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라우, 아들 동무, 오랜만이야.

정일아 네가 벌써 칠순을 앞두고 있다니 내래 믿어지지 않는다.

아무튼 일흔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사실은 일흔 한 번째이지만 말이다.

그기야 너도 잘 알겠지만, 2012년이 강성대국 원년이고,

내가 태어난 지 꼭 백년 되는 날이 아니 갔니.

그래서리 네 생일도 1년 늦춘 거지

역시 내 자랑스러운 후계자 아들 동무는 아직도 날 못 잊고 있구나

내래 꿈에서도 몇 차례씩 강조 했지만, 나처럼 오래오래 살려면

거저 건강에 조심해야하는데 가만히 보니 걱정이 태산 같다.

거 술 담배 좀 작작 하구, 애미나이들도 이제 적당히 접하라우야

그건 그렇구. 내 손자 정은이는 날 쏙 빼닮아서 맘에 든다.

어케 그렇게 얼굴이며 몸통을 뜯어 고쳤는지,

내 아들에 내 손자 맞구나.

기리구 경희랑 장 서방은 말 잘 듣고 있갔지?

경희야 한 핏줄이니까 믿어도 되갔지만, 장성택이를 늘 조심하라우.

너도 잘 알갔지만, 적은 늘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 아니 갔어

기리구 내래 딱 한 가지만 잔소리 하겄어

내래 저승에 온지 20년 가까이 돼 가는데,

아직도 남조선을 집어삼키지 못하는 리유가 대체 모이야?

강성대국 원년이 코앞인데 내래 환장하갔어

10여 년 전부터 남조선 대통령들이 쌀이며 달러며 그렇게 갖다 줬는데

그건 다 어디에 쓴 거야? 날래날래 서둘라우. 이제 1년 밖에 안 남았어

하긴 이태리에서 요리사 불러다 피자도 해먹는다니, 돈도 많이 들갔지.

어케 살림살이가 많이 나아진 거가?

아님 혼자만 배터지게 먹는 건가?

거저 고깃국에 쌀밥은 고사하구 제발 인민들 굶기지는 말라우야.

내래 굶어죽은 수백만 인민들 원성 탓에 허구한 날 밤잠을 설치고 있어.

다행히 남조선에서 난데없이 소 돼지들을 떼로 올려 보내주는 바람에

잔치 한판 크게 하구, 남은걸루 겨우 끼니를 때워주고 있지만 말이야.

기리구 말이야. 천안함 때려 부수고 연평도 불바다 만든건 잘했는데,

거저 눈치 안채게 살살 하라우.

이번에 잘못 건드리면 거저 쎄게 한방 때릴 기세들이니깐 말이야.

내가 언뜻 들으니깐 이제 쌀까지 구걸한 모양인데, 그건 정말 아니라구 봐

원조를 받으려면 차라리 몰래 달러로 받으라우.

그리구 중국 놈들도 조심하라우.

그놈들은 우리를 거저 먹을려구 하는 도둑심보를 가지고 있는 놈들이니까

우리 불쌍한 인민들이 그리 도망쳐서 이리저리 싸게 팔려 다닌다는데

니는 자존심도 없나? 우린 위대한 조선이야.

그럴 바엔 차라리 남조선으로 보내라우. 굶겨죽이진 않을 거 아니 갔어.

아무튼 어려운 살림살이 꾸려가느라 삐쩍 말라가는거이 딱하다.

거저 살아있을 때까지 힘 남아있을 때까지 잘 먹고 잘 살라우.

설마 달라며 금붙이며 이리 다 지고 올 생각은 아니 갔지?

뭐, 다 가지고 와도 나쁠 건 없겠지만, 핵만은 가지도 오지 말라우야.

내래 정말이지 핵 없는 세상에서 마음 놓고 살고 싶어. 제발 부탁이야.

아들 동무 생일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면서, 거 며늘아이들한테도

내 안부 전해주라우.

다들 기다리고 있다구 말이야. 거럼 거럼.

정 내가 보고 싶으면 정은이한테 다 물려주고 날래 오든지...

내래 혼자 지옥에 있으려니 정말 외로와 죽갔어.

‘강성대국’ 원년 1년을 남긴 2011년 2월 27일

아비 김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