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착각 말라. 잘해서 찍어준 거 아니다
민주당 꼴, 하도 같지 않아 원님 덕에 나팔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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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당황했을 것이다. 무척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국민들이 정당을 데리고 논다. 정당들도 이번에 확실하게 알았을 것이다. 건방 떨다가는 철퇴를 맞는다는 것을.

7월 28일 ‘은평을’과 ‘충주’의 투표율이 높다는 보도가 나온 후 TV를 보니 여·야당 지도부의 얼굴이 확 달라졌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얼굴은 꺼멓고 민주당의 얼굴을 밝았다. 재래식 사고에 의한 지레짐작 때문이었다.

보선에서 투표율이 높으면 여당에 불리하고 야당에는 유리하다는 날라리 정치평론가들의 재래식 분석 때문이었다. 오후 들어 ‘은평을’과 ‘충주’의 투표율은 모두가 놀랄 지경이었다. 한나라당은 ‘망했다’고 했을 것이고 민주당은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개표가 시작됐다. 이런 세상에.! 여야의 표정이 바뀌었다. 한나라당은 희색만면이고 민주당은 쇠똥 씹은 얼굴이다. 한나라당의 논평이야 들으나 마나고 민주당의 박지원 대표가 한마디 했다. “국민이 무섭다” 이제 아셨수.

섭섭하지만 민주당이 왕창 깨진 거 당연하고 잘 됐다. 애들은 매 맞으면서 큰다고 했지만 민주당이 이번에 호된 매를 맞고 제대로 크기나 할는지. 하는 꼬락서니 보니 싹이 아직 노랗다.

칼럼을 쓰는 바로 지금 이 시간(오전 7시 40분) 민노당의 이정희 대표가 손석희 교수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생방송을 하고 있다. 민주당에게 권 하건대 이 방송을 풀어서 민주당 당보에 실어주기 부탁한다. 배울 건 배워야지. 배워서 남 주는 거 없다.

벌써 시끄럽다. 심판은 받았지만, 당권이라도 잡아야지. 상투 잡고 싸운다. 쇄신연대인가 뭐라나 하는 사람들이 칼을 간다. 박주선은 개인성명까지 낸다. 김영진은 근엄한 표정으로 뭔가 읽어 내려간다. 가소롭다. 국민은 그들을 뭐라고 부를까. 참자.

정동영이 웃고 있을까. 당권 두 번 차지했고 평가도 받았고 대통령 출마도 해 봤는데 아직 뭐가 남았나. 당권보유 기록 깰 욕심인가. 대통령 후보가 꿈인가. 참 집요하다. 그렇게 모르나. 정동영이 당권 도전하면 민주당도 정권 찾아올 생각 미리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쇄신연대도 먼저 목욕부터 하시길.

광주시민들이 혼을 내 줘야 하는데 늦었다. 민노당이 한나라당 2중대라고 하면서 색칠을 했을 때 혼쭐을 냈어야 한다. 옛날 같지가 않다. 그러니 이용섭 같은 사람이 기자회견을 할 만용이 생겼겠지. 다음 총선에 손 좀 봐 줘야 한다. 민주당이 사는 길이고 호남이 다시 민주화 중심에 서는 길이다.

시인 ‘바이런’이 말했다. 하룻밤 자고 나니 유명해 졌다고.

이번에 유명해 지고 인정받은 것은 누구인가. 국민이다.

정말 놀랐다. 이렇게 확실하게 국민의 힘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다. 이런 거 모르는 정당은 망하기 마련이고 망해야 싸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이겼다. 지각이 있다면 국민들이 한나라당 잘해서 지지했다는 망상은 안 할 것이다. 그러나 하도 한심한 사람들이니 또 모르지. 국민의 사랑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을지. 착각은 자유라던가.

운동시합을 할 때 내가 잘해서 승리를 하는 것이 정상적이나 때로는 상대가 너무 못해서 이기는 경우도 있다. 이번 7.28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은 솔직히 민주당이 죽을 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 괜히 까불다가 다시 나락이다.

분명하게 정리를 해 주마.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민주당 찾아가서 고맙다고 절을 해야 한다. 생각해 보라. 6.2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이 잘 한 것이 뭐가 있는가. 강용석이나 조전혁에게 물어보라. 아마 그들은 잘한 거 있다고 할 거다. 한나라당이 그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기를 빈다. 

사실 국민들도 고민을 했을 것이다. 특히 ‘은평을’과 ‘충주’주민들이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이거 민주당을 찍어? 아냐. 이것들 건방 떠는 거 보니까 혼 좀 나야 돼. 그럼 한나라당을 찍어? 미치겠구나. 좋다. 이번에 민주당 철 좀 들라고 한나라당 찍어주자. 다음 총선이 있으니까. 이래서 한나라당이 넝쿨 채 호박을 주은 거다. 

우리 국민들 참으로 너그럽다. 부처님 같다. 예수님 같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지 마라. 까불다가 혼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정책을 펴신단다. 전경련이 매를 맞는다. 재벌에게 정신 차리라고 야단을 친다. 하청업체도 먹고 살게 해주라고 한다. 얼마나 지당하신 말씀인가.

그러나 국민이 믿는가. 글쎄다. 왜 글쎄 인가. 하도 당해서다.

한두 번 속았어야지. 그래서 입에서 나온 말은 지켜야 한다. 대통령은 더 더욱이다. 신뢰 잃으면 밥도 못 빌어먹는다. 대통령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정운찬이 나갔다. 앓던 이 빠진 것 같은 국민이 참 많을 것이다. 저렇게 망가져서 나간 유식한 총리도 없을 것이다. 기록은 정운찬으로 끝을 맺자. 이것도 기회다. 제대로 된 총리 시켜야 한다. 한나라당이 할 일은 참 많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따지자.

▲ 사의 표명한 정운찬 총리 ⓒ 오마이뉴스 이종호

4대강 개발 재검토해야 한다.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천안함 사건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 언제고 터질 핵폭탄이다. 정권의 운명이 걸려 있다. 절대로 영원히 묻어 둘 수 없는 사건이다.

영포회사건, 공직 윤리지원관실의 사찰사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잘하는데 왜 국민이 회초리를 들겠는가.   

민주당은 당권싸움에 땀 빼지 말고 진지하게 국민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라. Y셔츠 걷어 부치고 주먹 휘두르며 쇄신 외치지 말고 4대강 망가지는 현장에 가서 고공 크레인에라도 한 번 올라가라. 거기서 며칠 묵으면 더 효과적이다. 그런 용기 있는 인물이 있으련만 문학진이 용감한 것 같던데 한 번 할 생각 없나.

광주에서의 2중대 색깔발언 범인들 제명해라.

박지원이 깔끔하다. 김대중 대통령이란 좋은 스승한테서 배운 덕이다. 좋은 스승 밑에 못 된 제자 없다. 한나라당이 시궁창에 빠지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내 힘으로 국민의 신뢰를 사라. 당권싸움 당장 집어치우라. 정세균, 손학규. 정동영 새로 태어나라.

역사는 2010년 7월 28일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역사는 2010년 7월 28일을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확실하게 일깨워 준 날로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 당에게 승리의 월계관을 씌워준 천사 같은 민주당의 희생을 기록할 것이다.

또한 원님(민주당)덕에 나팔 분 한나라당의 횡재를 기록할 것이다.

수고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위해서 수고했고 한나라당은 표정관리 하느라고 수고했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