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검찰경찰비리 > 검찰 뇌물수사 하면서 ‘사생활’ 걸어 압박

검찰, 이래선 안된다 <하> 변칙수사 논란 2003년 이후 수사도중 9명 자살 “아무리 털어도 안 나오니까 끝내는 거래 업체를 압수수색 하더군요. 그 사무실에 있는 PC를 몽땅 가져와 버리니 ‘업무를 할 수 없다’고 난리가 났죠.”

로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그 일로 거래가 전부 끊겨서 거의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고 했다. 검찰 수사를 받아본 사람들, 특히 기업인들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속담을 빗대, “먼지가 날 때까지 터는 게 검찰 수사”라고 말한다.

검찰이 자체 인지(認知)한 비리나 뇌물 수사일수록 이런 식의 변칙적인 압박이 잦다는 것이다.

검찰 압수수색의 문제는 이용훈(李容勳) 대법원장도 지적했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해 3월 판사들에게 “(수사에 1년치 장부만 필요한데도) 법원이 몇 년치를 발부해주는 바람에 기업활동이 중단되는 사례도 있다”며 “실제 수사에 필요한 부분만 엄격하게 발부하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발생한 피의자 사망사건 이후 검찰은 밤샘 조사를 금지하고, 변호인 입회를 확대하는 등의 수사관행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은 오히려 그때부터 늘었다.

검찰에 따르면 97년 이후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살한 14건 중 2003년 이후 자살 사건이 9건이다. 정몽헌 전 현대아산이사회 의장, 안상영 전 부산시장, 박태영 전남지사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먼지 털기’식의 변칙적인 압박이 자살의 한 요인이라고 본다. 뇌물 수사를 하면서 본안과 무관한 여자문제, 개인비리를 캐내 들이대면 피의자들은 자포자기나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B변호사는 “오히려 참고인에 대한 압박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핵심적인 사실과 별 관계없으니 이러저러하게 진술한 것으로 하자”고 요구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협박을 하는 사례도 많다는 것. 이번에 문제가 된 백모(39) 검사의 사례는 이런 관행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참고인으로 불려간 뒤 ‘협조하지 않으면 오너의 비자금 문제를 캘 수밖에 없다’는 압박에 밀려 검사가 원하는 진술을 했다는 기업 임원도 있다”고 말했다. 참고인이라 해도 검사가 계속 소환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족과 친지 등 피의자 주변 인물을 소환하거나 이들의 계좌를 저인망식으로 뒤져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방법도 동원된다.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았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온 가족과 친인척 계좌까지 낱낱이 추적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2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현대차 수사과정에서 자살한 박석안 전 서울시 국장은 검찰이 자신의 처남을 소환하는 등 수사가 확대되자 “친지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줄이고…”라는 내용의 유서을 남겼다.

지난해 바다이야기 사건 때 법원은 여러 차례 검찰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차명계좌 사용이나 ‘국민적 의혹’이 있다고 해서 친인척뿐 아니라 친구 등 ‘별의별 사람’을 다 넣어 100여명에 가까운 주변 인물의 계좌를 추적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등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일단 발을 묶고 보자는 식의 출국금지 남발, 구속 중인 피의자를 오전부터 불러내 하루 종일 구치감에서 대기하게 하다가 밤 늦게서야 조사하는 수사 관행도 개선돼야 할 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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