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흥남! 아놀드슈왈츠제네거 출연! -

얼마 전에 죽은 박완서라는 사람 이야기 때문에 옆 사람과 티격태격한 적이 있었다.

원인은 박완서가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단다. 영 김빠지는 소리로 들려서 불쾌했던 것이다.

나는 ‘뭐가 시대의 아픔인가. 시대의 영광을 노래해야지’라며 되받아쳤기 때문이다.

시대의 아픔? 그런 것은 김일성 왕조를 가지고 따져야 할 일 아닌가.

사실 박완서라는 이름은 예전부터 들어봤다.

헌데 소설 쓰는 사람인지 시를 쓰는 사람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그저 그런 제목들 나열해놓은 문학은 거의 안 읽는데다 읽어봐야 그게 그거고, 판에 박은 논리 때문이다.

안 그래도 농업선생님이 뻔히 있는데도 국어선생님이 농업 가르치는 식의 김빠지는 전원문학이라든지, 맨날 우리의 아픈 것만 있고 자랑스러운 것은 없는 데다 그 아픈 것도 전부 우리나라 체제 아니면 미국에다 갖다 붙이는 문학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200만 죽은 월남전은 아픔이라고 떠들면서도 800만 죽은 월남공산화 이후의 학살에는 조용한 문학들.

300만 굶어죽은 북한의 아픔은 눈감으면서 멀쩡한 또라이들의 비뚤어진 푸념을 가지고 아픔을 노래하는 문학들.

분단의 아픔이라며 괜히 우리에게까지 죄를 뒤집어씌우는 문학은 넘쳐나는 반면, 김일성 왕조를 증오하는 문학은 별로 못 봤다.

“증오는 걸작의 어머니”라던 데도 말이다

나는 그런 게 싫은 거라.

혹자는 이를 두고 ‘유명작가 무시’한다고 비난할지 모르겠다. 그래 실컷 비난해라. 난 그런 사람과 관계없다.

내 글 한번 읽어주지 않은 작가의 글을 내가 왜 읽어 주냐. 무명논객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왜 시대의 아픔을 거부하는지 설명하겠다.

해방직후 적산시설의 95%를 장악하여 71년도까지 우리보다 1인당 소득이 높았던 북한이다.

그런 북한을 이겨내고 지금은 북한의 수백 배 수준의 각종경제지표를 누리며 비만을 걱정하며 사는 나라 아닌가.

혹자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아니라 ‘누가 집권해도 했을 거’라며 폄하하는 깽판저질 논리를 읊조린다.

그럼 40년 전까지 우리보다 사정이 나은 북한은 왜 ‘위대한 김정일의 령도’ 아래 300만이나 굶어 죽었나?

우리에게 장충체육관까지 지어주며, 5~60년대의 주한미군 발주공사에 있어 공사감독을 맡으며 우리 위에 군림했던 필리핀은 왜 지금은 우리에게 산업연수생 보내는 처지가 되었나?

이러한 영광은 왜 모르는가.

70년대에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 리가 온 것을 두고 ‘국빈맞이’처럼 반응했던 기억이 난다.

장충체육관에서 프로레슬러 김일의 박치기와 비교하는 쇼를 벌이고, 소년 선수에게 KO 당하는 쇼도 벌이고.....

그런 식으로 예전에는 미국에서 인지도 있는 누가 왔다하면 성황을 이루었다.

괴성 한번 질러보려고 김포공항에 박 터지도록 모이다 깔려서 사망하는 사고까지 날 지경이었다.

그만큼 그 당시 우리의 국제적 위상 때문에 스스로 ‘국제적인 촌놈의식’의 멍에가 심했던 것이다.

그런데, 헐리웃 영화에 등장하려고 잘 나간다는 우리 배우지망생들이 줄 서던 게 엊그제 같던데, 이제는 거꾸로  헐리웃 최고 액션배우가 우리나라 영화에 출연하는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주지사까지 역임했던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헐리웃 최고 액션배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우리나라 영화에 출연한다고 한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흥남철수를 주제로 한 6.25영화 ‘아~흥남!’에 말이다.

이런 상전벽해를 두고 그걸 굳이 ‘시대의 아픔’이라고 푸념하는가.

우리의 현대사는 시대의 아픔이 아니라 “시대의 영광”이었느니라.

수출액만으로도 북한 전체의 경제력보다 더 큰 기업을 수십 개나 가진 나라.

그런 나라에서 스스로 시대가 아프다니, 말이 되는 소린가.

역사가 기지개를 펼 동안 글쟁이들은 푸념만 쌓아온 게 문제면 문제다.

박완서를 모르기에 박완서를 비난한 글이 아님!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