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 총각시절에 일부러 투표 안 했다.
정치가 더럽다며, 괜히 뭣 좀 아는 양 총체적 회의를 표출하면서...
또 그땐 그렇게 해야 뭣 좀 알기 때문에 깊은 회의를 품은 것처럼 멋으로 통했다.
그리고, 30대 시절, 그땐 이제 진정 이래서 안 되겠다며, 정주영, 이인제를 찍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또 다른 개성이요 멋이었으며, 자각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었다.
친구 중에는 더 아는 멋을 부린다고 김대중 찍은 친구도 꽤 된다.
그러나, 40대가 된 지금은 어떤 줄 아는가.
1997년도에 김대중 찍었다던 친구들이 2002년도에는 “꼭 이회창 찍어”라며 강권하더라는 것이다.
2002년도에 노무현 찍었다던 친구들이 2007년도에는 “꼭 이명박 찍어”라고 선수 치더라는 것이다.
이번에 이회창 찍은 젊은이, 투표 안한 젊은이들 그리 염려할 건 못된다.
호남지역이면 지역구도 아닌 척하며 다른 수식어를 동원하여 결국 지역구도에 귀결되도록 대화를 유도한다.
그러나, 비호남지역의 경우, 젊은 시절 나름대로 삐딱하게 생각하고 이상한 방향의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대부분 30대 후반에 접어들면, 결국 이미 지역구도임을 알더라는 것이다.
절박한 현실 앞에서 지역구도에 맞는 당선가능성에 희망을 보태려고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더라는 것이다.
아마 앞으로 민주·인권·평화·민족·통일을 떠들어봐야 “피곤한 어디 사람이구나” 식의 인식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그것이 30대 후반이 넘어야 표로서 행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 어쩌고 하는 것은 그리 심각하게 볼 게 못된다고 단언하고 싶다.
아직 뭐가 답답한 것인지 모를 나이라고 이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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