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은 여자의 탈을 쓴 노무현”

- 여건만 되면 盧대통령을 다시 탄핵할 것
- 서울시장 후보 공천 둘러싼 논의가 민주당의 운명을 가를 것
- 강금실을 상대할 적합한 인물은 바로 나
- ‘열린당과 후보단일화’ 주장은 후보 자격 상실에 해당하는 망발

비가 내리는 4월 4일 오전,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중 한명이며 2004년 노대통령 탄핵의 주역이었던 김경재 전 의원의 여의도 사무실을 찾았다. 최근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박주선 전략공천’ 강행방침에 반발하며 당 지도부와 치열한 힘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 전 의원이었지만 프리존과의 인터뷰에 시간을 쪼개서 응해 준 것이다.

김 전 의원의 집무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둑판이었다. 중요한 선거때마다 민주당의 브레인으로 활약하며 맹활약한 그의 전략의 상당 부분이 바둑을 통해 연마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프) 의원님 바둑 좋아하시나요?

(김) 예. 제가 고수는 아니지만 2~3급 정도 둡니다. 한국기원 이사장으로 있는 우리 당 한화갑 대표는 7급 정도 됩니다. 그래서인지 급수가 높은 제가 한 대표의 정치 바둑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웃음)

여건만 되면 盧대통령을 다시 탄핵할 것

(프) 김 전 의원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2004년 3월의 탄핵입니다. 여러 이유로 탄핵 역풍이 벌어서 결과는 좋지 못했었는데요, 많은 분들은 명분이 확실했기 때문에 탄핵이 정당했다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만약 의원님께서 지금 다시 노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위치에 계시다면 재탄핵을 주도하실 의사가 있으신지요?

(김) 물론입니다. 전 일반 국민들께서 생각하시는 탄핵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드리고 싶습니다. 전 미국에서 15년 이상을 떠나지 않고 산 적이 있습니다. 당시 Nixon Impeachment(닉슨 탄핵)도 있었구요, 워터게이트 사건도 있었는데.. 공화당이 민주당 선거사무실에 몰래 들어가서 문서를 빼돌린 사건이었습니다. 그 사건 자체보다도 닉슨이 그에 대해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탄핵된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헌정사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대통령과 대칭점에 있는 정치세력이 국회에서 2/3의 의석을 차지한 사례가 없었다고 압니다. 바로 지난 2003년에 그렇게 됐죠. 그렇다면 노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긴장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방만한 자세를 유지했고, 선거중에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이 된다”는 발언으로 결정적인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이건 결정적인 불법선거운동입니다. 그 발언을 과소평가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우리 민주당은 당시 그 발언으로 인해서 선거를 치룰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에도 열린우리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사표론’을 주장하며 우리를 흠집내려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각에서는 우리가 탄핵을 감행하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망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무 것도 안했더라도 무너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탄핵 기안서는 추미애 전 의원의 작품

탄핵 막판까지 주저하신 민주당 의원들도 계셨습니다. 추미애 의원 같은 분이 대표적인데요, 막판 3~4일 전에는 적극적인 지지파로 바뀌었습니다. 우리의 탄핵 기안서를 추 전 의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했습니다. 그건 추 전 의원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황태연 박사가 기획했고 법률적으로 검토한 게 바로 추 전 의원이었습니다. 막판에 그분이 입장을 바꾸신 건 논외로 하겠습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탄핵 사유에 부합하는 위법 행위를 한다면 당연히 해야 합니다. 이건 우리 헌정 질서에 있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이 강력하기 때문에 그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국회의 탄핵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 중 일부는 “감히 어떻게 대통령을 탄핵하느냐”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제도는 민주화가 됐고 오랜 민주화운동을 통해 구조 자체는 민주화됐지만 사람들의 인식 중에는 완전히 민주화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탄핵이 헌법재판관들 몇 명에 의해 저지되긴 했지만, 국회의원 193명의 동의로 사실상 성공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도 탄핵 사유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서울시장 후보 공천 둘러싼 논의가 민주당의 운명을 가를 것

(프)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당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주선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겠다는 방침을 굳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요, 며칠 전 박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열린당과의 합당이나 전략공천 반대’ 라는 당론을 가지고 있는 한 대표가 당론에 배치되는 주장을 한 박 전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 민주당이 처해있는 딜레마이고, 민주당이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서울시장 후보 공천 문제를 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민주당 전체의 역사와 한국 정치의 체질개선이라는 큰 틀 내에서 보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시간 현재 민주당 대표단 회의가 진행 중입니다. 경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몇 사람의 의원들이 있는데 그분들 중 이낙연, 최인기, 김효석 의원이 오늘 오후 3시에 제게 면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경선의 방법론에 대해 대표단 회의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표단 회의에서 한화갑 대표 측에서 전략공천을 밀어붙이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위의 세분들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이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 실시에 동감하는 입장이라고 봅니다. 한화갑 대표 혼자서 왜 저렇게 무리하게 밀어붙이시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전략공천을 해서 민주당이 얻을 이익이 하나도 없습니다. 박주선 전 의원은 전남도지사 경선 여론조사에서 3:1 정도로 박준영 현 지사에게 뒤지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수치였다면 전략적 관점에서 둘 중 한명을 타 지역으로 돌리는 의미가 있겠지만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후보를 서울시장 후보로 전략공천 한다는 건 서울시민들을 무시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주장하고 있는 ‘아름다운 국민경선’ 은 다른 사람도 아닌 박 전 의원이 전남도지사 공천 과정에서 불과 몇주전까지 필사적으로 주장한 아이디어입니다. 그걸 여기서 하자고 하는데 그걸 안하고 ‘황제공천’을 받아들이겠다는 건 이율배반입니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모두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데 왜 유독 민주당만 황제공천을 하겠다고 고집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모멸감도 들지만 마지막까지 실망하지 않고 싸워나가겠습니다.

박주선의 ‘열린당과 후보단일화’ 주장은 후보 자격 상실에 해당하는 망발

박주선 전 의원이 강금실 전 장관과 후보단일화를 언급하는 건 정말 말도 안되는 얘기입니다. 공식 후보도 아닌 사람이잖아요? 설사 공식 후보가 됐다고 할지라도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비록 “나를 중심으로 단일화한다는 뜻이다”라고 둘러댔지만 결국은 강금실 측과 단일화의 창구를 열어놓겠다는 뜻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결국은 후보 사퇴 등의 형식으로 강금실 쪽으로 단일화를 시켜주고 정치적 이익을 챙기겠다는 뜻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면 민주당은 선거 후반부에 가면 후보가 사라져 버리는 사태가 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무서운 음모를 과연 박 전 의원 혼자서 꾸몄을까요? 한화갑 대표와 같이 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안 가질 수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한 대표는 반드시 대답해야 합니다.

민주당 내 정서를 고려할 때 열린우리당과의 단일화 발언은 후보 자격 상실에 해당하는 망발입니다. 박 전 의원은 이런 발언을 서슴치 않고 한 데 대해 지도부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기에 더욱 당황스럽습니다. 이건 명백한 害堂행위입니다. 1970년부터 36년간 민주당원이었던 저로써는 심한 모멸감을 느낍니다.

(프) 박주선 전 의원이 “고건 전 총리가 나를 지원할 것이다”는 발언을 해서 보도된 바 있습니다. 김경재 의원님도 고 전 총리과 각별한 사이시고, 고 전 총리를 차기 대통령으로서 지지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고 전 총리에 대한 박 전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또 고 전 총리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원할 거라고 보시는지요?

(김) 박 전 의원의 그런 발언은 선배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물론 저는 “고 전 총리가 절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돕지 않을 것이다” 라고 단정지어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대권을 앞에 두고 암중모색하며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는 정치선배를 지칭해서 “이 분이 나를 도울 것이다”라고 박 전 의원이 큰소리를 친 부분은 막가파식 행보입니다.

저는 몇 달 전에 고 전 총리와 중국 여행도 다녀왔고 고 전 총리가 저의 서울대 정치학과 직속 선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 전 총리가 지방선거에서 지지할 거라고 발언한 적 없습니다. 다만 제가 시장에 당선된 후 고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앞장서겠다는 발언을 한 적은 있습니다. 박주선 의원이 약간 이성을 상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금실은 여자의 탈을 쓴 노무현

(프) 만약 온갖 난관을 뚫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신다면 강 전 장관과 맞대결을 하시게 될텐데요, 어떤 방식으로 맞상대를 하실건지요? 또 강 전 장관이 정치할 의사가 없다고 줄곧 입장을 밝혀 오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서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강금실 전 장관은 ‘여자의 탈을 쓴 노무현’ 입니다. 저는 강 전 장관이 ‘정치를 안하겠다’ 는 기존 입장을 바꾸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것도 일종의 이벤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전 장관은 자신이 평생동안 지지했던 정치세력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 뛰어든, 노무현 대통령의 대리인일 뿐입니다.

결국 노무현 정권은 자신들의 대북정책, 수도분할, 경제파탄 등 자신들의 실정을 가리기 위해서 강금실이라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이미지의 여성 법조인을 내세워서 국민들을 현혹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강금실 신드롬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정면승부 밖에는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 나라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정통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도 역시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공정하게 여론에 비춰질 기회만 있다면 저는 강 전 장관과 제가 대결구도를 유지하며 메이저 후보로서 선거를 이끌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15년간의 외국생활을 통해 터득한 국제적 감각, 도시 운영 등의 노하우, 외국어 능력 등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을 향후 1천년간 아시아의 중심지로 만들어 갈 비전과 노하우가 제게는 있습니다.

강금실 대적할 적임자는 바로 나

강금실 전 장관 측은 이 김경재가 후보가 되느냐 안되느냐에 대해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저희는 입수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박주선 전략공천 소식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친노, 친여 성향의 언론들이 ‘박주선 띄우기’에 나섰다고 봅니다. 현 정부의 교묘한 홍보전략이 개입돼 있다고 봅니다.

저는 10여차례의 TV 토론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치적 빅뱅이 예상되므로 당세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저는 국민들에게 “제가 작은 정당의 후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보지 마십시오. 정당은 바뀝니다” 라는 입장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한나라당은 좀더 당해야 정신 차릴 것

(프) 이번에는 한나라당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최근 웰빙정당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한나라당은 좀더 당해야만 정신을 차릴 듯 합니다. (웃음) 누군지 제가 거명할 수는 없지만,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바뀐다면 반드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겁니다. 그러나 현재 후보들은 한나라당의 정당지지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