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대입 논술고사 가이드라인 문제점..
[중앙일보 2005-08-31 05:34]
논술고사에 대한 규제가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학들이 논술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논술고사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구술.면접의 비중을 확대할 것이란 예상이다.
서울 강남 등의 학원 관계자들은 "어차피 문제가 정형화돼 있는 논술보다 다양한 형식의 구술.면접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수시 2학기 모집에서는 논술을 치르지 않고 대신 구술.면접을 하는 대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올해 정시 모집부터 구술.면접의 비중을 확대할 전망이다.
실제로 그동안 대학 전형 과정에서 논술보다는 구술.면접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수시 2학기 모집에서 논술을 채택한 대학은 17곳이지만 구술.면접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58곳이나 된다.
현재 구술.면접은 사실상 '말로 하는' 본고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면접관들은 수학.과학 과목의 기본 원리와 실생활 문제가 연결된 내용의 문제지를 나눠주고 풀이 과정이나 답을 말이나 칠판에 쓰도록 요구해 왔다. 영어 지문을 나눠주는 일도 흔하다. 구술.면접은 논술과 달리 답안지가 없기 때문에 본고사 논란을 일으킬 만한 근거가 남지 않는다.
대학들이 구술.면접을 본고사 형식으로 치를 경우 이를 막을 적절한 수단이 없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구술.면접고사는 면접관과 학생들이 마주보고 치르기 때문에 지침을 적용할 수 없었다"며 "본고사로 변질하지 않도록 대학에 협조를 당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이 구술.면접 비중을 강화할 경우 고 3학생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구술.면접이 교과서 위주로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워낙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하기가 만만치 않다. 결국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학들이 충실하게 교육부의 논술 기준을 따른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는 논술을 채점할 때 일관된 채점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고려대 수리 논술 출제위원장인 홍성복 교수는 "출제보다도 오히려 일관된 기준으로 채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규제 성격의 논술 기준이 필요한지 의문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우천식 연구2부장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 교육부가 사립대에 대해서도 이러한 기준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김진표 부총리도 사석에서 "(논술 가이드 라인은) 외국 기자들이 보면 해외 토픽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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