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읍니다. 무슨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 같은데, 내 상식으로 이메일은 다른 서신과는 달리 "요점만 간단히"하는게 서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받아보는 사람 빨리 읽을 수 있고, 서버에 메모리 부담 덜 주고하는 거지요. 그냥 요점만 얘기하지 뭘 그리 번거롭게 서체까지 멋내며 빙빙 말돌렸는지 모르겠읍니다. 다음부터는 나한테 이런 편지 안보내도 됩니다.
그리고 왜 내가 그 편지를 받는 메일링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내가 노사모 회원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고, 아마 아이러브스쿨회원이라서 받은 것 같은데.... 다음부터는 나한테 이런 편지 안보내도 됩니다. 아무튼 대통령 편지 받자마자 아이러브스쿨 탈퇴신청했읍니다.
몇가지만 대통령에게 말합니다.
첫째, 이런 편지 보내는 일 하지 마십시오. 받는 국민 정신건강에 좋을 일 없고, 보내는 사람 별로 칭찬받을 일도 없읍니다. 이런 편지 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포르노 스팸메일과 별반 다름없읍니다. 받고싶지는 않지만 호기심에 한번 훑어본다는 이야기지요. 나도 그런 마음으로 편지를 읽었음을 고백합니다. 이런 식의 얘기라면 언론지상으로 이것저것 접해서 감잡고 있읍니다. 그렇게 대통령이 싫어하는 조중동 논조도 보고, 그렇게 대통령이 아끼고 사랑하는 한겨레, MBC내용도 보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상식수준에서 세상돌아가는 거 이해합니다. 그러니 공휴일날 굳이 이메일까지 보내서 말돌릴 필요없읍니다.
둘째, 이런 메시지를 이메일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국민에게 전한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닙니다. 좀더 진중하게 생각했어야지요.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정보통신 강국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혜택의 범위가 매우 한정되어 있읍니다. 쉽게 말하지요. 10대에서 30대 까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메일 주소 한개이상은 갖고 있지만, 40대가 넘어서면 그 비율이 작아지고, 50대가 넘어서면 아직 이메일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통령이 이메일이라는 매체로 자신의 국민담화를 내보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차별이고 편향이라는 이야깁니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을 질책하는 건 아닙니다. 주위의 참모들이 더 책임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지금 현 정부의 문제는 사상편향이 아니라 자질부족, 능력부족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런 "어버이날 코메디"가 기획되라고 생각합니다.
세번째, 이런 편지를 어버이날 보냈다는 건 매우 잘못된 일이고, 매우 분노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금의 상황이, 젊은세대가 기성세대를 불신하고, 감정의 골마저 깊어지는데, 그나마 1년에 하루 있는 어버이날, 형식적으로나마 자식이 부모에게 카네이션 달아주는 날에, 젊은 사람들에게만 이메일 보내서 잡초가 어떻고, 낡은 것은 버립네 어쩌구 저쩌구 하는게, 과연 일국의 대통령이 할 일입니까?
마지막으로 한가지, 다른 중요한 국사가 많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곧 미국으로 생전처음 나들이 길을 떠난다는 분이 지금 이런 편지 보낼 정신적 여유가 있읍니까? 나도 미국놈들 싫을때가 많지만, 지금은 가서 부시던 누구던 만나서 한미간의 외교현안을 해결하는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닙니까? 지금 그준비하기도 바빠야 되는 시기아닌가요? 게대가 경제는 이지경까지 되었는데, 한가하게 잡초론 할 경황이 있읍니까? 국정에는 우선순위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이만 합니다. 편지내용에 대한 조목조목 반론은 하지 않으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강준만, 이찬근 교수같은 양반들 이상한 얘기할 때 열심히 반론했읍니다. 그런데 어제 이메일 내용에는 그리 반론할 거리가 없군요. 그것도 사실 대통령 이메일의 수준을 반증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제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4년 10개월 남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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