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의 회계 비리를 견제할 빗장으로 여겨져온 외부감사마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2일 <한겨레>에 “지난해 교육부가 일부 사립대 법인의 결산 재무제표와 외부감사 절차를 감리해보니 표본으로 뽑은 10곳에서만 지적 사항이 172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학교·재정 규모 등을 고려해 10개 법인이 운영하는 대전대·동덕여대·홍익대 등 12개 사립대를 뽑아 감리를 맡겼다. 2013년 “형식적으로만 흐르던 기존의 사립대 외부감사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그간 입학정원 1천명 이상의 사립대에서만 실시하던 외부감사를 전체 사립대로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개정된 법에는 필요한 경우 교육부가 사립대 외부감사에 대한 감리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교육부한테서 감리를 의뢰받은 외부 회계감리팀이 작성한 결과보고서를 보면, 감리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내용은 ‘감사인의 감사 절차 적정성’(103건)이다. 이를테면 대전대는 ‘학교의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는 회계사가 소속된 회계법인은 그해 학교법인의 외부감사를 수행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겨 ‘독립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외부감사 절차가 아니라 학교의 회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사례도 꽤 있다. ‘재무제표의 적정성’(55건)이나 ‘법령 준수 여부’(14건)와 관련한 지적이다. 동덕여대는 상근직이 아닌 이사장한테 일반 용역비 계정에서 매달 경비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돼 ‘상근 임원이 아니면 보수를 주지 않는다’는 사학법 제26조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대는 277억원의 가치가 있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학교 터를 부속학교인 초등학교나 여중·여고가 사용하게 해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는 사학법 제29조6항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령이나 규칙 위반으로 보이는 회계 운영이 70건 가까이 지적을 받은 셈이지만 각 대학의 외부감사에서는 이런 사실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10개 사립대 법인의 12개 대학 가운데 마산대의 외부감사에서 한 건의 지적이 나왔을 뿐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이런 감리 내용을 사립대학들에 통보하고 소명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정진후 의원은 “10곳을 표본조사했을 뿐인데도 170건이 넘는 지적 사항이 나온 건 외부 회계감사가 부실하다는 그동안의 문제 제기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라며 “지적 사항 일부는 법령을 위반한 사안이어서 부실한 외부감사를 한 회계법인들과 위법을 저지른 사립대학들에 대한 엄중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