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는 육군 뿐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의 중요 요직에 군 출신을 대거, 그것도 전부 육군 출신으로 충원하였다. 국방부 장관도 합참 의장도, 대통령 경호실장도 대통령 안보실장도 한미 연합사 부사령관도 심지어 국정원장도 전부 육군 장성 출신으로 독식하도록 했다. 그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육군 출신이었고 그의 동생 또한 육군 출신이었고 그 녀가 성장하고 청와대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도 주변에는 전부 육군 고위급 장성 출신들만 있었으니 육군의 환경에 익숙해 있었을 것이다. 직업 군인 출신을 정부 요직에 대거 기용하는 것은 후진국 형 인사의 전형이다. 물론 업무의 성격으로 직업 군인 출신이 민간인 출신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자리도 없지는 않다. 가령 국방부 장관 직책같은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녀의 아버지는 5.16 군사 혁명 직후에는 전 각료와 국영기업체장을 전부 군 출신으로 충원했다. 그 당시 정부 부처와 국영 기업체, 그리고 지방자치 단체장까지 전부 현역 군인들로 충원했다. 500 개가 넘는 국가 요직을 전부 현역 군인이거나 예비역으로 충원하고 그 중 99.9 %는 육군 출신이 독식했다. 각료 중에는 교통부 장관이 유일하게 공군출신, 도지사 중에는 제주도지사가 유일하게 해군 출신이 있었고 혁명의 선봉에 섰던 같은 지상군 해병대 출신이 양념으로 섞여 있는 정도였다. 물론 철도청장에서 한국은행장, 광업공사, 석탄공사 등 모든 국공영 기업체 장도 현역들이 장악했다. 혁명적 과도기였던 시절은 물론이고 이런 관행은 70년대 들어서 다소 완화됐으나 그 후로도 계속 되었다. 육군은 3 군 중에 가장 먼저 생겨난 군대이다. 공군이나 해군에 비하면 현대화가 더딘 것이 육군이다. 군대를 중시하는 사고, 게다가 그 중에서도 육군 중심의 사고로는 현대 국가를 경영하는 데 썩 바람직한 현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천안함 격침시 해군 실정을 잘 모르는 육군 출신의 전쟁 지휘관들 중 직접 교전명령이나 상황 지휘 선상에 있던 육군 출신 국방부 장관은 말할 것도 없고 합참의장이나 합참 본부장이 우왕좌왕하여 우리 영해에 숨어들어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한 북괴 해군 잠수함 추적 및 퇴로 차단, 예상 탈출로 상에 폭뢰 투하를 못하여 고스란히 돌려 보낸 사례나 연평도 포격에 대응하여 공군 측에서 보복 공습을 건의하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보복 타격을 지시했지만 육군 출신 장성들의 확전 위험 운운하며 몸을 사려서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것이 공군 작전에 문외한으로 전투기 운용 능력이나 경험이 없는 데서 비롯된 무지의 소치로 시사하는 바는 명백하다. 북괴 만행에 대한 오늘날의 보복 작전은 지상군보다 해 공군에 의하여 대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특히 적에게 주는 타격이나 적이 느끼는 공포감, 특히 북한 인민들에게 주는 심리적 효과 등을 감안할 때 해 공군 작전이 더 주효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육군의 도발이나 보복 반격이란 것이 미치는 영향이나 행동 반경은 휴전선에 국한되기 때문 북한 인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반면 해 공군은 적 후방, 북한의 민간인들이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위치까지 반격의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또한 해/공군에 대한 용병술이나 작전 능력은, 육군 출신보다는 해/공군이 더 정통하고 뛰어날 수 밖에 없다. 육/해/공군 고위 영관급 장교들의 합동 교육 기관인 국방 대학에서 타군 출신 장교가 육군 출신 장교에게 질문을 했다. 일단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할 경우, 휴전선의 육군은 아군도 적군도 현 전력이나 배치 상황, 견고하게 구축된 토치카 등 진지 등을 감안하면 상대 진영으로 돌파하기가 어렵고 결과적으로 전쟁의 승패는 육군이 아닌 해/공군에 의하여 결정될 것으로 보는 데, 그렇다면 국방 예산 등 국방 자원은 해/공군에 더 비중을 둬서 해공군을 육성해야 하는 데 현실은 대부분을 육군이 독식하는 육군 제일주의 사고가 팽배한 데 앞으로 해/공군에 우선권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3 군이 어느 정도 균형적으로 발전이 되도록 예산 배분에 형평성이 유지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묻자, 육군 장교 왈, ' 그 점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전쟁이 날 때쯤은 우리는 모두 군에 남아 있지 않을 터이니 그 문제는 그 때 전쟁을 만난 재수 나쁜 육군 출신 국방장관이나 합참 의장이 책임 지면 되는 것 아니겠어 ! 결론은, 정부의 중요 요직에 아직도 군 출신을 대거 등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사요, 국내 정치나 치안이 불안하여 군부가 국정을 장악하고 있는 군사 독재자가 통치하는 아프리카나 남미 등 저개발 국가에서 흔히 보게 되는 인사 형태이다. 거기에 더하여 해/공군 출신은 배제하고 육군 출신이 모든 것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독식하도록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어떤 측면에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