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핫이슈 > NEIS는 명백히 인권침해다

NEIS 유보결정 이후 교총과 교육부의 집단적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 직장협의회의 반발은 그동안 애써 추진해 온 일이 허위로 돌아간 데에 대한 허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NEIS 시행은 뒷받침할 법이 엉성했던 탓에 어차피 무위로 돌아갈 수 없는 필연성을 가지고 있었다.

교육부의 관계자들의 반발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애당초 NEIS에 대한 반대도 애써 해놓은 CS작업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차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모든 것은 NEIS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명확해질 것이다.

인권침해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교육인적자원부는 형사고발조치를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인가? 학부모 동의도 없이 자료를 수집해 집적하려고 한 시도에서부터 NEIS는 위법행위를 한 것이며 NEIS의 전면적 유보는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다고 생각된다.

교무학사 영역의 NEIS탑재가 미치는 영향

생활기록부의 내용이 교육부의 계획대로 실시된다면 그 내용이 50여년간 NEIS에 기록이 된다고 한다(물론 각 학교에는 출력물로 영구보존이 될 것이다). 즉 7살에 입학을 한다고 보았을 때 생활기록부의 내용이 거의 60살이 가까워질 때까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의 서버에 저장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들의 삶의 방식은 기존의 어른들의 것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정보화가 더욱 진행되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주민등록번호만 치면 국가에서 경찰이나 면접관에게 허용한 정보들이 검색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면 아동들은 교사가 기록한 내용에 평생동안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나 학생은 이제 교사들에게 나쁜 기록이 적히지 않도록 세심하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만약에 나쁜 내용이 기록되었을 때는 민감한 청소년의 시기에 미리 세상을 자포자기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한 자포자기가 어떠한 일을 일으킬 것인지는 한사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또한 그러한 기록이 평생을 따라다닌다는 것은 정말 무지막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NEIS가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가?

NEIS의 교무학사 영역의 인권침해는 먼저 아동에 관한 정보가 부모의 동의없이 저장된다는 점에 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부모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서 아동이 무고하게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정부는 전자주민증제도를 도입하려다가 시민단체의 반발로 실패한 전과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주민등록증에 개인의 신상을 입력하여 국민을 통제하는 제도이다. 정부가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NEIS가 국민의 이마에 바코드를 찍는 것이거나 그러한 과정으로 가는 단계라는 의혹을 전혀 부인하기는 어렵다.

학교는 전 국민 모두가 통과해가는 곳이므로 학부모 자료까지 입력된다면 머지않아 전 국민의 성격, 성적, 가계에 관한 정보가 정부의 중앙컴퓨터에 입력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NEIS는 정부 각 기관이 공유하도록 법적으로 정하고 있어 이러한 정보는 다양한 형태로 데타베이스화 될 전망이다. 이러한 일들은 정보 등재 여부를 묻기 전에 국민투표를 통해서 결정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 어려운 시험을 합격한 행정관료라고 해도 이러한 큰 일을 비밀리에 추진할 권리는 없다. 왜냐하면 국민의 정보를 훔쳐가라고 국민이 대통령을 뽑아 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동보호의 의무를 생각하자

학교의 아동보호 의무는 비단 교통사고나 안전사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부모가 이혼을 한 후 어머니가 아이를 만나고 싶어한다고 해도 교사는 함부로 아동이 그 부모를 만나게 해줄 수 없다. 거기엔 아동과 현재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혼을 한 후 어렸을 때 양육하던 외할머니가 와서 눈물을 훔쳤지만 쉽게 아동을 넘겨줄 수 없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때로 사채업자들이 학교를 통해 부모를 만나려고 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경우 담임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실제로 아동을 만나려고 온 빚쟁이를 피해 학생을 담 넘어로 피신시켜 도망하게 한 교사들의 체험담 등이 많다. 교사들은 발령 받기 전에 실무 실습을 배울 때 늘 이런 일에서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학생생활기록부에 학년 반과 아버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는데 이게 사채업자나 은행 혹은 경찰, 검찰로 넘어갔을 때 아동이 심리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들이 몇 학년 몇 반을 알고 학교로 들이닥친다면 교사가 손을 써도 보호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아동은 독립된 개체로서 취급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학교기록물에는 부모의 자료가 입력되더라도 NEIS에는 부모의 자료가 최소화되어야 한다. 생년월일도 적어서는 안되고, 부모의 이름이 올라가도 안된다. 검찰에서 그러한 자료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동사무소를 통해서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아동의 학년 반이 기재된다는 것 역시 매우 위험하다는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대국민 서비스의 허구

결국 정부가 NEIS 교무학사영역을 강행하려고 했던 하나의 이유는 대국민 서비스를 실행하려는 의도가 가장 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생활기록부 검색을 위해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아동의 인권을 침해해도 되는지 한번 물어본다면 거기에 대한 답은 매우 분명할 것이다.

생활기록부는 그동안 학생에게 공개를 금지했다. 생활기록부를 활용하기 위해서 생활기록부를 NEIS에 올린다면서 그것을 학부모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적어도 생활기록부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객관적인 자료를 올려야 하고 따라서 학부모가 자기 아들의 기록내용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된다.

안 그래도 문턱이 낮아졌는데 수많은 학부모들 중에 편집증이나 우울증을 가진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만약에 경우 생활기록부 때문에 대학입학이 좌절되고 학부모가 교실로 쳐들어온다면 교사들은 그 대국민 서비스 때문에 온갖 고역을 겪어야 할 것이다.

생활기록부는 결코 대국민 서비스의 내용이 아니다. 교사가 가정통신에 한번 더 생각하고 말을 정제해서 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것이 생활통지표 아닌가? 부모가 그 생활통지표 외에 생활기록부를 보아야 할 필요성은 전혀 없다. 대국민 서비스는 빚좋은 개살구요. 비교육적인 행정편의 논리로 교사의 평가권과 안전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교육부 안에도 법률 전문가를 고용해야

결국 NEIS의 시행은 교사들, 일선의 정보담당교사, 그리고, 교육부의 공무원들, 모두를 괴롭게 했고, 세상을 온통 혼란 속으로 빠뜨렸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인 NEIS를 재검토한다고 해도 그것은 잘못된 시스템을 처음 가동시킨 사람에 잘못이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기업들이 활동을 위해 법률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처럼 교육부와 같은 곳에도 이제 법률자문위원회를 두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NEIS가 인권침해 조항에 부합하는 것이 되려면 학교자료는 학부모 자료를 입력하되, NEIS에는 학부모 자료를 아예 올리지 않도록 하는 등의 다양한 조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의 이름은 논술 등의 시험에 당락을 짓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현재의 보존기간 50년을 10년 이하, 혹은 학교급별(초등6년, 중등3년, 고등3년)으로 대폭 축소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아동을 보호하는 데에 일조하겠지만 인권침해요소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처방이다.

각 교육청에 입력된 학생의 자료를 1조원으로 생각했을 때, 교육부에 집적된 자료는 모두 15조원의 가치를 가진다. 이것이 한꺼번에 해킹을 당하면 15조를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이것이 CS로 분산되었을 때 그 해킹의 피해는 10억 이하의 것이 된다.

백화점 고객의 자료를 유츨해 범행에 이용했던 지존파의 엽기적 행각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을 희귀한 가능성 사소한 확률이라고 치부한다면, 그것은 몇 만 명의 죽음을 희생해서 살아있는 자들의 배를 불리고자 하는 파렴치한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의 귀결이다. 정부는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박종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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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일본교직원조합(일교조)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

한편 40만 교원이 가입한 일교조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은 <시행착오를 통하여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관점에서, 성적 출석 건강 학사와 관련된 사항은 절대로 학교 밖으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교육이란 찌꺼기를 걸러내는 필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고, 찌거기를 걸러 내어 재생산해는 활동이기 때문에 교사가 나쁜 아동을 골라 생활기록부에 기록해 놓은 것은 진정한 교육이라고 할 수 없으며, 교사가 그런 필터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비교육적인 처사이다.

일교조 위원장의 서신 전문은 아래와 같다.

존경하는 (한국) 대통령께

이웃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저희는 우선,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시키기 위한 귀하의 노력에 대해 깊은 존경을 드리고자 합니다.

1947년에 설립되었고 40만 조합원을 가지고 있는 일교조는 전국 교원 조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교육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있는 조직으로서 작년부터 강행되어 온 NEIS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표명하고자 합니다.

교육자로서 우리의 최대 관심은 아이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그러므로 교육현장에 있어서 개개인 아이들의 존엄성은 마땅히 존중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하여 성장합니다. 이런 점에서 아이들 개개인의 정보를 소중히 다루어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교사들의 임무입니다.

(시행착오를 통하여)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관점에서, 성적·출석·건강·학사와 관련된 사항은 절대로 학교 밖으로 유출되어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국가 차원의 컴퓨터에 저장되는 그러한 개인정보는 정보누출의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들 사이에 차별을 결과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리는 우려를 표명하는 바입니다.

또 아이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 교사·학부모·학생들 간 상호협력은 절대적입니다. NEIS는 교사·학부모·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합의를 한 다음 매우 냉철한 판단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믿음입니다.

일교조는 '(UN)아동권리협약'을 존중해야 한다는 관점과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하여 NEIS의 시행을 재고해 주실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나가카주 사가끼바라 위원장 7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