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日 "신뢰 훼손"…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4일부터 수출규제
삼성·LG 부품 공급 끊기면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IT산업도 타격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한국의 세계 1위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정면으로 겨냥해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 3종의 수출 규제를 4일부터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이 세계 시장 70~90%를 독점한 필수 소재다. 일본이 공급을 중단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한·일 경제가 정면충돌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1일 공식 발표를 통해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현저하게 훼손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이 한국에 해결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썼다. 또 일본은 전략 물자의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이른바 '화이트 국가'의 명단에서 한국을 빼기로 하고 내달 1일까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시작했다. 일본의 두 가지 조치는 대한(對韓) 수출을 완전히 막지는 않지만 수출 계약마다 들여다보는 등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실상 금수(禁輸) 조치"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1일 공식 발표를 통해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현저하게 훼손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이 한국에 해결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썼다. 또 일본은 전략 물자의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이른바 '화이트 국가'의 명단에서 한국을 빼기로 하고 내달 1일까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시작했다. 일본의 두 가지 조치는 대한(對韓) 수출을 완전히 막지는 않지만 수출 계약마다 들여다보는 등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실상 금수(禁輸) 조치"라고 했다.
이 조치는 겉으로는 경제 문제처럼 보이나, 밑바탕에는 냉랭한 양국 간 외교 관계가 깔려 있다.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냉각된 한·일 관계가 경제 충돌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국내법에 따른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별다른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힘들게 이긴다고 해도 최소 1년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한국 기업에 큰 충격을 주지만, 일본 기업에도 상당한 피해를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등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와 LG디스플레이가 만드는 TV·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없으면, 소니나 파나소닉 같은 일본 기업도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실효성도 없는 맞대응을 하기보다 갈등을 해결하는 적극적 외교 정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구매 담당팀은 일본으로 날아갔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3개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3개 소재는 반도체와 TV·스마트폰을 만들 때 꼭 필요하다. 제조 공정에 100개 이상의 재료가 들어가지만, 이 중 하나만 없어도 공장은 멈춘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외교에서는 많이 싸우지만 경제·산업에선 얽히고설켜 같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관계"라며 "이번 일본의 조치로 양국 기업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은 일본으로부터 3개 소재를 수입해 메모리 반도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만든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90%다. 일본 기업도 이를 수입해 스마트폰과 TV를 만든다.
◇일본 소재 공급 끊기면 갤럭시 신제품 생산도 차질
일본은 소재 산업의 세계 최강자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정을 변경해 규제에 나선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가지는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90%를 장악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피해는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올 1~5월 수입한 반도체 소재 중 일본산 비중은 43.9(불화수소)~93.7%(플루오린 폴리이미드)였다. 그나마 불화수소는 공급 다변화로 일본 비중을 낮춘 게 이 정도다. 특히 일본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품질이 월등해, 삼성의 차기작인 갤럭시폴드에 탑재되는 '접히는 화면'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일본에서 3가지 소재를 수입하는 총액은 5000억원 수준"이라며 "3개 소재에 대한 규제로 작년 수출액이 170조원에 달하는 한국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볼모 잡힌 셈"이라고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3개 소재가 바로 끊긴다고 할 때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얼마 안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확보한 3개 소재의 재고량은 1개월 안팎이다. 여기에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두 회사의 창고에는 3개월분의 D램이 쌓여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3~4개월이라는 뜻이다.
◇한·일 IT 대기업 공멸 가능성도
한국은 일본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장비·부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국가다. 일본이 반도체 공정 소재를 한국으로 수출하지 않으면 대만 외에는 수요처가 사실상 없다. 일본이 그동안 한국에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우대 조치를 취해온 이유다. 김건우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이는 앞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 기업이 타격받는 만큼 해당 일본 기업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이번 조치에서 더 나아가,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외에 통신기기와 첨단 소재의 수출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일 정부 간 갈등이 세계 최고의 테크 제조 생태계를 공멸로 몰아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이번 일본의 한국 수출 제재는 한·일 양국에 모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유일한 승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일 제조업 라인의 약화는 그 뒤를 바짝 쫓는 중국엔 득이란 것이다.
◇핵심 소재 일본 의존에서 탈피 시도
국내 기업들은 일본 소재 공급이 끊길 것을 대비해 다양한 대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해당 소재를 만드는 한국이나 중국 업체가 있지만, 일본 기업보다 제품 품질이나 순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율은 50%에 불과하다.
이번 기회에 일본 소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IT(정보기술) 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핵심 소재를 일본 기업 한두 곳에 의존하면 이런 사태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당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일본 의존도가 높은 일부 소재에 대해 공급선 다변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일본 수출 규제로 한국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전 세계 전자산업이 휘청거린다"며 "극단적인 단계는 우리는 물론이고 일본 정부도 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 기업에 큰 충격을 주지만, 일본 기업에도 상당한 피해를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등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와 LG디스플레이가 만드는 TV·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없으면, 소니나 파나소닉 같은 일본 기업도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실효성도 없는 맞대응을 하기보다 갈등을 해결하는 적극적 외교 정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구매 담당팀은 일본으로 날아갔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3개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3개 소재는 반도체와 TV·스마트폰을 만들 때 꼭 필요하다. 제조 공정에 100개 이상의 재료가 들어가지만, 이 중 하나만 없어도 공장은 멈춘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외교에서는 많이 싸우지만 경제·산업에선 얽히고설켜 같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관계"라며 "이번 일본의 조치로 양국 기업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은 일본으로부터 3개 소재를 수입해 메모리 반도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만든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90%다. 일본 기업도 이를 수입해 스마트폰과 TV를 만든다.
◇일본 소재 공급 끊기면 갤럭시 신제품 생산도 차질
일본은 소재 산업의 세계 최강자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정을 변경해 규제에 나선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가지는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90%를 장악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피해는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올 1~5월 수입한 반도체 소재 중 일본산 비중은 43.9(불화수소)~93.7%(플루오린 폴리이미드)였다. 그나마 불화수소는 공급 다변화로 일본 비중을 낮춘 게 이 정도다. 특히 일본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품질이 월등해, 삼성의 차기작인 갤럭시폴드에 탑재되는 '접히는 화면'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일본에서 3가지 소재를 수입하는 총액은 5000억원 수준"이라며 "3개 소재에 대한 규제로 작년 수출액이 170조원에 달하는 한국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볼모 잡힌 셈"이라고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3개 소재가 바로 끊긴다고 할 때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얼마 안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확보한 3개 소재의 재고량은 1개월 안팎이다. 여기에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두 회사의 창고에는 3개월분의 D램이 쌓여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3~4개월이라는 뜻이다.
◇한·일 IT 대기업 공멸 가능성도
한국은 일본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장비·부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국가다. 일본이 반도체 공정 소재를 한국으로 수출하지 않으면 대만 외에는 수요처가 사실상 없다. 일본이 그동안 한국에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우대 조치를 취해온 이유다. 김건우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이는 앞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 기업이 타격받는 만큼 해당 일본 기업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이번 조치에서 더 나아가,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외에 통신기기와 첨단 소재의 수출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일 정부 간 갈등이 세계 최고의 테크 제조 생태계를 공멸로 몰아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이번 일본의 한국 수출 제재는 한·일 양국에 모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유일한 승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일 제조업 라인의 약화는 그 뒤를 바짝 쫓는 중국엔 득이란 것이다.
◇핵심 소재 일본 의존에서 탈피 시도
국내 기업들은 일본 소재 공급이 끊길 것을 대비해 다양한 대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해당 소재를 만드는 한국이나 중국 업체가 있지만, 일본 기업보다 제품 품질이나 순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율은 50%에 불과하다.
이번 기회에 일본 소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IT(정보기술) 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핵심 소재를 일본 기업 한두 곳에 의존하면 이런 사태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당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일본 의존도가 높은 일부 소재에 대해 공급선 다변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일본 수출 규제로 한국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전 세계 전자산업이 휘청거린다"며 "극단적인 단계는 우리는 물론이고 일본 정부도 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