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강원남부지역주민재단 설립과 강원랜드 소유구조 변경을 위한 청원운동 제안문
주민의 힘으로 권리를 되찾자!
존경하는 태백, 정선, 영월, 삼척 주민여러분
정부의 일방적인 산업합리화정책으로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거리에 내몰리고 지역의 경제기반이 붕괴된지도 이미 10여 년이 넘었습니다. 그 동안 강원남부지역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이웃이 고향을 등졌습니다. 그나마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철로에 목숨을 내건 대정부투쟁을 전개했고 그 결과 95년 12월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특별법>에 따라 (주)강원랜드의 내국인 출입가능 카지노가 만들어졌을 때 대다수 주민들이 정부의 조치를 환영했습니다.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고 일거리도 늘어나 주민들의 삶이 윤택해지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카지노의 성공적 운영으로 침체된 지역경제의 회생과 폐광지역을 고원관광휴양지로 조성하는데 상당부분 기여하였다'는 관청의 공식 평가가 있습니다. 또 은행 예금과 대출이 늘고 지방세 징수액이 높아지고 건축허가가 증가했다는 통계학상의 지표로 경제적 측면에서 발전이 있었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습니다. 참으로 속 터질 노릇입니다. 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래도 탄광촌 시절이 좋았다"는 밑바닥 주민들의 원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지역을 살리겠다고 철길에 목숨까지 내놓으면서까지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지만 주민들에게는 돌아온 혜택은 뚜렷한 게 없습니다. 손 안대고 코 푼다고 주민들의 투쟁으로 이익을 챙긴 세력은 따로 있습니다. 돈으로 원주민의 땅을 가로채서는 투기나 일삼는 외지의 있는 사람들, 유일한 내국인 출입가능 카지노를 소유한 (주)강원랜드 그리고 (주)강원랜드의 최대주주인 중앙정부가 그들입니다. 기가 막힌 것은 (주)강원랜드를 통해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쪽이 바로 국가라는 사실입니다.
(주)강원랜드는 내국인출입 카지노 사업으로 지난 3년간 1조 1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4,805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하루 평균 6억원의 흑자를 거둔 셈입니다. 그 3년 동안 정부는 (주)강원랜드에서 3,377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수입을 올렸습니다. 같은 기간 지방재정수입은 937억원(폐광지역개발기금 690억원 포함)에 불과한 실정인데도 말입니다.
실상을 보면 (주)강원랜드가 운영하는 카지노는 국가가 합법적으로 국민의 주머니를 터는 도박장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순박한 강원남부주민들을 봉으로 보고 있고 주민들의 투쟁이 밑거름이 된 <특별법> 제정의 취지조차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별법>에서 언급하고 있는 (주)강원랜드의 설립취지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카지노를 통해 모은 돈으로 폐광지역 4개 시·군의 경제를 되살리고 주민들의 생활향상을 도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카지노라는 수원지를 만들어 필요로 하는 곳에 물(재원)을 골고루 흐르게 하자는 발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떻습니까? (주)강원랜드라는 수원지의 물이 지역에 골고루 흐르고 있습니까?
정부가 (주)강원랜드의 막대한 수익을 세금으로 걷어가다 보니 지역에는 흐를 물이 없습니다. 강원남부지역주민들은 다른 지역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제 잇속을 채우는 사람들이라는 욕을 먹고 있지만 지역경제는 여전히 피폐한 상태고 주민들의 삶의 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한편에서는 메인 카지노가 개장을 했으니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일거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일거리가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불행하게도 강원남부지역의 주민 중에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호텔이나 카지노 관련 경력자가 거의 없습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청소, 경비 등 용역에 제한적으로 취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경제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강원랜드는 정부재출자기관이면서 주식회사입니다. 주주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주)강원랜드의 수익으로 지역이나 주민을 지원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수익률을 떨어트리는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할 뿐입니다.
실제 강원도에서 카지노 이익금에 부과하고 있는 폐광지역개발기금의 인상을 위한 <특별법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소액주주의 반발로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주)강원랜드로서는 지역과 주민에 대한 지원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주)강원랜드가 가지는 혜택, 곧 내국인 출입가능 카지노의 운영이라는 프리미엄도 조만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특별법>은 2005년에 그 시효가 끝납니다. 자치단체에서 2010년까지 시효를 연장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기껏 7년입니다.
제주도 관광특구 구상에서 비롯하여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강원랜드와 같은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를 허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별법> 자체가 수많은 특례조항으로 이루어진 만큼 다른 지역에도 특례를 베풀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카지노를 중심으로 하는 거점형 지역발전전략의 이득은 기껏해야 7년입니다. 그 기간 동안 지역개발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고 그 기본은 카지노로부터의 탈피, 지속 가능한 발전, 지역과 주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오는 발전전략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삼척, 영월, 정선, 태백의 지방자치단체는 이 엄중한 시기에 대책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주)강원랜드의 직원숙소를 지역에 골고루 나눠달라는 투정만 늘어놓을 뿐 무능력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더 한심한 일은 강원남부지역의 4개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가 폐광지역 대체산업 육성명목으로 지원하는 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산업자원부는 폐광지역 자치단체들이 요구한 2003년도 탄광지역개발사업비 644억 원 가운데 33%인 210억 원만을 승인하고 나머지 67%에 달하는 433억원 규모의 사업에 대해서는 유보 또는 불승인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 이유를 알고 보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지난해 산업자원부는 강원남부 4개 시·군에 278억원의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자치단체는 그 가운데 57%인 157억원만을 사업비로 집행했을 뿐 나머지 예산은 제대로 쓰지 못했고 그마저도 지원예산을 2년째 이월시켰습니다.
탄광지역개발사업비가 무엇입니까? 폐광지역의 대체산업육성에 필요한 자금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산업합리화 정책 때문에 하루아침에 거리에 내몰리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의 희생에 대한 대가이고 부모와 형제, 자매, 이웃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자금입니다. 그 소중한 재원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자치단체에 어떤 기대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뿐만이 아닙니다. 자치단체들의 지역개발전략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척박하기 그지없습니다. 카지노와 연계해 지역에 위락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 밖에 어떤 창조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강원남부지역의 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관광휴양지 개발사업만 52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접근용이성이 떨어지고 투자여건이 미미해 대규모리조트 단지 조성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받아야 할 돈은 사업계획이 부실해 제 몫을 받지 못하고 현실성 없는 대규모 투자계획만 남발해 난개발을 부추기는 지방자치단체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강원남부지역의 난개발로 음식점과 숙박업, 유흥업소 등 비생산적인 부분에서의 투자만 과열되고 서울의 건축설계사무소, 인테리어 업자들이 때아닌 특수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주민들은 땅값 폭등에 따른 위화감과 도박과 환락도시로의 전환에 따른 교육환경의 파괴에 대한 우려, 빈부격차의 심화를 현실로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안일한 대응이 계속된다면 강원남부지역은 한국판 인디언 보호구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전에 비상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관 주도의 일방적인 지역개발전략은 그 한계가 이미 입증되고 있습니다.
실적주의와 행정편의주의에 찌든 지방자치단체는 강원남부지역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지역간 집중과 분산의 원칙에 따라 지속 가능한 발전전략의 패러다임을 마련하고 실행하는데 적임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이제 지역주민과 지역의 시민활동가, 전문가들이 나설 때가 되었습니다.
그 구체적인 대안으로 우리는 <강원남부지역주민재단>의 설립을 제안합니다. <강원남부지역주민재단>은 지역주민과 지역의 활동가,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어 카지노중심의 거점개발전략을 탈피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주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오는 지역통합발전전략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강원남부지역주민재단>은 실적주의와 행정편의주의에 갇힌 지방자지단체의 한계를 돌파함으로서 지역발전의 새로운 구심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대규모 리조트나 위락단지 조성은 보고 듣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대규모의 투자가 불가피한데다 투자한 만큼 많은 일자리를 주민에게 제공하지 않습니다. 비록 소규모이지만 주민의 다양한 입장에서 실현 가능한 지역개발전략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것이 주민과 지역경제에 더 이익일 수 있습니다.
<강원남부지역주민재단>은 또한 지역현안에 대해 지금껏 평가자의 입장에 머물러 있던 주민을 주체로 격상시킴으로서 집중과 분산, 효율성이라는 지역발전전략의 대의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시급한 과제인 지역통합을 주민 스스로가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강원남부지역주민재단>이 주민을 위한 공익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주)강원랜드의 수익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동안 (주)강원랜드는 돈벌이에만 몰두할 뿐 지역과 주민에 대한 혜택은 도외시 해왔고 앞으로도 그 기조는 바뀌지 않으리라 판단합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도 (주)강원랜드에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을 요구할 뿐 방관자로서의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그러나 강원남부지역 주민들이야말로 (주)강원랜드의 주인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특별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인하여 낙후된 폐광지역의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간의 균형 있는 발전과 주민의 생활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으며 <특별법> 11조⑤항은 '카지노업에서 발생되는 이익금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일부를 일정기간동안 폐광지역과 관련된 관광진흥 및 지역개발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특별법> 제정의 취지를 되살려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주)강원랜드의 설립을 가능하게 한 <특별법>은 주민들의 힘으로 쟁취한 것이며 주민들이 투쟁에 나서게 된 것은 광원들을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몬 정부의 일방적인 산업합리화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이 (주)강원랜드에 출자한 돈은 따지고 보면 강원남부지역의 광원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축적한 자본입니다.
(주)강원랜드는 강원남부지역 주민들의 붉은 피와 검은 땀의 대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주)강원랜드의 소유구조 변경을 제안합니다. 현재 (주)강원랜드의 최대주주는 개인이 아니라 산업자원부 산하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과 강원도, 강원남부의 4개 지방자치단체입니다.
우리는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이 소유하고 있는 36%의 (주)강원랜드 지분을 가칭 <강원남부지역주민재단>의 기금으로 조성해 줄 것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청원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청원을 접수했으며 분과위원회로 넘겨 검토 중이라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특별법>은 강원남부지역 주민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주)강원랜드의 소유구조 변경과 지속 가능한 지역통합 발전전략의 마련도 단순한 청원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강원남부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노력은 정당한 도덕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카지노를 찾는 다른 지역주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강원남부지역을 살찌운다는 발상은 거부해야 마땅합니다.
우리는 (주)강원랜드가 강원남부지역의 경제적인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야 하며 그 수익은 투명하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주)강원랜드의 골프장, 스키장 건설 등 있는 사람 중심의 위락단지 조성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연 환경을 보전하며 강원남부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살린 문화상품을 개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층간 사회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위락단지 중심의 발전전략을 채택한다면 광산노동자와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특별법>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우리의 도덕성을 바탕으로 제주도 관광특구와 기타 지방자치단체도 내국인 출입가능 카지노 설립을 통한 손쉬운 지역발전전략을 꾀할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할 것을 요구합니다.
존경하는 삼척, 영월, 정선, 태백 주민여러분
강원남부지역은 현재 심대한 정체성의 위기와 함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이제 <특별법>을 제정하게끔 만든 여러분의 힘을 다시 한 번 발휘할 때가 왔습니다. 가칭 <강원남부지역주민재단>은 여러분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이 있어야 설립될 수 있습니다. (주)강원랜드의 소유구조 변경을 위한 청원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자손손 이어갈 아름답고 풍요한 강원남부지역을 만들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5월 1일
가칭 강원남부지역주민재단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 강순구(너와집 대표)
태백시 추진위원장 신재웅(광산지역해고노동자 협의회 회장)
정선군 추진위원장 이상범(신동읍 사리 이장)
영월군 추진위원장 유경종(영월생활문화연구소 소장)
삼척시 추진위원장 최승희(중앙일보 도계지국장)
강원남부지역주민재단 추진위원회 홈페이지 www.ksline.org
태백시 화전동 11-36 전화 553-2130 팩스 552-9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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