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매연 지옥이었다. 가는 곳마다 꽉꽉 메운 오토바이들이 뿜어대는 매연으로 숨이 콱콱 막힐 지경이었다. 샹하이나 베이징을 뺨 칠 정도로 오토바이가 많다. 가는 곳마다 오토바이 투성이다. 왜 이렇게 많은가?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여 차를 살 수 없는 사람이 많고, 길이 너무 막혀 오토바이를 타야 조금이라도 빨리 달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오토바이를 가까이서 보니 거의 다 일제였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95% 이상 싹쓸이 한 일본, 일본의 저력에 놀라고 또 놀랐다. 현대와 기아차는 눈을 씻고 봐야 가끔 눈에 띌 정도였다.
자카르타의 중심가는 서울보다 더 어마어마한 빌딩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빌딩 앞 보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갈라지고 움폭 패이고 구부러지고... 1950년대 서울 거리를 연상할 정도로 형편없다. 왜 이러냐고 물으니 보도를 신설하고 보수하는 예산이 책정되지만 관리들이 떼어먹기 때문이란다. 4차선 도로를 신설하는 예산이 책정되면 2차선은 떼어먹고 2차선만 신설할 정도로 부패가 심하여 도로 신설을 포기한 상태라고 한다. 도로 사정이 이 모양이니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인터넷 사정은 어떠한가? 형편없이 느리다. 한국보다 열배는 느리다. 원래 느린 사람들이므로 빠른 인터넷이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여러 사람들에게 인터넷이 너무 느리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이렇게 마음이 편하니 그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일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빠른 것이 필요 없는 나라다. 온 나라가 우람한 나무로 뒤덮여 있고, 여기저기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땅에서는 시커먼 기름이 솟구쳐 오르고, 비행기로 7시간을 날아갈 정도의 광활한 바다 속은 물고기로 가득 차 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한국이 어떻게 이런 어마어마한 나라를 따라잡을 수 있었나? 속도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한국은 메뚜기처럼 뛰는데 인도네시아는 거북이 걸음으로 자원에 푹 파묻혀 안주하고 있으니 게임이 안 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패한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를 떠나는 날,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부패한지를 인도네시아 항공(Garuda Indonesia 878호)이 확인하여 주었다. 밤 9시 정각, 인천공항을 향하여 비행기가 이륙하자 빵 1개씩을 탑승자들에게 나누어 주더니 안내방송도 없이 비행기 실내등을 모두 꺼버리더니 승무원들이 연락 두절이 되었다. 모두 드르렁 드르렁 자고 있는 것이다. 무려 3시간동안.. 공포에 질린 탑승자들을 내 팽개치고...
탑승자들이 낸 비행기 값을 이런 식으로 잘라먹다니! 이런 식으로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낸 세금을 잘라먹는구나! 3시간 후에 정중한 사과는 받았지만 뒷맛이 씁쓸했다.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개최된 세미나에 참석차 1주일간을 머물며 느낀 인도네시아는 잠자는 용이었다. 거대한 용이 부패한 껍질을 벗어던지고 아메리카로, 유럽으로, 아프리카로 도약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세계 최고의 인천공항! 자원 하나 없이 거대한 용으로 도약한 한국의 국민임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윤 용
부추연 상임대표
전 고려대 신방과 교수
badkill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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