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경기지부는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수원지역 42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학교장 업무추진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적 유용건수는 모두 3807건이며 금액은 1억1700여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유용 내역에는 각종 경조사비가 2975건, 8900여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 전교조 경기지부에서 입수해 공개한 수원지역 중학교 교장 업무추진비 지출내역의 일부. 대부분 경조비와 개인적 가입단체 회비 등에 지출돼 '사적 용도' 논란이 일고 있다.
	ⓒ2005 유길용

전교조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지출내역에 따르면 수원의 사립 S중 교장은 교목 결혼 축의금을 사업성업무추진비에서 지출하는가 하면 또 다른 S중의 경우 동장 자녀 결혼 축의금, 전 시의회 부의장 자녀 결혼 축의금 등을 업무추진비에서 지출했다.

전교조측은 학교장이 개인적으로 가입한 국·공립 중학교교장회비, 지구별중학교교장회비, 수요회, 삼락회 등 각종 회비 명목으로 129차례에 걸쳐 690여만원이 지출되는 등 사업성업무추진비가 교장 개인의 쌈짓돈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전교조는 학교회계예산편성지침상 '사적 경조비'의 범위에 대한 수원교육청의 질의 회신에서 '당해학교 소속 교직원 외에게 지급하는 것과 학교장 등 교직원이 개인자격으로 가입한 단체의 회비 등의 지급도 사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지난 6월 30일 이러한 자료와 함께 도교육청 감사실에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감사담당자와의 사전 논의 과정에서 도교육청이 총 3807건의 사적 유용사례를 45건 175만원으로 축소 조사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측은 "이미 수원관내 42개 중학교에 대한 실태분석자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실시해 유용된 업무추진비에 대해 환수 조치를 못하고 타 감사시 병행해 실시한다는 것은 사실상 감사나 시정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 전교조 수원지회가 문의한 학교예산편성지침상 '사적 경조비'의 범위에 대해 수원교육청은 '당해학교 소속 교직원 외에게 지급하는 것과 학교장 등 교직원이 개인자격으로 가입한 단체의 회비 등의 지급도 사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2005 유길용

결국 전교조 경기지부는 도교육청이 감사 의지를 상실했다고 판단, 이날 국가청렴위원회에 자체 분석한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사적으로 유용한 돈에 대한 환부와 이를 묵인, 방조해온 담당자 및 상급기관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 같은 전교조측 주장에 대해 도교육청 감사관계자는 "지침 해석의 문제로 전교조와 도교육청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가 주장하는 '사적 용도'에 대한 근거가 구체적이지 않아 사실 관계를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전교조 주장대로 조사하게 될 경우 교육계 내 엄청난 반발과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조사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정기감사와 더불어 업무추진비 유용을 중점적으로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유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