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깊어가는 한국불신
한국과 미국이 곧 주한미군 감축 협상에 들어간다. 국가 간 협상은 주고받기식으로 이뤄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 또는 재조정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이 서로 뭘 주고 뭘 받아낼지가 협상의 관건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협상에서 크게 받아낼 것도 없고 크게 줄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예정된 시간표에 맞춰 3만7000명의 주한미군 중 3분의 1가량을 줄이면 된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한국이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려운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미국측 분위기를 전했다.
6자회담 등 북한과의 회담이 잘 안 되는 이유는 협상 당사자들이 서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감축 협상에 나서는 한국이 미국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느냐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분명한 것은 미국이 한국을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정부와 정치권이 주한미군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대체적 인식이다. 워싱턴 고위 소식통은 “한국 정부의 고위 관리와 정치 지도자들이 미국에 와서 하는 얘기와 한국에서 한국민에게 하는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이 북한의 핵 문제에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정부의 한 소식통은 “한국이 괜찮다는데 왜 미국이 한국을 걱정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한국과 별로 협상할 내용이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짙은 불신은 대미 협상에 나서는 한국에 고스란히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영관장교연합회 부회장 金 性 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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