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수 고려대학교 교수 씀.
미국 LA 남쪽에 위치한 샌피드로 항구도시에는 한미 우호의 상징인 ‘우정의 종각’ 공원이 있습니다. 태평양이 바로 앞에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그 곳은 해풍에 갈매기와 연들이 떠 있는 평화스러운 곳입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대한민국 전두환 대통령 각하 방미 기념 식수‘라고 새겨있는 비석과 소나무 한그루가 있답니다.
저는 이곳에 피크닉하러 와서 배부르게 코리안 바베큐를 먹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공원 잔디에 누웠습니다. 오늘 우리나라 대통령이 방미했다고 해서 맘이 싱숭생숭하다가 그리운 고국에서부터 불어오는 듯한 시원한 태평양 바람에 그만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잠깐 동안 꿈을 꾸었습니다.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호형호제하면서 만나는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제가 만화를 너무 많이 봤던지, 아니면 인터넷 패러디 유머를 좋아해서 그런지 꿈의 내용은 좀 황당했습니다.
부시와 놈현의 대화내용
놈현: 부시 헹님, 안녕하오?
부시: 어, 놈현이 왔냐? 먼길 오느라 수고가 많으이.
근데 왜 반미했니? (방미의 잘못된 발음).
어? 저 반미 안했어요.
부시: 암튼 한국에 잡초 제거하기 위해 제초제가 필요하냐?
대량 살상 제초제라면 후세인한테 물어봐라. 나도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지만...근데 지난 대선 때 너 뽑으려고 한
지역에서 거의 몰표가 나온 건 지역감정이 아니었니?
놈현: 오메, 헹님도..초면에 웬 그리 심한 농담을...
그건 ‘지역감정’이 아니라 ‘지역이성’이었답니다...
그건 그렇고, 헹님, 아시다시피 정일이가 핵무기 가졌다고
자꾸 겁주니 잠이 와야 말이죠. 그리고 저는 북에 송금할
돈도 없다고 정일이가 삼자회담인지 사자회담인지도 껴주지
않잖아요....
부시: 그래? 하긴 나도 요새 정일이 까부는 꼴 못봐주겠다.
걔가 점점 후세인 닮아가서 문제야. 한 번 손 좀 봐줘야지.
근데 넌 북핵 회담에 끼지 않겠다고 했다며?
놈현: 아하..그건 제가 아무리 용써도 어짜피 끼지도
못하니까 그래 본 것입니다요. 헹님만 믿습니다. 제발 전쟁만
일어나지 않게 헹님이 다 알아서 해결해 주시와요. 우린 서로
동맹관계 아닙니껴? 그래서 저는 이라크전에 파병까지
했잖아요.
부시: 파병? 했긴 했지. 근데 네 태도가 좀 떨떠름했지. 너는
시라크나 슈뢰더보단 힘이 없으니까 결국 내 편을 들어 준거지,
내 다 안다, 알아.
놈현: 아이구, 헹님 그게 아니라...
부시: 근데 너 고집 되게 세더라. 국회나 시민단체가 반대해도
네 사람 쓰고 싶을 땐 막 밀던데, 부럽다, 부러워.
놈현: 아이, 헹님도...그런 오기는 헹님 닮았나 봐요. 헹님은
유엔이 그렇게 반대해도 이라크를 쳤잖아요. 이점에서 우린
코드가 맞나봐요.
부시: 그런가? 하긴 내가 전쟁을 벌려 놓고 밀고 나가니깐
언론도 날 밀어 주더라.
놈현: 아이구, 헹님 이번엔 제가 부럽습니다. 저희 언론은 절
대통령 대접 해주지 않아요, 허구 헌날 트집 잡고 개혁 발목을
붙잡고...
부시: 아서라, 언론 탓하지 말거래이. 너 잘했다고 칭찬하는
언론도 있지만 그건 아부니께 너를 망치는거란다. 잘 하라고
비판하는 언론이 진짜 언론이니라. 대선 때 너 찍어 준 사람도
많지만 국민의 반 이상이 다른 사람을 찍어 준 거 기억해야지.
그러니 자네 할 일이나 잘 해. 언론과 싸우면 자네가 부정선거로
당선된 꼬트리가 잡힐수 있어. 나는 지금 전쟁 덕분에 지지율
팍팍 올라간다. 그런데 넌 뭐니? 오히려 떨어졌다며? 분발
하라는 얘기야. 대통령하기가 그리 쉬운 거 아니라네.
그리고 신당 만들어 뭣하나? 난 구당 갖고도 정치 잘하는데.
진정코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특히 말조심, 행동 조심하시게나.
또 듣자하니 나라 경제도 안좋다며? 미국 경제도 안 좋아.
그래도 난 이라크 석유와 전후복구 사업에 기대를 해 보지만
넌 어떻할래?
이번 방미에 경제 협력단도 함께 왔다니 좋은 계약들 많이
하고 가길 바라네.
놈현: 헹님 고맙습네다.
부시: 쭈아, 정일이 말투네. 솔직히 난 정일이를 못 믿어.
햇빛을 너무 많이 쬐어 제 정신이 아닌가봐. 그는 언젠가
갑자기 서울을 불바다 만들지도 몰라. 그래서 일단 주한
미군을 서울 이남으로 후방 배치하고 작전 시간 좀 벌자는
거야. 그러니 그 쪽으로 좋은 땅 좀 물색해 주게나. 이전
하지 말라고 발목 붙잡지 말고. 자넨 발목 붙잡는 것,
싫어한댔잖아.
놈현: 아이, 헹님도...
여기까지 꿈을 꾸었을 때 끼룩끼룩....갈매기 한마리가 제 머리맡에 내려 앉아 귓전에서 울어대는 바람에 저는 크게 놀라 잠이 깼습니다. 머리가 좀 띵했습니다. 꿈과 현실은 반대라고 합니다. 대통령의 방미 에 큰 성과를 기대합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 각하 방미 성과 기념’ 비석 하나가 당당하게 세워 질수 있도록 말입니다.
현택수(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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