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산을 찾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60-70대는 투표하지 않고 쉬어도 된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범어사와 노인복지 시설인 애광원을 찾아 사죄의 큰절을 올렸으나, 이후 부산 구포시장 방문 등 현장에서는 격렬하게 항의하는 주민들과 맞닥뜨려 곤욕을 치러야 했다.
심지어 오후 방문이 예정됐던 부산진구 성지곡수원지 내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정 의장이 도착하기 전부터 20여 명의 노인들이 몰려들어 욕설과 고함을 질러댔다. 이 때문에 정 의장 일행은 방문을 취소하고 버스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안녕치 못하다" 시장 상인 욕... 수행원들 말리느라 '진땀'
이날 오전 8시40분 비행기로 도착한 정 의장은 범어사와 애광원을 잇달아 방문,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죄했다. 애광원에서는 노인들의 점심 배식을 도우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고, 노인들은 "실수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정 의장을 도리어 위안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부산 방문의 분위기는 좋았으나, 오후 구포시장 방문에서 정 의장은 곳곳에서 '성난 민심'을 만나야 했다.
정 의장이 구포시장에 도착하자 일부 시장 상인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그러나 정 의장과 이철 후보가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며 시장 안쪽으로 걸어들어가자 나이든 시장 상인 몇몇은 정 의장을 향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 때문에 수행원들은 정 의장이 지나간 뒤 거칠게 항의하는 상인들을 말리느라 진땀을 뺐다.
이같은 해프닝은 정 의장의 시장 방문 내내 서너 차례 이어졌다. 정 의장이 구포시장 내 한 순대집에 앉아 지역 주민과 막걸리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한 여성 상인이 정 의장을 향해 달려들다 수행원들에 의해서 제지됐다. 이 상인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우리당 당직자의 인사에 "나는 안녕하지 못하다"며 고함을 질렀고 "철없는 대통령"이라고 소리치다 수행원들에게 가로 막혔다.
손수레를 끌고 지나가던 한 60대 노인은 정 의장 일행이 지나가자 뒷편에서 "뭐가 좋다고 여기까지 와서 웃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오기만 해라, 똥물을 퍼부어 버리겠다" 성지곡수원지의 흥분한 노인들
구포시장 이후 방문이 예정됐던 성지곡수원지 내 어린이대공원에서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대공원 입구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노인들은 정 의장 일행이 이 곳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 의장이 했다는 발언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다 조영동 열린우리당 후보의 유세 차량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조 후보의 유세차량 앞에서 거친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정 의장을 비난했다.
한 노인은 "오기만 해라, 애미 애비도 없는 놈"이라며 흥분했고, 다른 노인은 "똥물을 퍼부어 버리겠다"고 삿대질을 해댔다. 다른 노인들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죽여버리자", "대XX을 쎄려버리겠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이처럼 노인들이 흥분하자, 불안한 눈길로 쳐다보던 조 후보측 관계자는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고, 경찰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개 소대 병력을 대공원 입구에 배치했다.
그러나 노인들이 좀처럼 흩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우리당쪽 한 관계자는 "안 오시는게 좋겠다"고 전화를 했고, 정 의장 일행은 오후 4시30분께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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