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남북합의를 보면 뭔가 속은 기분이 나는 것은 왜 그럴까?

우선, 8.25 남북합의 한 당일 저녁에 북괴 황병서는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를 “남조선, 근거 없는 사건 만들면 군사적 충돌이란 교훈 얻었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 바꾸기 했다.

우리는 이를 유감표명 식으로 희석되었지만 사과로 받아들이고는 그보다 먼저 대북확성기 심리전은 확실하게 중단해버렸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이는 사과와는 아예 관계없으며, 유감표명이 아니라 아예 빈정거리는 조롱인 것이다.

정작 북괴는 합의한 당일 저녁에 바로 말을 바꾸고는 목함지뢰에 대한 사과조차도 누구의 범행이라는 표현도 없는 유감표명 수준에도 못 미치는 조롱으로 일갈했는데도 우리만 억지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여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모습을 보면, 일본이 과거에 사과한 것조차 진심이 없는 유감표명이라며 노발대발하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데서 확실히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경도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좌익야당도 이번 합의에 찬사를 보내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우리가 마치 북괴의 체제가 흔들릴 일인 것처럼 과대평가하여 대북심리전을 중단과 맞바꾸기 한 ‘북괴의 사과’라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선 어차피 말 바꾸기 할 것이기에 실제로는 별 대단한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애시당초 별것 아닌 사과를 가지고 우리가 과대평가하여 집착하니까 진짜 그런 것처럼 보이기 위하여 엄청나게 초조한 척 표정관리 연기하여 그 댓가로 우리가 대북심리전 포기를 유도하는데 역이용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그들이 노린 것은 대북심리전 중에서도 대북전단을 중단시키기 위하여 우리가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하면 저절로 끼워 넣어지도록 의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8월 목함지뢰 도발 이후 북괴가 우리의 대화제의에는 응하지 않다가 8월14일 애국단체와 공조하여 탈북자단체가 대북전단을 기습살포 하니까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지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처럼 즉각 반응한데서, 저들이 정작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정부와의 대화보다는 대북심리전 중단에 있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입하려는 것(대북전단 중단)을 별것 아닌 것처럼 위장하고는 엉뚱한 것(대북확성기 방송중단) 비싸게 구입하는 척하면서 그 속에 끼워넣기로 구입하는 방식처럼, 우리가 단순히 대북확성기만 중단하는 것 같이 여기는 대북심리전 중단 속에 대북전단 중단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근거는,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 전에도 대북전단 날리기를 정부에서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대북확성기를 끄기 전에도 대북전단을 저지한 정부인데, 대북심리전을 중단하겠다고 대북확성기를 끈 정부가 남북합의라며 대북전단을 탄압할까 걱정이다.

그리고, 대북전단을 막으려는 주된 의도를 행간에 숨겨서 결실을 얻어낸 북괴의 협상술에 기가 막힐 뿐이다.

결국 목함지뢰로 불구가 되어도 정부의 무능으로 북괴로부터 치료비와 위자료를 한 푼도 못 받은 병사들만 불쌍한 가운데, 그나마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이번 전쟁도발 위협에 전역을 연기한 88명의 장병들과 다친 장병에게 위로금을 전해준 LG회장 구본웅, 전역 연기한 병사들에게 우선채용을 제의한 SK그룹과 동성그룹 같은 기업들 때문에 미래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가져본다.

이런 눈치 아는지 모르는지 박근혜가 이번엔 중국 전승절 군사 퍼래이드에 참관하러 간단다.

여하튼 국민이 대통령 걱정해주는 이상한 나라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