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가 전국을 강타하는 가운데, 결국 이 사건은 청와대와 한나라당, 언론계와의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대통령의 조카가 그 많고 많은 회사들 중에 하필이면 문제가 된 바다이야기의 판매사, 지코프라임이 인수한 우전시스텍에 영업이사로 재직한 게 꼬투리가 되었다. 청와대는 개혁을 추구하고 게이트 없이 깨끗한 정권이라는 그들의 자존심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에, 한나라당이 바다이야기 사건을 청와대와 결부된 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몰고 가려는 데 대해 반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에 이병완 비서실장과 전해철 민정수석은 22일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바다이야기' 판매업체 관계회사에 대통령의 조카가 근무했었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권력비리게이트로 단정하고 마치 청와대와 대통령 친인척들이 사행성 성인오락사업과 관련해 엄청난 특혜를 받는 등 이권에 개입하였고 또한 이를 축소은폐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반복해 공표했다"며 "이로써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고소인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물론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매도 당하는 현실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란 데는 동의를 한다. 그러나 요즘 청와대 비서진들이 하는 일들을 보노라면, 힘을 쓰지 않아도 될 일에 과도한 힘을 씀으로써 스스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노대통령은 "조카와 바다이야기 사건은 전혀 관련이 없다. 바다이야기는 결코 게이트 사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검찰과 감사원은 의혹에 대해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원칙대로 철저히 조사해 한점 의혹 없이 국민에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국무위원들이 당분간 이런저런 의혹에 시달리겠지만 진실이 밝혀지면 오히려 참여정부가 투명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발언에는 분명한 오류가 존재하고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원칙대로 철저히 조사해 한점 의혹 없이 국민에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고 말을 하면서도, 동시에 이 사건 수사가 마치 모두 끝나 버린 것처럼 결론을 내고 있다. 노대통령의 다음 발언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성인오락실, 문화상품권"이라고 말한 뒤 "청와대가 할 수준은 아니고 부처에서 할 일이지만 그것을 컨트롤 하지 못했다. 정책적 오류 말고는 국민들한테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할 일이 아니고, 부처에서 할 일이라면서 청와대 비서진들의 책임이 없음을 표명한 후에, 바다이야기 사건은 오직 문화부와 관련 인사들의 정책적인 오류 때문이라고 지적을 하고 있는데, 청와대 비서실은 고소, 고발을 할 시간은 있고, 인사청탁할 시간은 있으면서, 문화부의 정책을 감시, 감독할 시간은 없었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노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해석을 해보면, 검찰과 감사원에게 한점의 의혹도 없이 조사하라고 명한 것은, 마치 청와대와 대통령의 조카가 이 사건에 대해서는 한점 의혹도 없다는 것은 명백하니 이를 조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 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곡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수사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는 수사가 끝나 봐야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신의 믿음을 지나치게 확신하고, 이를 국민들과 검찰, 감사원들에게 똑같이 믿도록 세뇌교육시키듯이 강요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은 그의 조카와 참모들의 말들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을 것이다. 그의 참모들에 대한 신뢰심이 철썩 같을 것이다. 믿지 않고서는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기왕에 썼으면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믿음이 맹목적인 믿음이 되거나 어떤 편견에 의해 눈가림이 되어 버린 믿음이 되어서는 않된다.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서 결국은 쇠고랑을 차게 된 모든 정, 관, 경, 법조계의 범죄자들이 단 한명이라도 고분 고분 자신들의 죄를 시인하고 스스로의 손을 내어 준 적이 있었던가? 그들 모두는 소위 포토라인에 서기 전까지는, "나는 모르는 일이다. 일면식도 없다. 터무니 없는 모함이다. 고소를 하겠다. 단 한푼도 받은 일이 없다. 내 부하가 저지른 일이다"라는 등의 변명을 늘어 놓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을 질리도록 보아 왔지를 않은가? 그들이 스스로 자백하면서 법의 심판을 달게 받을 정도의 인간들이었다면, 그런 범법행위를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말에는 거침이 없다. 한총리에게 노대통령은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결코 게이트는 아니니 안심하세요!"라고 말이다. 노대통령의 장조카는 노대통령의 그 깊은 신뢰에도 불구하고 많은 잘못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노대통령이 알고 있는 조카란 사람의 실체는 단지 그 장조카의 일부분일 따름이다. 노대통령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감시하면서 따라 다닌 것도 아니고, 노대통령이 독심술을 익혀서 그 조카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배신은 그와 가장 친한 사람에게 당할 가능성이 가장 많은 법이다. 그래서 '배신', 즉 신의를 저버렸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수사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노대통령이 단도직입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논평한 것은 잘못된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에 따라, 한나라당의 대변인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 고소를 한 이병완 비서실장과, 전해철 민정수석의 행위도 잘했다고 칭찬 받을 일은 아니다. 대통령의 조카가 그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회사와 관련이 있는 그 회사에 하필 근무했던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이에 대해서 야당과 언론사가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것은 사건 수사가 마무리 되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일인데, 그들의 무죄가 입증이 된 후에 고소를 하게 되면은 한나라당에 크게 한방 먹일 수가 있을텐데, 이리도 서둘리 야당의 대변인을 상대로 고소를 하는 행위는 한 국가를 책임져 나가야 할 청와대의 참모진들의 행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경솔한 면이 있다고 본다. 이제 수사의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 대변인이 유죄인가, 무죄인가가 결정나게 되었으니, 검찰과 감사원은 수사에 짐을 지게 되고 말았다. '아무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를 해야' 할텐데,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노지원씨가 무죄라는 것을 입증하느라 애를 쓰게 되었다는 말이다.
청와대는 국정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는데, 그들의 총괄 대상인 언론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게이트' 주장과 관련해 "역사는 '정치공세 게이트' '언론왜곡 게이트'라고 기록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경고도 했다. 필자가 여러 언론사의 기사 내용을 검색해 본 결과에 따르면 터무니 없는 기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언론의 철저한 취재 덕분에 사건의 실체가 낱낱이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언론의 본분은 숨겨진 진실을 찾아서 국민들에게 옳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다. 이번 사건에 관한 한, 그들은 본분에 충실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노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참모들은 언론의 보도에 일희일비하여 언론과 싸움질을 하거나, 고소, 고발을 남용하지 말 것을 부탁드린다.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한 기자의 집요한 추적 끝에 워터게이트란 대사건이 만천하에 폭로되어, 결국은 대통령이 사퇴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몰린 적도 있다. 언론의 힘은 이토록 막강한 것이다. 그러나 의혹받을 짓을 하지 않고,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언론을 두려워 할 이유도, 미워해야 할 이유도 없다. 제발 언론을 적으로 돌리지 말고, 언론을 존중하면서 자기 편으로 삼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언론을 극복해야 할 적으로 돌리는 순간부터 참여정부의 고난과, 정부, 여당의 지지율 하락은 예고된 것이었다.
한나라당이 저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견제해야 할 야당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고, 또한 정부, 여당의 실정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극대화하여 차기 정권을 잡고자 하는 그들의 목표에 충실하는 행동들인 것이다. 물론 야당이나, 언론이 있지도 않은 사건을 만들어서, 있지도 않은 의혹을 조작해서 정부, 여당을 비난한다면 이는 당연히 문제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의혹을 받아 마땅한 사건이다. 청와대는 재수가 없다고 생각을 하고서 사건의 추이를 지켜 보길 바란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청와대가 나서서 설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부디 청와대의 주장대로 노대통령의 조카 노지원씨, 그리고 청와대 참모들이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청와대로 향한 의혹이 일소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혹 노지원씨가 관련이 되었다고 해서 청와대에서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노대통령과 청와대의 참모들은 무관한 일이고, 관련 공무원들이 알아서 기었다면 그만인 것이다! 권력의 힘이란 것은 막강한 것이며, 대통령의 조카란 이름만 가지고도 공무원들을 발발 떨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 권력이란 무엇인지, '양날을 가진 칼'이란 것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11968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