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외 경제·안보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한·일 경제갈등에 미·중 무역갈등까지 환율전쟁으로 비화하면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북한이 지난 5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지휘소연습(CPX)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북관계도 냉기류가 짙어지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속히 커졌다. 최근 미·중 양측이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 선언’(미국), ‘환율이 달러당 7위안 넘도록 용인’(중국),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미국) 등 강펀치를 주고받는 사이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은 크게 출렁거리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한·일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일본 측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이번 갈등은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한국 배제’ 조치 이후 전면전에 접어들었다. 양국의 과거사 인식차 뿐만 아니라 한·일 경제격차 축소, 탈냉전 이후 동북아 질서의 변화 등 구조적 요인이 깔려 있어 단기적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지난 2일 “역사에 지름길은 있어도 생략은 없다” “일본에 지지 않겠다”라고 했다.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는 뜻이다.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풀리는가 싶던 남북관계는 냉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북측은 한·미 연합지휘소연습과 한국의 첨단무기 도입을 이유로 지난달 25일부터 6일까지 4차례에 걸쳐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특히 이날 발사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 이튿날 실시됐다. ‘극일’의 근본 해법으로 남북 평화경제를 제시한 문 대통령 발언에 북한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보수야당에선 “금년 들어 6번째 미사일 발사가 바로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북한의 답변”(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은 한·일 갈등은 사실상 방관한 채 한·미동맹 청구서를 내밀 태세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오는 9일 방한을 계기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호르무즈 해협 파병, 중거리 미사일의 동북아 배치 등과 관련한 미국 측 요구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