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상품권도 단속해요 ?”
‘바다이야기’수사 종결…‘여전한 불법영업 현장’ 르포
▲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 인근의 한 성인오락실이 간판을 떼어내고 유리창을 검은 코팅으로 완전히 가린 채 영업을 하고 있다. 곽성호기자
23일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바로 그날 밤에도 서울 영등포와 강남 일대 성인오락실은 여전히 손님이 넘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업 중이었다. 경품용 상품권을 지급하고 이를 환전해주는 불법행위도 그대로였고, 간판조차 내걸지 않고 영업을 하는 탓에 단속은 더욱 어려워졌다. 게다가 일선 지구대에서는 경품용 상품권 지급을 단속할 수 있는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해 혼란을 빚기도 했다.
◆상품권 지급에 버젓이 환전까지=23일 오후 8시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근처 한 성인오락실. 10평 남짓한 공간에 손님 10여명이 앉아 바다이야기와 비슷한 ‘파이어버드’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2만원이 쌓이자 5000원권 경품용 상품권 4장이 자동으로 배출됐고, 환전을 요구하자 업주는 호출버튼을 눌렀다. 즉시 응답신호가 왔고, 주인의 지시대로 바로 옆 노래방 쪽으로 가자 40대 남성이 나와 경품용 상품권을 1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2장으로 교환해줬다.
영등포역 근처 다른 오락실들도 한창 성업 중이었다. ‘사해 용왕성’ 게임기를 구비해 둔 또다른 오락실은 30여평 면적에 게임기가 100여대나 되는데도 종업원이 “빈 자리가 없습니다”라고 안내를 해야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주로 40~50대 남성인 손님들은 상품권을 수십장씩 손에 쥐고 게임에 몰두했다.
이날 오후 9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지하철 논현역 주변에서는 거의 완전히 뿌리가 뽑혔다던 스크린경마장까지 버젓이 불법 환전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카운터에는 ‘상품권 교환 안됨’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았지만 이는 위장일 뿐이었다. 돈을 걸고 얻은 점수를 100점당 5000원으로 환산해 아예 즉석에서 현금으로 바꿔줬다. 안내문을 보고 돈을 못 받을까 걱정하는 손님에게는 “점수 보고 우리가 직접 환불해주니 걱정하지 말라”고 종업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주기까지 했다.
◆쉽지 않은 단속=게임 업소들의 불법 영업이 여전히 성업 중이지만 단속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바다이야기 집중단속 이후로 업소들의 대비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논현역 근처 스크린경마장에는 아무 글씨도 적혀 있지 않은 흰색 간판만 달려 있었다. 유리창은 검은색이고, 안쪽에서 다시 검은 커튼을 쳐 불빛조차 밖으로 새나가지 않았다. 출입문 쪽에는 직원 4명이 창가에 서서 밖을 감시하기까지 했다. 영등포역 일대 성인오락실들도 내부가 보이지 않게 검은색으로 가렸고, 간판 없이 ‘영업합니다’라고 적힌 조그만 팻말만 하나 내걸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상당기간 잠복을 해야 불법영업을 적발할 수 있고, 업소와 경찰이 숨바꼭질을 하다 보니 정보수집 등에도 시간이 걸려 단속이 쉽지 않다”며 “일주일에 한 건 단속하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단속 경찰이 상품권 지급 자체가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발효된 개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오는 4월29일부터 오락실 경품용상품권 지급을 금지하도록 일정기간 유예하는 조항을 뒀지만, 22일 기준으로 모든 상품권업체들이 경품용상품권 지정을 철회하면서 현행법상으로도 오락실의 상품권지급이 불법경품지급에 해당하게 됐다. 그러나 이날 한 일선 지구대는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환전사실을 적발하지 못하면 상품권 지급만으로는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상급 경찰서에 확인한 뒤에야 부랴부랴 단속에 나서 오락실 업주를 붙잡았다.
한편 성인오락실 업주의 불법영업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낸 혐의(공갈)로 회사원 김모(46)씨가 서울 강동경찰에 25일 불구속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4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동구 암사동 박모(45)씨의 성인오락실에 찾아가 “지정고시가 취소된 문화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60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2차례에 걸쳐 8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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