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2마애불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4대강 낙단보 공사구간에 대해 “조계종과 충분한 협의를 진행한 뒤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당초 약속을 어기고 최근 공사를 재개한 것으로 드러나 조계종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낙단보 마애불(빨간 원 안에 위치)을 불과 3~4m 앞에서 옹벽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장면.

정부가 ‘제2마애불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4대강 낙단보 공사구간에 대해 “조계종과 충분한 협의를 진행한 뒤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당초 약속을 어기고 최근 공사를 재개한 것으로 드러나 조계종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낙동강 낙단보 구간의 공사를 맡고 있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하 부산관리청)은 최근 ‘낙단보 마애불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마애불에서 불과 3~4m 떨어진 곳의 흙을 걷어내고 옹벽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부산관리청은 제2마애불이 어디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기존에 발견된 마애불이 포함돼 있는 큰 바위까지 훼손하면서 옹벽공사를 진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관리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를 이미 받았고, 공사재개에 대한 문화재청의 승인도 받았다”며 “옹벽공사는 마애불의 보존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계종 측은 “낙단보 구간의 제2마애불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통해 옹벽공사는 물론 모든 공사의 재개를 조계종 및 문화재위원회와 논의를 거친 뒤 진행하기로 했었다”며 “아무런 논의도 없이 옹벽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4대강 공사를 서둘러 진행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조계종 문화국장 묘청 스님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 3월초 문화부장 효탄 스님 등과 실무협의를 갖고 마애불 보존대책 및 제2마애불에 대한 발굴 문제와 관련해 “조계종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당시 협의과정에서 조계종은 “마애불 보존에 대한 주변정비 공사도 꼭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제2마애불의 위치가 불분명하고 또 추가 발굴조사 등이 필요한 만큼 옹벽공사에 앞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와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 등과 사전협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문화재청도 이를 수락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3월10일 조계종에 공문을 발송, “마애불 보존대책과 관련해 문화재위원회의 현지조사와 심의를 거쳐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정비, 개방할 수 있도록 공사계획을 변경하고 있다”며 “마애불과 관련해서는 전문보존처리 업체를 선정해 안전진단 등 기초조사를 실시한 후 본격적인 보호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옹벽공사로 마애불이 포함된 암반이 훼손된 모습. 흰 보호천으로 둘러싸인 마애불이 공사로 인해 위태로워 보인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관계자는 “3월초 조계종과의 협의과정에서 옹벽공사는 이미 허락을 받은 상황이었고 이날 주된 논의는 제2마애불 발굴조사와 관련한 협의였다”며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내용이기 때문에 옹벽공사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문에서 문화재위원회의 현지조사와 심의를 거쳐 공사계획을 변경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공사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겠다는 내용이라는 통상적인 표현”이라며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문화재위원회가 왜 심의를 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계종 문화부 관계자는 “자칫 성급하게 옹벽공사를 진행할 경우 제2마애불의 존재를 확인하는 조사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까닭에 이미 발견된 마애불 주변부터 충분한 발굴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협의를 통해 진행하자는 것이었고, 실제 문화재청도 이에 동의했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제2마애불이 어디에서 발굴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문화재청이 옹벽공사를 강행하도록 방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도대체 문화재청은 제2마애불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개탄했다.

조계종은 이와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조계종은 낙단보 마애불과 제2마애불 보존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면 공사 강행을 막기 위한 물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권오영 기자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