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선생이 왜 실패한 정치인이냐..."盧 망언“ 비난
日국민과의 대화 파문, 후손“항일독립투사를 폄하하다니...”
[2003-06-09 23:22:16]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방일 중 가진 '일본국민들과의 대화' TV프로그램에서 겨레의 큰 스승인 백범 김구 선생을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8일 도쿄방송(TBS)이 일본 전역에 방영한 ‘한국 노무현 대통령 솔직하게 직접 대화’라는 제목의 1시간30분짜리 토론에 참석,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여자 방청객의 질문에 “김구 선생이었으나 정치적으로 성공을 못해 그 뒤 링컨으로 바꿨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김구 선생의 종친이라고 밝힌 한 후손은 노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 “노 대통령이 ‘링컨을 존경한다’는 발언은 질문의 요지를 비켜갔을 뿐 아니라 한국인 중에는 존경하는 인물이 없다는 뜻이기도 해 망언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이 발언 뒤 일본인 방청객이 웃은 점을 들며 "매우 불쾌하다"며 "김구 선생은 독립투사이며 해방된 후 남북이 갈라서지 않도록 온몸으로 뛴 독립운동가”라고 설명한 뒤 “노 대통령은 어떤 이유로 김구 선생이 정치적으로 성공을 못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백범정신선양회 회장은 “우리 민족의 지도자 김구 선생을 존경했다면 끝까지 존경해야지 뒤에 군더더기가 왜 붙느냐”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익에 따라 오락가락 하지만 대통령은 그러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이어 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 “노 대통령이 ‘21세기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전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데 동의하지만 과거를 망각한 일은 안 된다”면서 “민족의 자존심과 역사적인 부분에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범일지를 읽고 난 후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인터넷 게시판에 소감을 남긴 아이디가 ‘상균’인 네티즌은 “나이 40이 넘어 다시 읽은 ‘백범일지’와 ‘나의 소원’을 통해 김구 선생께서 나라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가슴으로 읽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의연하게 행동하신 독립운동을 전개할 때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요즘 문제가 된 북한 핵과 경제난은 우리가 당연히 노력하여 풀 수 있는 사안”이라며 책을 통해 “문화의 힘을 높이고자 내 스스로 다시 한번 배우고 익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참여네티즌연대 이준호 대표는 "김구 선생은 일제와 싸운 항일 독립운동가였을 뿐 아니라 해방후 혼란기에는 분단을 막기 위해 비난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을 만나러간 진정한 민족주의자다. 단지 암살로 인해 정치를 그만두게 됐다고 해서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폄하하는 일은 도저히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이 존경하는 한국인이 없다는 식의 뉘앙스를 띄는 말을 한 것도 문제지만 항일투사였던 백범 김구 선생을 존경했다가 링컨으로 피해간 것은 일본인들의 눈치 때문에 그런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김구 선생을 일본에서 거론한 것부터가 불쾌하며 이는 김구 선생을 욕먹이는 일에 다름 아니다"라는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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