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소년 다윗이 푸릇푸릇한 기운이 넘치는 새생명이 가득한 새싹이라면 거인 골리앗은 다윗의 물맷돌에 맞아 떨어진 낙옆같은 존재다.

시작할 때는 누구나 낡은 기성세대를 타파하고 새로운 그무엇을 창조하고자 출발하나 어느덧 세월이 지나면 헌누더기를 기운 것 같은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는 게 구습에 젖는 정치인이다.

그래도 여정은 있게 마련이다. 시작과 끝이 거의 한시대에 나타나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의 경우가 그렇다.

고르바조프의 위대한 자유선언이 스라브 민족으로 하여금 구소련 공산독제 체제를 붕괴시켜 러시아란 새제국을 탄생시켰다. 오랜 공산체제의 종말은 갓태어난 신흥국가 러시아의 경제붕괴로 이어졌다.

경제붕괴에 러시안들은 한동안 헤멨다. 먹고 살기 위해 러시아 여성들은 한국까지 진출했다. 우리도 그때 IMF를 당해 경제가 불안정했으나 그래도 그때까지 굴러오던 여파로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2000년도 초반이었다. IMF여파로 한국의 중소 건설업 50%가 전멸했다.나도 그중에 하나였다. 시중에 그 많던 돈이 아주 씨가 말랐다.은행금리가 년리12%를 왕래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나는 워커힐 건너편 한강변의 천호대교 옆 공구상가 타운에 BOSH전동공구 대리점을 열었다. 입에 풀칠하기 바빴다. 재산이 있어도 유동성 현금이 안되는 경우는 소용없었다. 국가 경제 붕괴란 어떤건지 그때 절실히 처험했다.

생전 처음하는 전동공구 판매상은 최소 몇십억 단위로 수주되던 종전의 건설업에 비해 양이 차지 않았으나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다. 그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기뻣다.

어느날 同種업계의 친구가 찾아와 지금의 천호동 현대백화점 뒷골목 돼지 갈비집서 저녁식사를 하게됐다. 돼지갈비 굽는 연기속에 누가 양말세트를 내밀었다. 쳐다보니 순박한 티가 보이는 러시아서 온 어린여성이었다.대학생 같았다. 뭔가 절박해 보였다. 당장 필요치도 앉은 양말 한세트 사는 것 외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러시아 말로 고맙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의지를 가지고 양말을 파는 그 뒷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고향가는 여비를 마련하는 것이리라.

그당시 러시아가 그랬다. 그때 부틴 대통령이 나타나 러시아를 이끌었다.물론 세계경제가 희복되면서 원유가격이 오른 덕에 러시아경제는 회복되고 푸틴 대통령의 리더쉽을 러시아 국민은 인정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그는 러시아의 다윗이었다.2번 연거푸 대통령을 지낸 그는 그러나 재임으론 만족할 수 없었다. 후배를 대통령에 앉히고 총리에 취임한 편법의 그를 세계는 어떻게 보았을까? 거기다 다시 대통령에 취임해 러시아 헌법을 사실상 묵살했다. 이걸 또 한국에서도 벤치마킹을 시도했으나 러시아서 통과한 게 한국에선 어려웠다.

뭔가 무리수를 두면 다음 단추도 제구멍에 넣기 어렵다. 국민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단 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선 그다음도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마치 공부 못하는 학생이 사고쳐 주위의 주목을 끄는 것처럼,

지난해에 한국에 달려와 우리에게 북방 인프라를 떠 맡기고 간거나 동계올림픽 금매달을 강탈한거나 다름없는 판정을 한 거. 지금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같은 사건도 같은 맥락서 보면 이해가 간다.

러시아의 경제를 살린 부틴이라는 위대한 다윗은 살라지고 이제 그는 골리앗이 됐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게 세상이치다. 다윗이 나타나면 사라져야 하는 골리앗의 종말을 걷고 있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