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열 두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시던 예루살렘 방 벽에는 시인

바이런의 낙서가 있다고 한다. 또 독일 괴팅겐 대학 건물에도 비스마르크의

한 줄 낙서가 있고, 영국 명문 이튼학교 교정에도 웰링턴이 그려놓은 낙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낙서(落書)들이 오늘 날 중요 문화재로 보호받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별다른 의미 없이 칠 해 놓은 낙서 까지도

이렇게 소중히 간직하고 보전하려는 민족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여기, 5천년 유구한 역사에 빛나는 대한민국 땅에서도 어느 한 분의

족적을 새겨 기리기 위한 거룩한 작업이 진행 될 모양이다. 후학들의 귀감이

되는 명예의 전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게 바로 [노무현 기념 도서관 건립] 사업이다.

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인제대학에 노 대통령 기념 도서관을 세운다는 것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광화문] 현판을 떼어 버린다

난리를 치고, 윤봉길 의사의 영정이 모셔진 [충의사] 현판을 끌어내려 도끼질

에 발길질을 해 대고....

고사리 손에서부터 촌노들 까지 몇 백원씩 보태어 건립한 독립기념관에 뛰어

들어가 조선일보사 윤전기를 박살내겠다 하고, 맥아더 장군 동상에 오랏줄을

걸어 목을 떼 내려는 광란극이 벌어지던 이 땅위에 노 대통령 기념관이란다.

우리 역사의 흔적을 정성스레 쓰다듬고 가꾸던 그 엄청난 총화(總和) 마저도

끌어내려 불지르고 요절내려 하더니 이제는 노무현 기념관을 세운단다.

세워라. 세워...!!!

하늘 높다랗게 삐까번쩍 세워라. 노무현 신당(神堂)을 만들던지 신전(神殿)을 만들던지, 후학들에게 강의 할 강단을 석가모니 설법의 성지 녹야원(鹿野苑)

처럼 꾸미던지 꼴리는 대로 해라.

그리고 전두환의 얼굴에 날렸던 그 명패도 잘 모셔놓고,

탄핵받을 때 두들겨 패던 국회 본회의장 그 의사봉도 잘 전시 해 두어라.

17대 총선 끝나고 청와대 후원에 모여 [산 자여, 나를 따르라!]는 노래 목핏

줄세워 부르는 가운데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자고 건배제의 하던 그 모습도

잘 인화해서 걸어 두어라. 김정일에게 보낸 연서(戀書)도 예쁘게 올려놓고....

에혀~!!!

국민이 하지 말라고 충고하면 더 하려고 어깃장 부리며 대드는 사람들인데

반대한다고 들을 소냐! 말린다고 될 일이 더냐!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어느 한 지도자가 자기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받기 까지는 관뚜껑이

덮이고 난 후 50여 년이 지나야 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의 업적이 있고 없고,

크고 작고를 떠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논객은 눈만 뜨면 이 동토장에 들어와 노 대통령은 [정보화 혁명]을

일으킨 인물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피같은

국민 세금 쏟아 부어 기념관을 세울 일이 아니다.

후학들에게 정 할 말이 그렇게도 많다면 정보화 혁명을 이룩한 대통령 답게,

인터넷 댓글 좋아 하시는 컴퓨터 대통령 답게 [ 노무현 기념 홈페이지 ] 나

한 개 근사하게 꾸며놓고 지도함이 옳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 해 보면 박정희는 참 복도 지지리도 없는 것 같다.

국운을 상승시킨 위대한 업적을 남겼음 에도 불구하고 번듯한 기념관 하나

얻지 못하고 지하에 잠들어 말이 없으니 하는 소리다.

5년 남짓 대통령 지낸 사람도 기념관 세운다 난리치고...

산 DJ는 벌써 웅장한 컨벤션 센터도 있고 기념 도서관도 있다고 하는데.....

세상 참 불공평하고 얄궂다. 그러나 역사는 결코 침묵하지 않으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