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이번 논란과 관련하여 귀 MBC에 대한 네티즌들의 강력한 항의와 촛불집회가 열리고 해당 프로그램의 기업광고 12건중 11건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지난 주 토요일(11월26일) 저녁, '황우석 교수 vs MBC PD수첩'이라는 타이틀의 컬럼을 통하여 '이제는 침잠하고 평정심을 찾자'는 의미의 글을 올린 바 있다.
비록 귀 MBC의 PD수첩 프로그램이 왜곡의 요소가 있고, 특정한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고 취재를 하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든 황교수팀이 난자기증 문제에 대해 사전에 솔직하게 밝히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언론으로서의 귀 MBC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해주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어제 뉴스를 타고 흐르는 'PD수첩의 2탄 준비설'을 접하며, 대단히 무거운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게 되어 또 어떤 광풍이 휘몰아칠까 하는 우려가 나의 심리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겠지만, 근본적으로 'PD수첩의 취재'가 갖고 있는 무게감과 파급효과, 그리고 그 위력을 익히 잘 보아왔던 경험에 비추어 '이것이야말로 대단히 공정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당장 지난주 방송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들었던 MBC PD수첩이 겨우 일주일만에 2탄을 준비한다고 하는 것이 '차근차근히 준비된 진실보도'라는 느낌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급히 만들어진 프로'라는 선입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아직 방영되지도 않은 프로이기에 미리 예단하여 왈가왈부할 수 없는 노릇이나, 이참에 모든 우려를 담아 귀 MBC사에 경고하고자 하니 귀담아 들어 주시기 바란다.
1. 이번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 역사의식과 언론의 사명감을 가져주길 바란다. 국가이익을 우선시 하라는 얘기도 하지 않겠다. 그것은 귀사의 판단이다. 다만, 어줍잖은 논리와 의혹만을 제기하여 국가 이미지마저 실추시키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이번만큼은 귀사의 운명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바란다.
2. 변명하지 말기 바란다. 귀 MBC사의 입장은 이미 충분히 전달되었기에 준비중인 2탄에서 그것을 합리화하는 말을 듣는 데에 국민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지 말기 바란다. 한마디로 국민들을 우습게 보지 말란 얘기다. 지난번에 방영하려다 빠진 내용들을 이번에 포함시킨다니.. 변명거리 편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3. 객관적으로 증빙되지 않은 자료를 들이밀지 말기 바란다. 이 세상 삼라만상은 모두 양면성을 갖고 있는 법. 2차원 평면지에 그려진 그림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법인데, 입체적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무한 공간을 넘나드는 사람의 생각과 사고를 한쪽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4. 한마디로 공정하란 얘기다. 시소를 타듯이 평정하고 공정하게 준비하란 얘기다. 편집을 하며 '어떤 화면으로 어떤 대화로 편성을 해야 우리 MBC에 유리할까'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당신들은 '공정'으로 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5. 악의적으로 FACT를 비틀지 말기 바란다. 우리 국민들의 지나친 애국주의가 문제라고 귀사에서는 생각하겠지만, 귀사 소속원 역시 사주나, PD나, 취재기자나, 편집기자나 MBC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고를 갖는 순간 어느 누구도 비난할 자격을 잃게 됨과 동시에 '언론인으로서의 소임'을 위배하는 순간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6. '~으로 미루어 보아 충분히 추측해볼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지 말기 바란다. 여느때라면 그러한 것도 받아들여지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사안이 대단히 미묘하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대한 시점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단순히 국가이익만을 말함이 아니다.
7. 온 국민의 눈과 귀가 귀사의 프로그램 하나에 몰려있다는 사실에 대해 중압감과 책임의식을 갖기 바란다. 그 충혈되고 핏발선 눈들은 귀사를 이해하게 될 수도 있고 귀사를 죽여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엄숙하고 비장한 마음을 가져주길 바란다.
8. 미완의 길, 미지의 길, 미혹의 길, 미래의 길을 걷고 있는 과학세계에,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흘러왔던 폐쇄된 공간속에서의 잣대를 들이대어 예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이러했으니 이러할 것이다'라는 논리를 우리 국민들은 이번만큼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9.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그 신빙성에 대해 확실한 근거에 견주어 신뢰하기 힘든 주장을 단지 '누가 그러한 주장을 했다'라는 것이 FACT 라는 이유로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를 하지 말기 바란다. 그것으로 물을 흐리려 한다면 결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이제는 누가 섣불리 나서서 막아주기 힘들다는 것을 아시기 바란다.
10. 뉴스에 의하면 황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대한 검증을 국내 모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국제특허를 취득하고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연구결과에 대해 쉽게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어디인지.. 그 기관이 그럴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어떻게 검증했는지 역시 중요사안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11. 진실게임으로 몰아넣지 마시기 바란다. A의 주장과 B의 주장을 나란히 대비시켜 놓고 '누구 말이 진실인가'라는 게임을 벌이게 한 후, 뒤로 살짝 빠지는 짓을 언론들은 너무나 쉽게하고 언제나 그 유혹에 빠지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 이번 만큼은 그런 짓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12. 선정적인 보도를 하지 말기 바란다. 자극하지 말기 바란다.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상황이 바로 지금이며, 그것이 폭발하면 귀사 또한 빅뱅을 면치 못할 것임이니 정말 신중하고, 젠틀하고, 사려깊고, 공정하고, 차분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 바란다. 마치 비누풍선을 두손으로 받아 들듯이 말이다..
13. '나'를 배제하기 바란다. 'MBC'를 배제하란 얘기다. 그리고 '우리'를 생각의 중심에 두기 바란다. 이제는 '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귀사의 취재와 보도에 '나', 'MBC', '기자' 등등의 입장이나 주장이 많이 담겨있을 수록 국민의 혈압도 비례하여 상승할 것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14. 만에 하나, 모든 과정에서 'MBC측의 무리한 취재' 혹은 강압적이거나 무언가를 속이거나 감춘 상태에서 취재를 한 사실이 있다면 그것을 솔직하게 밝히기 바란다. 자신의 눈에 든 들보를 걷어내지 못하고 남의 눈에 든 티를 이야기 할 수 없는 법이다. 그 점에서 분명히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없으면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15. 끝으로... 진실(眞實)만을 보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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