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수 칼럼] 당선 1주년 '노태공의 엽기 고백성사'

▲ 현택수 교수

빚에 쪼들린 젊은 아버지가 자식들을 한강에 던져버린 엽기적인 날, 너무 놀란 국민은 미처 대통령 당선 1주년을 축하해주지 못했습니다. 쓸쓸한 대통령은 노사모를 찾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 기념 노사모 행사에서 대통령이 하신 연설을 대국민 고백성사로 패러디한 가상문입니다.
추우시죠? 국민 여러분은 몸도 춥고 마음도 추울 것입니다. 많은 국민이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실망한 나머지 냉소하고 무관심에 빠져버렸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여러분에게 더 이상 희망을 주지 못하고 실망과 절망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불안과 혼돈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어두운 세상이 여러분 앞에 펼쳐질 것이다. 불행하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절망입니다.

1년 전 저는 위선의 역사를 창조했습니다. 깨끗한 선거와 시민 참여로 선거 혁명을 이뤘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는 특권과 기득권과 반칙으로 이 세상을 주무르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나서서 연기했습니다. 뒤로는 그들과 똑같이 검은 돈과 조직으로 그리고 흑색 선전의 언론 플레이로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저를 깨끗한 서민 대통령 그리고 능력있고 준비된 대통령감으로 알고 표를 찍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겉으로는 개혁과 국민통합과 희망돼지 저금통을 말하고, 불법과 국민분열과 공작 정치가 무엇인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비방의 언론 플레이는 차떼기 불법자금보다 더 강력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와 상징 조작 그리고 언론 플레이는 수천억씩 든다는 대통령 선거자금을 수백억 규모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예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이 승리를 이미지와 상징조작의 선거 혁명이라고 부릅니다.

전 세계도 놀라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습니다. 지금 외국에서는 우리의 선거 전술을 본떠서 김사모(김대업을 사랑하는 모임), 설사모(설훈을 사랑하는 모임) 라는 조직이 만들어지고 돼지 저금통을 만드는 등 우리의 선거 운동을 본받은 선거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이 기적, 이 혁명은 바로 여러분들이 그렇게 속아 넘어가준 덕택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승리했으나 대통령 선거는 끝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승복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저를 흔들었습니다. 제가 말을 신중하게 하지 않는다고, 저와 측근들이 비리 혐의가 있다고, 야당의 1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불법자금을 고해성사하라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천부당만부당한 억지 주장을 합니다.

사실상 제가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인지, 노사모의 대통령인지 헷갈립니다. 오늘 저는 또 어떤 비방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1년 전 여러분이 한 선택의 대가를 치루기 위하여 여러분은 아직도 4년 동안 더 참고 기다려야 함을 말씀드리기 위하여 이 자리에 선 것입니다.

저 역시 부정과 부패와 반칙과 야합으로 얼룩진 선거를 치룬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제 딴에는 어려움을 이기면서 검은 돈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척 했지만, 결국 검찰 수사와 특검 때문에 모든 게 들통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고기를 많이 잡는 경기에서는 떡밥을 많이 뿌려야 고기를 많이 잡고 그래야 경기에서 이깁니다. 상대방은 떡밥을 왕창왕창 뿌려서 고기가 그 떡밥 따라 줄줄이 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내 그물에는 고기 한 마리도 안 들어왔습니다. 저도 어리석은 물고기를 낚는 방법은 떡밥 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처음부터 불법 떡밥을 받아 뿌리는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떡밥양이 상대의 10분 1도 되지 않아 역부족이었습니다 .

그 당시 저에게 배팅을 하거나 보험료를 낸 기업이 적어서 뿌리고 싶어도 많이 뿌릴 수가 없었습니다(당선만 되면 상대당의 10분의 1도 안준 기업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하기도 했었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동시 작전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기로 한 것이죠. 뒤로는 최대한 떡밥을 뿌리면서 앞에서는 불법 떡밥 쓰지 않는 깨끗한 강태공의 이미지 조작 전술로 나선 것이죠. 그 결과 운좋게 저는 강물 정화를 바라는 물고기떼들의 지지와 동정심을 이용하는 데에 성공을 했습니다. 특히 노란 잔챙이들을 속이는 것이 제일 쉬었기 때문에 저는 승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대권의 목적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저 노무현의 정치 철학입니다.

아무튼 결국 저는 승리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선택과 후회가 있었기에 저는 승리하고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들 앞에 제 정치 철학과 전술을 공개하며 자랑스럽게 여기 서 있습니다. 저는 10분의 1의 불법 선거혁명을 이룬 셈입니다.

검찰은 저의 눈치를 보고 수사를 할 것입니다. 제가 임명권자인데 감히 자기 목을 스스로 자르는 일을 결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는 특검을 철회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총선은 희망 돼지 저금통만으로 선거가 치러지도록 제가 책임지고 관리하겠습니다.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서는 다시 한번 제 2의 김대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나라 정치판은 진흙탕물입니다. 장수천도 오염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약을 타거나 정수해서 먹을 만한 2급수도 없습니다. 그 물이 그 물입니다. 공업용 폐수도 섞인 이 물에선 정치인들만이 살 수 있습니다. 1급수 정치인은 없습니다. 우리 정치인들은 깨끗한 물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은 자신이 깨끗한 물, 약타서 먹을만한 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정말로 약먹은 말들을 많이 합니다.

물고기 국민 여러분, 내년 총선 낚시대회에서 떡밥이나 많이 기대하십시오. 이번에 저 노태공이 어떠한 낚시 기술을 부려 당신들을 대거 낚아채어 승리할지 두고 보십시오.

저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믿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난 40년 동안 우리 경제를 백 배 키워놓았고, 같은 시기에 해방된 나라 중에서 지금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우등생 아닙니까. 저는 우리 국민들을 믿습니다. 제가 경제를 망쳐도 우리 국민들이 잘 뒤치다꺼리 해 주실 줄로 믿고 있습니다. 혹시 힘드시면 위대한 노사모에게 맡겨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나라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제가 당장 물러나야 옳겠지만, 제 측근들의 장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국민의 재신임과 허락을 받고 그들이 지난 정권들에 비해 10만분의 1이라도 챙기고 물러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저를 찍어 준 국민의 40%가 후회한다고 하던데, 후회하는 국민이 100%가 될 때까지 버틸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의 분노와 실망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의 잘못을 눈감아주고 앞으로 4년 동안만 더 참아 주십시오. 부정부패, 불법, 반칙의 불공정한 이 사회를 10분의 1 이상 개혁 못하면 책임을 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은 저의 희망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1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