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선생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남한 사회에서 한번도 정상적인 정치 파트너로서 대접 받지 못 한 정치인이다.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김 아무개라는 장군이 만일 김대중이 대통령에 선출된다면 수류탄을 들고 뛰어 들어서라도 막겠다고까지 할만큼 대표적인 비토 정치인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호남을 소외시키고 DJ 선생을 소외시키는 한 화해와 갈등 극복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 현대사를 얘기하면서 박정희를 빼고 말할 수 없듯이 김대중을 빼고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새삼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듯이 DJ 선생은 민주화 투쟁의 뿌리고 소외된 호남의 상징이다. DJ는 싫건 좋건 그 자체가 역사인 것이다.
보수가 대한민국의 건국과 현대사를 계승하는 적자임을 주장하려면 경제발전과 자유 수호란 과실만 자랑할게 아니라 그에 필연적으로 수반된 왜곡과 부작용 또한 당연히 상속받아야 한다. 한국 현대사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해소해야 할 의무 또한 짊어져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치 세력의 도리이고 당연한 책무이다. 단물은 마시고 쓴물은 뱉겠다는 놀부 심보로는 절대 국민 대표성을 얻을 수 없다.
현재 한국 사회의 혼란은 참여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그런 화근을 제공한 원인은 보수 진영이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수구적 사고에 매달려 과거 청산의 의무를 망각한데 있음은 거부 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이제 참여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잃고 사회가 혼란에 빠져 피로한 모습을 보이자 뻔뻔스럽게 다시 나서서 좌파 정부 타도를 위해 나선다고 망발을 일삼고 있으며 그 지지자들은 DJ를 과거 독재시대의 비토 정치인으로 돌려 놓으려고 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자신들 개인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역사를 부정하고 나서는 모리배와 다를 바 없는 태도다.
DJ에 정치적으로 반대하고 감정적으로 혐오할 수 있다. DJ의 정치적 스타일이 기호에 안 맞을 수 있고, 그를 음모론적 시각으로 보는 것 역시 자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를 우리 사회에서 배척해 버리고 현대사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현 한국 사회에서 모든 보수 세력을 모아 놔도 DJ 한 사람의 영향력만도 못 한 게 사실이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DJ의 햇볕 정책을 지지하는 대중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의 민족 화해 열정에 감동적인 지지를 보내는 다수의 민중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반 DJ 진영에서 보면 이해가 안되고 남한 사회가 DJ에게 속은 것이라 악담을 늘어 놓겠지만 그것이 엄연한 사실이고 그게 바로 한반도가 처한 실제 모습이다.
남과 북, 외세와 자주, 자유와 평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잉태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반도의 운명인 것이다.
호남 지역에서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DJ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이제는 노인이 되어 버려 눈물 흘리는 민주 투사에 대한 마지막 예우와 호남 소외에 대한 사회적 반성으로 DJ에 대한 비토 세력과 대중의 거부감이 상당히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기권은 해도 적극적 비토는 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암암리에 형성되어 있었고 찬성하지는 못하겠지만 국민 다수가 선택하다면 뭐 거부하지 않겠다는 미필적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노무현과 달리 DJ 대통령은 남한 사회의 화해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던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함께 한 DJ을 정치적으로 반대한다는 것만으로 그를 다시 비토하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수구적인 사고를 지속하는 한 한국 보수 세력은 남한 사회를 이끌어 갈 자격이 없고 대표성을 얻지도 못 할 것이다.
한국 보수 세력이 DJ와 정치적 노선과 견해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우선 DJ와 그 지지 대중을 정상적인 정치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그런 인식 위에서 자신들의 노선을 대중에게 인정 받을 수 있도록 경쟁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DJ를 역사에서 지우고픈 욕망을 삭이지 못하는 보수는 한국 사회에서 절대 성공하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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