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년 여름부터 회장으로 계시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지시에 따라서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에 약 1년 6개월간 근무하면서 윤봉길의사에 대하여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회장님은 저에게 임명장을 주시면서 일상적인 기념사업회의 업무처리를 위한 사무책임자로 부임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진정으로 윤봉길의사에 대하여 이해하고 의사님의 정신을 공부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저는 회장님의 말씀에 부응하여 궁극적으로는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된 역사적인 배경과 시대적인 상황을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되었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참으로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흔히 윤봉길의사는 중국 상해에서 일본국 지도자들에게 폭탄을 던진 항일운동을 하신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저는 윤봉길의사께서는 진정으로 안중근의사와 신채호선생, 안창호선생으로부터 이어지는 교육입국의 정신과 경제를 살리는 방법으로 극일운동을 하셨다고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윤봉길의사는 일제의 침략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하여서는 국민들이 먼저 깨어야 한다며 무지한 농민들에게 글을 가르치고자 야학을 개설하였습니다. 또한 농민들의 소득을 올리기 위하여 요즘의 새마을 운동과 흡사한 농촌부흥운동을 추진하였고, 지금의 농협과 같이 창고와 공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농민들에게 대출 등 금융사업을 하는 목민농민조합을 창설하는 등 일제의 치하에서 농민들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였다고 보여 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침략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윤봉길의사는 마침내 중국으로 망명하여 기회를 엿보던 중에 이봉창의사의 의거 소식을 접한 후 일제를 응징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시라카와 사령관 등 일본국의 지도자들을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거쳐서 일본국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폭사를 시켰습니다.
일본의 입장에서 윤봉길의사를 조명하게 된다면 윤봉길의사는 일본의 한국 통치를 방해하는 아주 고약한 불순분자입니다. 일본육군군법회의에서도 그렇게 판결하였습니다. 사형을 시킨 다음에 한국인들의 소요를 우려하여 묘지도 공개하지 않고 암장을 하였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던 36년간 일본은 속칭 “위안부”로, 군인으로 또는 민간인을 징용이라는 명목으로 수없이 많은 한국인들을 일본으로 또는 동남아각지로 강제로 끌고 갔습니다.
한편으로는 또 많은 한국인들이 공부를 위하여, 사업을 위하여, 취업을 위하여 일본이나 만주로 일본사람이 설립한 학교, 일본인이 경영하는 사업체등에 자발적으로 찾아 가기도 하였습니다. 강제로 끌려갔든 자발적으로 찾아갔든 한국인은 일본인들로부터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차별을 받았고 모욕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일본 그리고 일본인은 항상 우리 한국인들에게 타도하여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원수의 나라이고 우리의 국권을 강탈한 나라이었습니다. 그렇게 너무나 오랫동안 교육을 받아 왔습니다.
근자에 한류바람을 타고 일본의 중년여성들이 한국의 몇몇 젊은 연예인들을 사랑하는 팬클럽을 만들어서 한국을 수시로 방문하고, 심지어는 한국인예찬론 또는 일본남성에 비교하여 우월론을 자신들의 남편 앞에서 주저 없이 누설하는 바람에 일본 남성들이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일본여성들이 한국남자들을 좋아하게 되는 세상이 오리라고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었습니까?
반면에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의 전자게임을 엄청나게 즐기고 있고, 게임을 통하여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고들 합니다. 게임은 일본인들 위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젊은이들은 일본에 대하여 대하는 태도가 기성세대와는 확연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저도 최근에 몇 편의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일본문화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것은 한국에 대한 제 2의 침략이라고 까지 극언을 서슴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의 패션업계에서도 패션트렌드를 연구하기 위하여 유럽의 파리나 이탈리아로도 찾아 가지만 동경의 신주쿠로 더 많이 찾아 가고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게임이나 문화의 교류는 국가 간의 장벽을 아주 간단하게 허물어 버립니다. 독일이 통일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동독의 주민들이 서독의 TV를 시청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알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장벽을 넘어서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불순분자로 사형 당하였던 윤봉길의사의 암매장지도 일본 가나자와 시정부의 도움으로 잘 보존되고 있고, 더구나 윤봉길의사의 순국기념비는 가나자와시가 부지를 무상이나 마찬가지인 영구임대형식으로 제공하여 너무나 좋은 위치에 아주 잘 건립되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시의원들과 대학교수를 포함한 일본인들로 구성된 윤봉길의사 추모모임까지 만들어져서 암장지와 순국비를 자체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 윤봉길의사는 일본제국에 대한 불순분자도 아니고 과거 쓰라린 상처의 시대에 역사로만 존재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애국지사일 뿐입니다.
이번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님은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한국에서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워 일본의 목장에 취업을 하기 위하여 건너가신 부모님 때문에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을 하셨습니다. 선거 초반에는 일본에서 출생을 하신 것을 두고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일본에서 태어나신 분이 되어서야 되겠느냐하는 약간의 논란이 있었고 중반에는 모친이 일본여자라는 모함을 받게 되어 DNA 검사까지 하게 되는 불상사가 있기도 하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님은 윤봉길의사와 여러 가지로 인연이 있습니다. 윤봉길의사는 1932년 12월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가나자와로 이송이 되어 돌아가셨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께서는 1941년 12월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 나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님은 2006년 4월 윤봉길의사의 기념사업회의 회장으로 취임하셨고, 2007년 12월 19일 윤봉길의사의 순국 제 75주년 추도 기일에 대통령에 당선되셨습니다. 어쩌면 윤봉길의사의 얼과 혼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도움을 주시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일본에서 출생하신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도자로 모시게 된 우리로서는 일본과의 외교, 국방,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재정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 등 한국의 반도체회사들이 수출하는 모든 제품들이 일본의 장비와 부품을 사용하여 생산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비밀이면서도 이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우리가 무턱대고 일본을 무시하고 얕보는 전략으로서는 결코 일본을 앞으로도 영원히 이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과는 여러 가지 인연이 얽혀 있습니다. 선친께서 해방 전에 일본에서 유학을 하시다가 징병을 피하여 만주로 가신 인연이 있고 저는 혼다와 스즈키 등 일본 자동차업계에 국내 최초로 자동차부품을 공식적으로 납품 하게 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저의 여식은 일본의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저는 보통의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인들이 과거에 저지른 만행에 대하여 극도로 분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인들의 청결함, 근면함과 성실함을 한없이 부러워하는 이중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충남 예산에는 윤봉길의사가 생전에 설립한 “월진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바와 같이 윤봉길의사께서는 정말 젊으신 나이에 많은 활동을 하셨습니다. 월진회라는 이름은 해가 지고 나면 달빛으로 어둠을 밝힌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비록 나라는 잃었어도 청년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그것으로 시대의 어둠을 밝히며 조선독립을 되찾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929년 설립 당시에는 야학, 유휴지개간, 증산운동, 국산품애용, 부업장려, 체육대회, 문예활동 등을 전개하였는데 1960년대에 박정희 대통령이 정열적으로 추진하던 새마을운동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충남 예산에 윤봉길의사를 추모하는 충의사를, 아산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현충사와 함께 건립하셨습니다. 아마도 박정희 대통령은 군인의 상징이기도한 이순신 장군과 윤봉길의사의 애국심과 생애를 무척이나 존경하고 많은 공부를 하신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러고 보면 이순신 장군은 일본의 침략을 물리친 성웅이시고, 윤봉길의사는 일본의 침략을 응징한 영웅이시고, 박정희 대통령은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서 나라를 살리는 바람에 약간의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런 사실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는데 단지 항일정신으로서는 무언가 부족하고 극일정신을 통한 나라사랑이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었다는 점과 세 분 모두 일본과 어떤 형태로든 연결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일본과는 지정학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외면할 수만은 없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 것입니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침략과 약탈이 상호간에 있었으며, 문화와 경제교류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빈번하게 있었습니다. 어쩌면 일본인과 한국인은 뿌리가 같은 민족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약간 빗나갔습니다만, 월진회는 1944년 우진회로 계승 되었다가 해방이 된 1946년 월진회로 환원하여 오늘까지 아주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요즘은 윤봉길의사의 기념사업에 더하여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위한 문화교류사업에 보다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윤봉길의사는 중국에서 일본을 응징한 후 일본에서 순국하신 자랑스러운 한국인입니다. 월진회는 이점을 착안하여 다시는 중국과 일본과 한국이 서로 침략을 하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만들어 가자라는 취지를 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설명을 듣고서 참으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윤봉길의사를 추모하고 정신을 선양하는 방법은 학술적인 연구나 추모행사를 통하여 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다시는 윤봉길의사의 순국이 요구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으로 윤봉길의사의 정신을 살리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하던 지난 5년간 한국은 일본과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습니다. 과거사를 해결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일본도 잘못하였지만 한국도 의젓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이 있었습니다. 독도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과 전쟁을 하지 못할 바에야 전쟁이라도 할 듯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감정적인 선동은 민족 간의 불신만 배양시키는 것입니다.
다행하게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께서는 새로운 정부의 기조를 신실용주의로 선포하셨습니다. 이제는 일본과의 관계도 실용주의에 입각하여 서로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상생의 외교관계로 성숙되어 져야 할 것입니다. 현재도 한국은 7개 도시와 일본의 25개 도시에 항공편이 직항으로 연결되어 있는 가장 인적교류가 많은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일본을 과거의 증오의 대상에서 탈피하여 미래의 협력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07. 12. 23.
분당 우거에서 남 효 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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