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중 바람잡이를 못 두었으니, 임기후 바람막이도 없을 것은 뻔한 일 -
MB가 2012년 7월 2일, 20여 분 간 19대 국회 개원 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박수를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 국회 개원 연설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박수를 받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굳이 박수를 받은 거라면,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퇴장할 때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두 번 박수를 받는 게 전부였으며, 연설 중에는 한번도 박수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퇴임 후 MB의 운명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좌익을 포용하였건만,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자비를 비수로 갚는 좌익들의 본질을 망각한 그가 이제야 좌익에 대한 포용이 자충수임을 알고 나서야 우파적 행보를 굳히려고 무던히도 애를 써 건만, 지금까지 그가 우파에게 보여준 불통에 따른 배신감에 젖은 우파들의 경멸 또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회 개원 연설에서 박수를 못 받은 사실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사실은 우파의 경멸이다.
6.25 참전 16개국 순방을 하면서 “평양 것들보다 남한 내 종북세력이 더 문제”라고 발언하고, 제2연평해전 10주년 기념식에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참석하여 “우발이 아닌 계획된 도발”이라고 단호하게 강경선언 했건만, 우파논객들 중에 이러한 행보를 칭찬하는 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파는 ‘타이밍’조차 모르는 꽉 막힌 외골수로 매도하여 이용만 해먹으려했던 그의 ‘실용’이라는 오만이 빚은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즉, “이념의 시대는 갔다”며 집권 초기부터 우파를 조롱하고 좌파를 청와대 핵심요직에 기용하는 등, ‘소통과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좌파에 보험금 들이붓는데 혼신을 힘을 쏟은 반면, 아스팔트와 온라인에서 우파들이 그토록 절규하였건만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 식으로 우파에겐 ‘불통과 단절’로 임기의 80%이상을 소진해버린 후인지라, 이제는 설령 그가 우향우 한들 이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는 판단 하에 일말의 기대감조차 거두어버렸기 때문이다.
임기 내내 좌파들 배 채워주고 우파를 조롱했던 그가 이제서야 좌파의 표적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는 궁여지책으로 우향우했음을 알기에 우파가 더더욱 지지해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우파를 조롱하는 투로 혀를 놀려대던 “실용”을 지금 우파가 그에게 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겨우 임기의 15%도 안 남은 상태에서 우파가 기용되어봐야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이상득 의원의 검찰소환이 암시하듯 임기 중에 우파가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단물을 빨아먹었을 지도 모를 저들의 부정부패에 우파까지 도매금으로 휩쓸려 임기후의 똥물만 다 뒤집어쓸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청와대 참모와 정부 각료에 자신이 채용했던 좌파들을 그대로 측근에 놔둔 상태에서 겉으로 우향우의 시그널을 보이면서 자신을 지지해주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우파에겐 ‘단물은 좌익에게 주고 똥물은 우익에게 뒤집어씌우는 식’의 태도로 보여 말할 수 없는 능욕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첩살림 차려 놀다가 돈 다 털리고 첩으로부터 도리어 쫓겨날 것 같으니까, 그때서야 입학시험 끝난 본처 자식에게 철 지난 참고서 사 주는 애비와 똑 같은 것이다.
이러한 우파의 흐름과 인식 탓인지, 이명박의 우향우에 대한 우파의 찬사가 언론에 거의 없다.
안 그래도 박근혜의 사조직이나 다름없는 새머리당도 이젠 이명박의 이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이명박으로부터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니, 국회개원 연설 20분 동안 누구 하나 박수치는 인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번 국회개원 연설에서 박수가 없었다는 것은 “바람잡이”가 없었다는 뜻이다.
원래 박수는 일부가 먼저 치면 전부가 따라서 치는 것이지, 전부가 동시에 치지 않는다.
그중 민주당은 먼저 어차피 박수칠 마음이 없을 게 뻔하기에 결국 박근혜가 새누리당에서 누군가 박수를 먼저 쳐야 따라 하는데, 다들 박근혜의 눈치를 살피느라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판에 극소수 친이세력조차 먼저 박수치려고 선뜻 나서기에는 복잡한 계산이 먼저 나오는 것을 보면, 자신을 위한 바람잡이 한명 없는 이명박의 실상을 말해준다.
이러한 바람잡이가 없다는 것은 퇴임 후의 좌익들의 역풍을 막아줄 “바람막이”도 없을 것임을 뜻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듯이, 퇴임 후 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정권이 없었음에 착안하여 좌익들이 부패모드에 올인 하여 이명박 일가를 괴롭히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민들이 한창 종북척결의 기대감으로 환호성을 지를 때 이를 빈정대며 외면한 댓가는 무얼까?.
과연 노무현이 이명박보다 의지와 베짱이 약한 인물이었을까?
그렇다고 이 마당에 이명박이 또 다시 예전처럼 좌클릭 할 것인가.
그거야 본인 내키기 나름이니 그렇게 하든지 말든지 더 이상 우리가 알 바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젠 타이밍을 놓쳐버린 셈이지만,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빈 소리가 아니었음을 절감할 뿐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