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가 23주년이니 그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후 벌써 강산이 두 번 변했습니다.
정부가 이미 그날을 기념일로까지 지정하였고 금전 보상까지 하였는데 아직 그 사건에 대해 민주화 투쟁이냐 그냥 불행한 사태냐에 대해 말들이 분분합니다.
어떤 네티즌이 올린 글에서 보면 1999년에 광주사회 조사연구소(이사장 김동원)가 광주광역시의 용역을 받아 실시한 5.18 관련 여론조사 (5.18관련, 현재까지 최종 여론조사라함) 결과 국민의 53.9%가 5.18 진상규명이 미흡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60.6%는 5.18을 그만 거론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국민의 과반수가 5.18이 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비극적인 사태이라 빨리 잊고싶어 하지만 5.18의 진상규명 자체는 미흡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일이 있은 후 23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이 흘러 그 당시 태어난 제 큰 아이가 대학을 졸업한 지금까지도 5.18에 대한 사실 규명이 이제는 제대로 되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저 자신도 당시 회사원일 때 언론에서도 광주사태에 대해 사실보도를 하지않아 미국인들을 통해 입수된 TIME이나 Newsweek지의 사건관련 복사본을 친구들과 돌려 읽곤 한 기억이 있습니다만,
1988년도의 국회 청문회, 여러 사람의 기고문, 검찰조사 등을 보며 5.18에 대한 진상규명이 미흡하다고 느껴왔던 사람입니다.
◈ 현재 공식적으론 '광주 사태'가 아닌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되어 있고 교과서에도 그렇게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죄송하지만 저도 아직 '광주 사태'라 부릅니다.
그것은 현 단계에서 무조건적으로 5.18을 폄하하거나 당시 희생된 분들을 모독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그 때 광주에서 일어났던 비극에 대한 발단 원인부터 마무리까지 완전한 사실확인에 따른 객관적인 역사적 평가가 미흡했다고 보기에 판단을 유보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5.18 청문회를 비롯하여 검찰조사 등 수차에 걸친 확인 작업이 있었지만 제가 볼땐 단지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실확인 작업과 가해자측 (정부와 군)에 대한 피해자측 (광주, 재야와 현 정권측)의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식의 일방적인 매도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언젠가 어느 네티즌들이 올린 글들 중에
1. "너희 어미가 공수부대 대검에 젖가슴이 도려낸 것을 경험했으면 이런 말을 못 할거다", 또는
2. "그때 정권 찬탈의 주역들이 경상도 사람이 아니었다면 광주를 타켓으로 하여 수많은 사람을 죽이며 사태를 수습하진 않았겠지요..."라는
섬직하고도 무서운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낸 글도 있습니다. 오래 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그 당시 주모자와 해당부대 지휘관은 극형으로 다스려야 했지요. 그것이 역사에 교훈이 되고 장기적으로 국민화합에 기여할 수 있겠다고 봅니다.
따라서 5.18은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가해자 또는 피해자 입장에서 떠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원인(近因 뿐 아닌 遠因까지)부터 미무리 까지 기간별로 자세히 재규명하여야 본다고 보며
◈ 제가 가지고 있는 의문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1. 5.18 횃불 데모를 마지막으로 데모가 사그러지다 무슨 이유에선지 다시 불이 붙었다는 말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요. 혹자는 DJ구속과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요.
2. 다음은 유언비어입니다.
'경상도 군인들이 전라도 사람 씨를 말리러 왔다.',
'군인이 여학생의 젖가슴을 도려내었다.'
'임산부의 배를 찔렀다.' 등
많은 유언비어가 당시 광주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사실무근 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초기에 특전단이 과잉 진압하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같이 당시 이미 군복무 경험이 있던 서울 사람인 저로서는 '그러한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당시에도 가졌으나 당시 광주에서는 진실로 믿으며 널리 퍼졌었습니다.
이러한 악성 유언비어가 군의 과잉진압에 맞물려 상승작용을 낳아 더 과격하게 된 것으로 봅니다.
△ 그러면 누가, 왜 그런 유언비어를 퍼트렸을까요?
당시 광주의 소란이 일찍 진정되기를 바라지않고 더 과격해지기를 바라는 누가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5.18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이점이 상당히 중요하다 봅니다.
3. 다음은 사망 원인입니다.
당시 시위대는 탈취한 무기 (경찰 및 예비군용 M1 및 칼빈소총)로 무장을 하였으나 공권력에 의한 치안 공백에도 불구하고 광주지역에선 살인 약탈 등이 없었다는 주장도 있고,
군의 기록으론 당시 민간인 사망자가 162명이었으나 그중 117명이 M1이나 칼빈에 의한 총상으로 사망하였다 라고 되어있다고 합니다. (당시 지급된 군의 기본화기는 M16이었습니다.)
4. 당시 금남로에서의 대치 및 군의 첫 번 총격 이유와 그 실상을 더 규명하여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군측의 진술은 소수의견으로 치부되고 무시된 것 같습니다.
서울서 간 특전단이 대대 당 경계용 실탄 1 박스만 가져갔고 그것도 금남로 출동시에는 대대 숙영지에 두고 갔으며,
사태가 악화되자 숙영지에서 현장으로 실탄을 운반해 가져가 장교들에게만 소량의 실탄을 분배하였으며 현장 여단장은 사격승인 허가요청을 계속 받고도 허가 않다가 불가항력시 단발 조준사격 (자동 모드로 놓으면 M16은 분당 750발 사격 가능)을 명령하였다면 군도 그 당시 현장 상황으로는 민간인의 피해를 줄이고 사태의 확산을 막는데 최선을 다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시 금남로에서 군과 대치하고 있던 시위대가 무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저도 믿고싶습니다.
그러나, 다음의 당시 금남로에 특전단 중대장으로 있던 분의 증언을 보십시오.
"바로 코앞에서 수십만의 군중이 무장을 하고 빌딩의 여기 저기에서 버스 뒤 트럭 뒤에서 총을 쏘고 돌을 던져대는 상황에서 자신들을 기어코 죽이려고 덤벼드는 상황 속에서도 대응하지 못하고 총도 발사하지 못하고 상관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급기야는 부상당하고 구타 당하는 동료와 전우들을 보면서 울면서 팀장 대대장에게 발포 명령을 내려 달라고 애원하던 모습, 그게 안되면 몽둥이라도 휘두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애원하던 모습들이 선합니다.
벽돌과 각목으로 방향과 속도를 조정해서 무조건 밀고 들어오는 버스와 트럭 앞에서도 마음 놓고 도망가지도 못하고 코앞으로 올 때까지 버티다가 피하기도 하고 다리가 절단되고 머리가 깨지기도 했던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진압봉 한번 꺼내 들지 못했습니다. 시민을 자극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와같이 당시 시위현장의 시위대측 이곳 저곳에서 총알이 날라왔다는 증언은 당시 군부대의 일원으로 금남로에 있었던 사람들이 일관되게 하는 증언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당시 시위대 현장에서 시위대측에서 총을 직접 쏜 사람이나 그것을 목격한 시위대측 사람이 양심선언하기 전에는 확인될 수 없습니다. 혹시 사실이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 여기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광주 분들과 당시 군인으로 명령에 의해 현장에 있었으나 현재에는 민간인으로 있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군측 증언자들 중에 누가 더 객관적일 수 있는가하는 것을 말입니다.
제가 볼 때 유감스럽게도 광주분들은 세월이 흐른다 해도 5.18 문제에 있어 한쪽의 당사자로서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5.18이후 민간인으로 되돌아간 민간인들은 그들이 당시 신군부 세력과 개인적으로 특별한 이해관계를 갖고있지 않는 한 객관적일 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명령을 받았던 군측의 증언은 소수의견으로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그 진행과정이 올바르지 못하면 결과의 정당성은 희석됩니다.
4.19를 보십시오. 경무대 앞 시위에서 경찰들의 무자비한 사격으로 200여명의 학생들이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데모는 비폭력 시위였습니다.
그러기에 대학교수들도 동참하였고 진압을 위해 투입된 군부대도 학생들 편에 섰습니다. 그랬기에 정부의 금전보상은 없었지만 우리 국민들 중에 '의거'로 높이 평가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5.18 초기의 시위가 아무리 신군부에 반대하는 민주화 투쟁이라 치부하더라도 무기고를 탈취하고 무장하여 진압하려는 정부군에 대항한 것은 민주화 투쟁이라 볼 수 없다고 봅니다.
◈ 5.18에 대해선 사실 현시점에서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어쨌든 많은 인명이 희생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5.18이 민주화 운동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거나 아직은 평가를 유보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것은 아직 풀리지 않은 점들이 많고 더구나 5.18을 민주화운동이라고 규정하고 보상을 결정하는데 주도적으로 추진한 이 정권의 핵심인물들이 5.18의 봉기자측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으며,
또 그들이 보상의 수혜 당사자가 되었고 보상금의 수준이 5.18보다 우선해야 할 군경 원호대상자나 4.19보다 상당히 높다는데 기인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5.18은 재규명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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