찰청이 어청수 청장 관련 기사와 게시물을 올린 포털사이트 운영회사 측에 삭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두 차례나 보낸 것으로 29일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8일 네이버 등 17개 포털사이트 운영회사 측에 공문을 보내 “지방의 한 방송사가 지난달 말 보도한 어 청장 관련 기사와 게시물은 명예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관련 법에 따라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경찰청은 이 달 초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포털사이트들은 어 청장 동생이 대표인 한 호텔 유흥주점이 불법 영업을 했는데도 경찰이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방송 보도를 올렸고, 곧바로 관련 댓글과 블로그 수 백 여 개가 붙었다.

해당 사이트들은 경찰청 요구를 받아들여 관련 기사를 삭제하는 등 다른 이용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어 청장 동생은 투자만 했을 뿐 영업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이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포털사이트 기사와 게시물 삭제 요청은 피해 당사자나 대리인 등 개인만 할 수 있지만 경찰청은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통해 공문을 보냈다. 특히 두 번째 공문을 보내기 전에는 문서 대신 구두로 삭제 요청을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한 포털사이트 측은 “통상 포털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특정인을 위해 공문을 보내 압력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고, 정해진 절차와 다른 부분이 있지만 바꾸라고 요구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찰 총수 개인의 명예 훼손은 조직 전체의 명예와 직결된다”며 “특히 (어청장 관련보도가)경찰의 촛불집회 대응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겹치면서 경찰 전체 이미지를 훼손시킬수 있다고 판단해 삭제를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박상준 기자 [email protected] 109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